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일환… 유쾌한 스윙 아카펠라로 재해석
- 절로 함박웃음이 나는, 새콤달콤 ‘산할아버지’의 맛
국내 창작동요 역사에서 뺄 수 없는 불후의 명곡이다. 원곡은 1981년 ‘어린이에게 보내는 산울림의 동요선물 제2집’에 실린 김창훈 작사 작곡의 머릿곡. 큰 4박자 안에 작은 3박자가 있는 셔플 리듬이다. ‘나비같이’ ‘살금살금’ ‘구름모자’ 같은 네 음절짜리 구절들이 셔플 리듬을 퐁당퐁당 건너 뛰는 음악적 모양새는 마치 아이들의 명랑한 깨금발처럼 상큼하다. 커다란 동네 뒷산을 의인화한 가사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설화 속 신령과 아이의 놀음을 연상시킨다. 이 노래가 명징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이유다. 스토리도, 시어(詩語)들도 순수하며 무해하기 짝이 없지만 숨 쉴 틈 없는 재미난 악곡을 만나니 또 이만한 고자극이 없다.
이 새콤한 곡에 ‘산미’가 더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손길에 의해서다. 2000년 결성, 2006년 데뷔한 메이트리는 컴퓨터 효과음, CF 음악, 악기 소리부터 팝, 재즈, 케이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음향을 신묘하게 묘사하며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화음을 제대로 가창해내는 능력을 넘어서 뛰어난 묘사력, 연출력, 편곡 능력을 겸비한 아카펠라계의 ‘육각형 아이돌’이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 ‘프랑스 갓 탤런트’ 같은 해외 인기 TV쇼에도 출연해 현지 셀러브리티 심사위원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메이트리 버전의 ‘산할아버지’는 금빛 전통 약과를 파스텔색 마카롱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 자태다. 마카롱이되 ‘뚱카롱’은 아니다. 일단 3분 10초짜리 원곡을 2분 6초로 압축했다. CM송이라고 해도 믿을 숏폼 안에 원곡의 매력 요소를 소담스레 다 담았다. 원곡에서 특징적이던 3연음 드럼 필(fill)을 아예 인트로에 작게 썰어 넣었다. 고막에 닿아 청량감 있게 퍼지는 멤버들의 화사한 음색들은 화음의 불꽃놀이다. 휘파람, ‘응~?’ 하는 작은 효과음들이 칠리 페퍼처럼 양념을 더한다.
입으로 모사하는 트럼펫 연주는 금상첨화, 신 스틸러. 양쪽 볼을 한껏 부풀린 커다란 눈의 루이 암스트롱 사진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이 순간, 우리네 전래동화에 나올 법한 산신령은 순식간에 스윙 시대 미국의 엔터테이너와 겹쳐지며 새로운 심상을 만들어낸다. 언뜻언뜻 내비치는 재즈적 화성은 스트레이트한 록 동요에 스모키한 ‘구름모자’를 씌운다.
한때 킹스 싱어즈가 부르는 제이슨 므라즈, 스윙글 싱어즈의 비틀스 헌정 같은 것을 즐겨 들었었다. 이제 여기 메이트리의 산울림이 있다. 이런 작업이 더 이어지길, 그래서 지난 시대 우리의 빼어난 팝과 록이 아카펠라의 옷을 입고도 바다 밖에 더 물결쳐 전해지길 차제에 더 바라본다.
(메이트리 ‘산할아버지’ 리메이크는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산울림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메이트리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산울림의 대장정은 이어진다.)
임희윤 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