음악은 ‘놀이’이기도 하다.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 필히 자신만의 음악인이 생기게 된다. 자신만의 명반이 곁에 있게 된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만으로 수없이 많은 감동의 순간을 만나게 되지만, 그렇게 얻은 감동을 바탕으로 여러 놀이를 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놀이로 순위를 매기거나, 리스트를 만드는 행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음악인 혹은 명반 순위를 매기고, 주제에 맞는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다. ‘이게 뭐라고’ 너무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몰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 놀이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이 특권에 동참한 밴드가 있다. 스트릿건즈. 오랜 시간 한국에서 로커빌리 음악을 알려온 밴드다. 전신인 더 락타이거즈부터 따지면 24년, 스트릿건즈로만 해도 10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밴드다. 비록 한국에서 로커빌리 음악은 지극히 비대중적인 장르이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로커빌리를 알리고 이루어온 성과는 혁혁하다. 한국형 로커빌리를 가리키는 ‘김치빌리’란 표현은 오랜 시간 로커빌리에 천착해온 스트릿건즈에게 부여한 훈장 같은 말이었다.
이들의 오랜 음악적 경력만큼이나 동경하고 좋아해온 음악의 역사도 깊다. 브라이언 세처부터 퀸, 데프 레퍼드, 스트라이퍼, 건스 앤 로지스, 스키드 로우, 엑스 재팬 등 수많은 록 스타가 스트릿건즈 음악의 자양분이 돼줬다. 이 음악들에서 뻗어나간 음악적 관심과 호기심이 시간을 거슬러 에디 코크런이나 스트레이 캣츠 같은 로커빌리 음악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밴드의 리더이자 작곡가인 타이거는 자신들이 만나온 록 스타이자 록 음악의 거인들을 음악의 놀이터로 데려오겠단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The Rockstar Alphabet’이 탄생했다. 노래 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주제의 놀이일지 짐작할 수 있다. 음악을 좋아했다면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놀이이기도 하다. A부터 Z까지 알파벳에 어울리는 록 스타를 한 명씩 고르는 것이다. 또 한 번 ‘이게 뭐라고’ 고민에 빠질 시간이다. 스트릿건즈는 멤버 간의 협의를 거쳐 26명의 록 스타를 선정했다. 노래에 등장하는 26명의 명단을 보며 무조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 있었고, ‘나라면 이 아티스트를 골랐을 텐데’ 하는 이름도 있었다. 이 노래가 ‘놀이’인 이유이기도 하다.
놀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스트릿건즈는 각 아티스트의 이름과 함께 그를 대표할 만한 명곡들의 기타 리프를 이어 붙였다. 단순하게 들릴 수 있는 8비트 로큰롤 음악이 참신함을 얻는 순간이었다. ‘A’C/DC의 곡에서 ‘Thunderstruck’의 리프를 가져오고, The ‘B’eatles에게선 ‘Come Together’의 친숙함을 빌려왔다. ‘G’uns & Roses에게선 ‘Sweet Child O’ Mine’을, ‘O’zzy Osbourne에게선 ‘Crazy Train’을 선택했다. 노래가 가진 흥겨움과 함께 이 차용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즐거움의 측면에서 이 노래는 탁월하다. 즐거움은 로커빌리란 장르가, 그리고 스트릿건즈가 오래도록 추구해온 음악적 미덕이었다. 왜 AC/DC의 곡에서 ‘Back In Black’이나 ‘Hells Bells’ 대신 ‘Thunderstruck’를 택했는지, 오지 오스본의 곡에서 ‘Crazy Train’ 대신 ‘I Don’t Know’가 들어갔으면 어땠을지 생각한다는 건 하나의 곡이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놀이이며 동시에 오마주이기도 한 이 음악은 그래서 기획의 승리이기도 하다.
AC/DC 대신 억셉트나 앤스랙스 같은 밴드를 생각해본다. 나라면 비틀스 대신 블랙 사바스를 골랐을 것이다.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니 절반 이상은 ‘The Rockstar Alphabet’의 대상과는 다를 것 같다. 스트릿건즈는 이마저도 염두에 두고 다른 록 스타들의 대표적인 기타 리프를 삽입하는 챌린지까지도 준비 중이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음악을 아는 만큼 더 흥미롭고 더 깊이 빠질 수 있는 놀이이다.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록 스타를 떠올려보자. 그들 덕분에 이 멋진 노래가 탄생할 수 있었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