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하는 영산회상은 세 바탕으로 현악영산회상(중광지곡), 평조회상(유초신지곡), 관악영산회상(표정만방지곡)이다.
각 악곡의 명칭에 있어 현악영산회상은 연주를 들어도 현악이 중심이 되는 곡인지 알기 어렵고 평조회상의 평조는 뜻이 여러 가지로 겹치며 관악영산회상만이 관악기가 주를 이루는 영산회상임에 이견이 없을듯하다. 따라서 본인은 각 악곡의 느낌을 잘 나타내는 아명인 중광, 유초신, 표정만방이라 일컫는 것을 즐긴다.
표정만방지곡은 <올바름을 만방에 드러내는 곡>이라는 뜻으로 1집인 '이승엽의 대금정악 <바람을 걷다> (2014)'에 이미 수록된 악곡이다.
원래 한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바탕을 온전히 연주하는 전통음악 음반은 내고 싶지 않았다. 힘과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도 하고 평소에 전통음악 편곡 작업과 전통음악의 발전 등에 더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음악적 추구하는 바가 다른 이들과 연주하기가 힘들어지고 근래에 건강상의 문제로 언제까지 올바른 정신과 좋은 컨디션으로 관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국악기 가운데 호흡이 가장 많이 필요한 정악대금 주자로서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전통음악 연주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일반인보다 전공자나 애호가가 많은 단발성인 독주회보다 연주가 흩어지지 않고 기록에 남아 수정할 수 없는 음원을 발매하는 것이 연주자 스스로에게 훨씬 더 부담되고 어려운 대신에 전통음악을 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접근성이 더 높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바탕을 온전히 연주하는 음반을 준비함과 동시에 몇 가지 새로운 시도들과 본인이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가미하였다.
이번 녹음은 큰 연습실에서 핸디레코더를 사용했으며 개별 마이크는 쓰지 않았다. 아쟁은 음량 조절을 위해 다른 악기와 거리를 많이 두고 전통적인 개나리 활대 대신 말총 활대 사용을 부탁했다.
또한 감상의 즐거움과 더불어 전통음악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아쟁의 상령산 시작부분을 수정하고 곡 중간에 손으로 뜯는 피치카토 주법을 부탁하였다.
더불어 본인이 추구하는 정악 음색을 위해 그에 맞는 해금 주자를 섭외하고 연주자와 음색에 관한 논의를 했다.
그리고 원래 표정만방지곡에는 하현도드리가 없으나 앞서 네 번째 영산회상을 만들면서 편곡, 발표했던 곡(현금회상.2023)을 수정 보완하여 추가했다.
미리 합주 한번 맞춰보지도 않고 바로 녹음 했음에도 이러한 여러 가지 부탁들을 모두 들어주신 반주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
대금정악이란 음악은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어려움이 더하여 나이가 들수록 함부로 음원을 남기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 또한 과정이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정이다. 아무쪼록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에 표정만방지곡의 올바름이 만방에 드러나 울려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금: 이승엽(국립국악원 정악단 부수석)
반주자
해금: 이찬미(국립국악원 정악단 부수석)
아쟁: 김수진(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원)
녹음 2025.3.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