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셨네"(2006), "Shalom"(2010)을 비롯해 개인 및 프로젝트 음반을 꾸준히 발표해 온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찬송가 앨범이다.
김도현은 2021년 겨울, 찬양 사역 30주년을 기념해 "지금 이 순간에" 앨범을 발매하고 JCC
아트 센터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다. 그는 청중과 대면하는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온
여정을 진솔하게 회상하고자 오로지 피아노 반주로 편곡된 노래들을 선보였다. 김도현이 자신의
삶과 신앙 고백을 음악적 영감으로 빚어 노래한 30여년을 돌아본 후 회중이 함께 부르는 찬송가
앨범을 제작하게 된 것은 참으로 시기 적절해 보인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찬송가를 이전만큼
부르지 않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편곡하여 보급에 힘쓰는 찬양 사역자들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김도현이 찬송가 앨범을 기획하게 된 것은 2020년부터 '김도현의 나비공장' 유튜브 코너
'찬송과 묵상'에서 찬송가를 연주하며 노래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찬송가 이미지는 어렸을 적 집에서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찬송가와 피아노 연주 소리, 토요일마다 성가대 연습을 하러 교회에 가면 만나는 권사님들이
정성스레 꽃꽂이를 하시는 모습, 그리고 예배당에 퍼지는 백합과 장미향을 맡으며 찬송하던
추억과 맞물려 있다. 이러한 잔상과 같이 김도현에게 찬송가란 소박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정갈한 매무새를 갖춘 노래다. 그는 화려한 기교가 없는 찬송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라도
남녀노소 온 회중이 합심해 하나님 은혜를 찬양하는 명료한 곡조와 신앙을 고백하는 가사가
찬송가의 본질임을 주목했다. 이번 앨범에서 김도현은 1900년대 전후로 지어진 찬송가 원곡의
근간은 보존하되 자신의 관점에서 각 곡의 멜로디 특징과 가사의 운율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편곡하고 노래했다.
"'김도현 찬송가'는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통일 찬송가 추억을 떠올리며
작업한 앨범입니다. 수록된 노래는 저와 비슷한 연령대나 연배가 높으신
분들에게도 낯설지 않고 향수를 떠올릴 만큼 원곡이 변질되지 않게 편곡하는
데 주력했어요. 이분들은 제 앨범에서 오래전에 들었던 찬송가의 친숙함을
느끼겠지만 십대나 이십대에겐 생소할 수 있겠죠. 제가 어렸을 때에는
1절부터 5절까지 반복되는 찬송가 멜로디와 긴 가사가 고지식하게 느껴져
다소 지루했는데, 지금은 우직하게 신앙 고백을 한 선조들의 표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찬송가 화성이나 조를 현대적인 트랜드에
감각적으로 맞추기 보다는 제가 주목한 원곡의 본질과 가사 전달을
현대적으로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 김도현 인터뷰 중에서
김도현은 찬송가 특징으로 화성과 가사를 지목한다. 본래 사성(四聲) 악보인 찬송가는 화음으로
다채로운 음색과 곡조의 깊이가 완성된다는 점에 착안해 그는 <오 놀라운 구세주>, <참 아름다워라>,
<인애하신 구세주여> 등에 화음을 넣었다. 과도한 편곡은 원곡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지나친 기교는
회중이 노래하기 어려워 찬송가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김도현은 본인의 관점에서
원곡의 고유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화성을 구성하고 코러스를 추가해 100여년 전의 찬송가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번안했다.
찬송가 원곡을 보전하고자 그가 고려한 또 한 가지는 가사다. 김도현은 통일 찬송가 가사로 4-5절에
이르는 절을 대부분 원곡대로 불렀다. 통일 찬송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불러 눈 감고 읊조릴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오랫동안 신앙 고백을 담아 노래한 가사다. 오늘날 찬양에 비해 절수가 많은
찬송가는 그만큼 믿음의 구체적인 선포와 간구의 반복이 담겨있다. "김도현 찬송가"는 그의 강점인
명확한 발음과 목소리 톤으로 가사가 선명하게 새겨질 뿐 아니라 각 곡의 가사 내용에 따른 선율의
기승전결을 풀어낸 김도현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첫 번째 앨범에는 김도현이
20대 초반 처음으로 찬송가 편곡을 하고 싶은 동기를 준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을 비롯해 어머니가
즐겨 연주하신 추억의 찬송가 <나 어느 날 꿈속을 헤매며>와 복음성가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주님여 이 손을> 등을 포함해 총 20곡이 수록되었다.
김도현은 교회에서 회중이 한마음으로 노래하기에 가장 좋은 찬송가가, 아이러니하게도 보급을 위한
편곡으로 인해 세대가 나뉘어진 현실을 목도했다. 그는 이 앨범이 어른과 다음 세대 모두가 찬송가를
즐겨 부르고 선조들의 신앙 고백이 계승되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찬송가는 시대를 거쳐 축적된 신앙의 유산이잖아요. 제가 2집 앨범 "성령이
오셨네" 를 만들 때 가장 영향을 받은 게 찬송가였습니다. 가사에 화려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미사어구를 넣기 보다는 투박하다고 느껴질 만큼 솔직한
표현과 반복을 넣었죠. 당시 제가 작업하면서 신앙적으로도 터닝 포인트가
되었고 '아, 이런 고백은 필요하구나' 싶었어요. 저는 영적으로나
음악적으로도 선조들이 만든 찬송가 유산의 혜택을 많이 받았고 저 또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김도현 인터뷰 중에서
김도현은 2021년 찬양 사역 30주년 앨범과 음악회를 준비할 때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해석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이어 나가며 예배나
집회에서 좀처럼 부르기 어려웠던 실험적인 장르와 개인 고백이 담긴 노래들을 무대에 맞게 편곡해
청중과 심도 있게 소통하고자 다각도로 힘써 왔다. 이 앨범 역시 김도현이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찬송가 이미지를 모티브로 하여 작곡가로서 원곡의 독창성을 통찰하고 세대 간에 음악적 공감대를
만들려는 그의 노력이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찬송가 편곡을 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음악적 역량과
가능성을 새로 발견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찬송가의 가치를 전승하는 것은 악보를 진열장에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입술을 열어 믿음의 선조들
고백을 따라 새기며 찬양하는데 있다. 성경 말씀을 잘 읽을 수 있도록 시대에 따라 여러 번역본을
만드는 노고가 필요하듯이 백여 년 전의 찬송가를 동시대에 회중이 부를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 또한
소중한 유업이다. 그의 바람대로 "김도현 찬송가" 앨범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소중한 유산을
누리고 그 가치가 전승되기를 함께 기대한다.
채영옥 / Presence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