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D는 수학 용어로 수학에서 증명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이상 내가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되었다"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과는 달리, 삶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은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와 ‘그렇게 되었을’ 뿐이죠. 찬찬히 돌아보면 모두 '그렇게 되었구나'라는 말로 귀결되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변수투성이의 여정을 거치며 삶의 의미를 증명해 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곡마다 감정의 결이 다르더라도, 가능한 한 다양한 무드와 방향으로 자유롭게 뻗어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 곡들은, 흘러오면 그저 그렇게 되고 마는 제 삶의 파편들이기 때문입니다.
/ 프롬 작가노트
< 예측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존재 증명. >
체리 한 알의 위로로 슬픔의 시간을 사뿐히 건너갈 수 있을까?
'슬픔을 위한 체리'는 무거움을 이기는 가벼움에 관한 노래다. 삶은 늘 우연의 난폭함에 노출돼 있다. 불안, 혼란, 슬픔은 때때로 느닷없이 찾아온다. 그 무력한 시간에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프롬은 우울을 떨치고 아삭하고 달콤한 체리 한 알을 베어 문다. 과즙이 흐르고 과육의 향기가 몸을 따뜻하게 위로할 때, 몸의 주인인 마음도 그 뜻을 알아채고 안심한다. 괜찮다, 걱정마라, 지나간다, 잠시다. 그리고 네가 고른 이 달콤한 시간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어. 빨간 전구처럼 환하게 반짝거리며 체리가 말을 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슬픔에 맞서는 방식이다. 체리 한 알의 시간이 더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슬픔은 멀리 물러설 것이다. 체리의 씨를 툭 뱉어내며, 프롬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슬픔을 툭툭 털어낸다. 슬픔과 고통을 발랄함으로 안아버리는 이 감각은 이번 앨범 전편에 녹아 있다. 슬픔이 질척이지 않고 "뒹굴댄다"고 하지 않는가. 프롬만의 특별한 감각이다.
가벼움의 탄력을 믿는 사람은 불안의 중력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꺼이 불안의 바닥으로 추락한다('Let it fall'). 깨져서 반짝이는 사금파리처럼 사람은 상처로 빛난다. "별이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Stars don't fear the dark)" 이유다. 별은 어둠이 있어야만 노래할 수 있다. 프롬도 상처 입은 어둠 속에서 "당신을 위한 자장가(I'll sing you lullabies)"를 부른다. 그것은 "쉬운 일(easy for me)"이지만 눈물겨운 일이다. 그 노래 안에서 상처는 뒤척이다 비로소 잠들 것이다. 자고 나면 거짓말처럼 새날이 올 것이다.
프롬이 첫 앨범을 내고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곧장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성공의 안전선 밖으로 벗어났다. 온전한 음악적 자유를 위해 스스로 독립 레이블을 만들었다. 자유는 늘 불안과 막막함을 데리고 온다. 이번 앨범은 그 흔들리는 감정에 몸을 맡겨 흘러간 시간들을 조각조각 맞춘 것처럼 보인다.
프롬은 불안을 이기려 "캄캄한 방 안에서 춤을('밤의 증명')" 춘다.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며, 자유와 불안이 서로 교환되는 순간이다. "사는 게 뭔지 아직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해야 할 일은 알고 있다. 나의 몸과 마음을 힘껏 사랑하는 것이다. "앞에 걷는 널 가만히 안아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의 체온이 내게 따뜻하게 번져오는 그 시간엔 삶의 어떤 그늘도 찾아들지 못한다. 나의 체온 역시 당신에게 건너가 서로 안심할 때, 사랑은 온전한 순간에 머문다. 그 순간은 어떤 결핍도 없으므로 영원성을 얻는다. 덧없는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순간의 영원성'이다. 그래서 프롬은 "널 파고든 지금이 영원"이라 노래한다. 돌아보니 영원 같았던 그 찰나가 다시 보인다. 그래서 "사랑을 더 사랑해야" 했다.
삶의 겨울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닥칠 겨울은 기필코 닥친다. 추위를 막을 거라곤 "얇은 점퍼"밖에 없지만('차가워지지 않아') 움츠리지 않고 깜짝 놀랄 뿐 그냥 웃는다. 고통의 시간에 자기 연민 대신 발랄한 웃음이라니. 겨울이 되레 머쓱해질 그 웃음의 자리를 찾아내는 프롬의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프롬은 혼란과 불안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으나, 그 대가로 노래는 깊이를 얻었다. "도시의 밤빛은 별의 이미테이션" 같은 구절은 그 깊이에서 길어 올린 보석 같은 문장이다. 우리의 욕망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베낀 것이다. 그것을 진짜라 믿고 있다. 도시의 밤빛은 그 베낀 욕망의 빛들을 쌓아 올린 것이다. 그 가여운 빛 안에서만 우리는 겨우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조품 같은 불빛도 모여 있으면 아름답다. 프롬은 그렇게 노래한다.
앨범 제목 Q.E.D는 수학적 증명이 끝났다는 의미로 덧붙이는 'Quod Erat Demonstrandum'의 약자다. 프롬은 5개의 노래를 통해 자기 증명을 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존재 증명이다. 불안하나 자유롭고, 겨울을 맞았으나 웃고 있으며, 슬프지만 달콤한 과육 한입 베어 물 수 있는 발랄함이 있다. 그것이 "이상, 내가 증명하려고 했던 나 자신에 관한 내용"이다.
/ 이주엽 (작사가)
Q.E.D
Produced by 프롬(FROMM)
Co-Produced by Andi Roselund
Mixed
김대성 (Track 1,2,3,4) @TONESTUDIO
Mastered by
김대성 (Track 1,2,3,4,5) @TONESTUDIO
Mixed by
허정욱 (Track 5)
Vocal Recorded by
이상철 @TONESTUDIO, 프롬(FROMM) @Maxine
Drums Recorded by
민상용 @로그스튜디오 (Track 5)
Guitars Recorded by
이치원 @Mansion106 Studio, 프롬(FROMM) @Maxine (Track 1,3)
Andi Roselund (Track 2,3,4), 혼닙(honnip) (Track 5)
Bass Recorded by
박제신 (Track 1), 권영찬 @1900works (Track 5)
Andi Roselund (Track 2,3,4)
Vocal Directed by
이호진, Andi Roselund, 프롬(FROMM)
Chorus Directed by
김경인, 진동욱
M/V ‘밤의 증명’ by @GabWorks
M/V ‘슬픔을 위한 체리’ by @GabWorks
Profile Photography by 김민태
(Stylist 윤인영 H&M 박슬기)
Designed by 이재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