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Reflexion : Requiem은 Reflection(반영)'과 'Reflex(반사)'의 중의적 뜻으로, 나르시시즘과 자기 성찰의 의미로서 작동한다.
기획자는 모든 인간을 나르시스트라 정의했다. 아무리 이타적인 척해봤자 우리는 결국 자신을 위해 사랑하고 자신을 위해 이별한다.
지독한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으로 점철된 삶을 살기에, 타인에게 자신을 투영 시켜 사랑하고 그 과정에서 발현된 자기혐오는 곧 타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 무수히 사라지고 생겨나기를
반복하며 허공으로 흩어진 내 과거의 연들은 어디로 가는가.
장례조차 시켜주지 못한 사랑들이 사라질 때면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가벼웠나, 아니 그리 가볍지는 않았나. 사실 무게가 중요하였던 것인가.
사라졌기에질량이나 크기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는 것을, 결과만 남은 허무 속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타인에게 투영시킨 자기혐오를 애써 눈 가리고 타인을 악인화 시키며두꺼운 껍질 뒤에 숨는 우리는 얼마나 비겁하고나약한 인간이었던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당신을 사랑했다.
나를 미워하기에 당신을 미워했다. 나를 지키고자 당신을 저버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너무 쉽게 버려지고 버린 시간의 무덤 속 관계들을 기리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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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xion : Requiem 2# Persona]
사랑이란 건 결국 놀이에 불과하고 생각했던 과거를 노래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둘러싼 허울들이 무너지고, 내면의 허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더 이상 만들어진 허상의 자아를 연기하며 살아갈 힘조차 남아있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Dulcis amor meus, valeo iam는 고대어로 “사랑이여, 이제 작별을 고한다”라는 말로, 사랑의 종말을 선언하는 문장으로서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도 결별하는 의미로 작동한다.
우리는 타인이 정한 기준, 또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버린 허상의 나 자신인 페르소나를 연기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위선과 자기부정이 드러나게 되며 결국 자아는 점점 사라진다.
인간의 내면에서는 모순된 욕망이 끝없이 반복되며 사라지고 싶으면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고통, 우리가 기대하는 해피엔드와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른 서사’는 허울뿐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없다.
결국 모든 인간은 위선자이며 거짓된 자신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은 고통과 욕망 속으로 사라진다.
모두 놀이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사랑만이 남아있었고,
그 사랑마저 저버린 채 완벽히 무너지려는 나르시스트의 최후를 담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