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에 연민을 품는 순간, 낫은 휘둘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낫을 들고서도 자주 망설이는 사신이었다.
병원은 조용했다.
한때 응급 상황에 매달리던 기계음들이,
지금은 마치 누군가의 호흡을 대신해주는 것처럼
억지로 리듬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병실 한켠에,
노인이 혼자 누워 있었다.
나는 창가에 섰다.
빛바랜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죽음을 받아들인 자의 얼굴이었다.
놀라움도, 분노도, 애원도 없었다.
“…오셨군요.”
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건 인생을 마지막 장까지 읽은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하지만 눈에는 작은 두려움이 요동치고 있음이 보였다.
“예전에요, 일찍 출근해서 늘 창가 자리에 앉았어요.
그 자리에 앉으면, 온 세상이 내 것 같았죠.
아침햇살이 유난히 잘 들어오거든요.”
그는 말없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그렇게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다녔어요. 42년 동안.”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내는 내가 집에 돌아오면 항상 불을 켜두었죠.
저녁을 같이 먹고, 티비를 같이 보고,
그리고 밤에는 아이들 이야기로 시간을 채웠어요.”
그는 그 순간, 무언가를 손끝으로 쓰다듬듯
천천히 손을 들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그 동작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퇴직하고 나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손자 얼굴은 사진으로만 봤어요.
전화도, 방문도… 점점 뜸해졌죠.”
그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반쯤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아내가 떠나고 나니까…
하루가 너무 길었어요.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건,
살면서 겪은 어떤 외로움보다 깊더군요.”
나는 숨을 삼켰다.
사신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규칙이다.
하지만 가슴 한켠이 조용히 욱신거렸다.
“나는 괜찮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왔지만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덜 외로웠을 거예요.
단 한 번만이라도.”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표정은 아주 편안했다.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스스로 덮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입을 떼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때 나는,
내가 왜 여전히 낫을 쥐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를 위해 나는 그저 단 한번의 쓰임일지 몰라도,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움직임처럼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낫을 들었다.
그의 가슴 위를 천천히 스쳐가듯,
그렇게 그의 마지막 숨을 꺼내어
고요히 품었다.
기계음이 멈췄고,
병실은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그의 얼굴에는,
죽기 전보다 조금 더 편안한 빛이 감돌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떼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1. 괜찮을거야
Lyrics l 비더블루 BETHEBLUE @be.the.blue
Compose l 비더블루 BETHEBLUE @be.the.blue
Arrange l 팔칠댄스 (87dance) (비더블루, 박성호, 이정열, 최준영)
Bass l 최준영 CHOI JUN YOUNG @juuuu.uuuun
Drum l 이정열 LEE JUNG YEOL @ly218gk
Guitar l 박성호 PARK SUNG HO @seongho.pakk
Guitar l 비더블루 BETHEBLUE @be.the.blue
Piano l 박은찬 PARK EUN CHAN
Mixed l 비더블루 BETHEBLUE @be.the.blue
Mastered l 박경선 Boostknob @boostknobmix
Artwork l 삼라만상 samlamansang_film @samlamansang_film
Executive Producerㅣ팔칠댄스 (87dance) @palchilldance
Co-ProducerㅣSTONESHIP @stoneship_
A&R l 나영준 NA YOUNG ZUN @headrock2001
A&R l 김채운 Brian Kim @brianloveskimchi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