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JISEONG)’의 첫 홀로서기를 알리는 EP 앨범 [NOXIUS]는 어두운 공기를 머금은 전자 사운드 위에 방황하는 청춘의 내면을 거칠지만 솔직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기반으로 한 총 6개의 트랙은 어딘가 불안정하면서도 중독적인 리듬과 함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복잡한 감정을 강하게 끌어올린다.
앨범 제목 ‘NOXIUS’는 독성, 해로움을 뜻하는 단어에서 착안한 표현으로, 현실에서 도망치듯 놀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느낀 내적 갈등과 자기모순을 담아낸다. 하고 싶은 일을 미뤄가며 하루하루를 소진하고 있음에도, 이미 ‘노는 맛’을 알아버린 청춘은 쉽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모순된 하루의 시작과 끝 아침부터 밤까지를 지성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석하며, 우리 모두가 겪는 방황의 시간을 거침없이 노래한다.
이번 앨범은 이전 소속사를 나와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자유와 혼란이 공존하는 이 시기, 지성은 스스로를 둘러싼 상황을 하나의 콘셉트로 녹여내며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성의 [NOXIUS]는 단순한 자전적 서사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그림자를 대변하는 앨범이다.
1. Action!
‘Action!’은 [NOXIUS]의 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직전 집을 나서기 전의 짧은 준비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곡이다. 거울 앞에서 스타일을 고르고, 오늘의 기분에 맞는 옷을 꺼내는 그 순간—지성은 이 일상의 루틴에 자신만의 무드를 덧입혔다.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 직설적이지 않은 랩이 은근히 얹히며, ‘멋을 뽐낸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무겁지 않게 들리지만 곡 전체를 감싸는 마이너 톤의 분위기는 앨범 전반의 어두운 정서를 미리 암시하며 몰입을 돕는다.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그 이면엔 오늘 하루도 결국 ‘연기하듯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씁쓸한 시작이 숨어 있다. ‘Action!’은 그 첫 장면의 조명과도 같은 곡이다—오늘도 나를 입고 세상이라는 무대에 오른다.
2. Smokin'
‘Smokin’은 어딘가 흐릿하고 진한 공기를 머금은 채 본격적으로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을 그려낸다. 첫 트랙이 하루의 문을 조용히 여는 시작이었다면, 이 곡은 이미 거리 위에 나와 모든 감각을 흘려보내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긴장과 해방이 뒤섞인 비트 위로 쌓이는 사운드는 무겁고도 감각적이며, 그 안엔 어떤 찝찝함이 스며 있다. 충동적인 즐거움 뒤에 남는 불확실함, 어딘가 의심스러운 사람들과 공기,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들. 이 모든 것이 명확한 말 없이도 곡 속에 얇게 깔려 있다.
‘Smokin’은 스스로를 방치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감각을 담아낸다. 곡 전체가 마치 해로운 공기처럼 퍼지며, [NOXIUS]의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끌어올리는 트랙이다. 흐릿한 쾌감과 묘한 이질감이 공존하는 이 곡은 앨범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색채를 담당한다.
3. MISSING THE POINT
더블 타이틀 중 하나인 트랙 ‘MISSING THE POINT’는 방향을 잃은 순간의 감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해야 할 일들은 눈앞에 있는데, 어느새 그 중심에서 벗어나 쾌락 속에 몸을 던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어딘가 어긋난 걸 알고 있지만 익숙한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야 마는 흐릿한 반복이 이 곡의 정서다.
사운드는 이전 트랙보다 가볍고 리드미컬하며, 레트로한 질감이 더해져 묘하게 몽롱한 기류를 만든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주체를 잃은 채 흔들리는 내면이 깔려 있다. “이게 맞나?”라는 물음이 마음속을 맴도는 듯한 위태로운 감정이 음악 곳곳에 퍼져 있다.
지성은 이 곡을 통해 스스로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투영한다. 소속사를 떠나며 잠시 방향을 잃었던 시간, 그 끝에서 결국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오게 된 지금. ‘MISSING THE POINT’는 그 사이에 머물렀던 감정과 그 과정에서의 자각을 담은 트랙이다.
4. Plastic
‘Plastic’은 가볍게 흘러가는 만남과 이별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담아낸 트랙이다. 어딘가에 속하고 싶고, 사랑을 원하지만 결국은 대체 가능한 존재로 취급되는 감정—이 곡은 그런 지속되지 못하는 관계의 부서짐을 말한다. 모든 걸 원했지만 손에 쥔 건 물거품뿐인 순간들.
사운드는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대중적이다. 리듬감이 살아 있고 멜로디는 귀에 감기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마냥 가볍지 않다. 즐겁게 들리지만 어딘가 쓸쓸한, 그런 감정의 층이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든다.
‘Plastic’은 [NOXIUS]의 흐름 속에서 가장 외면적인 밝음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외로움을 말하고 있는 트랙이다.
5. Good Morning
‘Good Morning’은 [NOXIUS]의 핵심을 관통하는 중심축 같은 트랙이다. 밤새 반복된 방황의 끝,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자각.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몸은 이미 그 익숙한 감각에 길들여져 있다.
이전 트랙들이 순간순간의 감정과 상황을 조각처럼 보여줬다면, ‘Good Morning’은 그 모든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결론 같은 노래다. 반복되는 패턴 속,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과 다시 그 안으로 걸어들어갈 것을 아는 체념이 얇게 포개져 있다.
사운드는 무겁게 가라앉기보다는 감정의 밀도를 담백하게 담아내며,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루의 끝과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Good Morning’은 [NOXIUS]라는 이름에 담긴 모순된 에너지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6. HEADACHE
‘HEADACHE’는 가사 없이 사운드만으로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스트루멘털 트랙이다. 제목처럼 다음 날 아침에 찾아오는 숙취와 머릿속 혼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곡 전체는 복잡하고 날카로운 텍스처로 구성되어 있다.
가벼운 마무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안엔 절제된 감정과 긴장이 응축되어 있다. 반복된 쾌락 뒤에 남는 잔상, 그리고 여전히 어지러운 내면의 목소리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맴돈다.
말 없이 끝나는 이 마지막 트랙은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NOXIUS]가 전하고자 했던 모순된 감정들과 무너진 리듬의 끝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