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 지은 집을 상상해본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고, 누구를 불러도 좋고, 혼자 있어도 괜찮은 곳. 바깥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전쟁이 일어나고, 혐오와 차별은 점점 더 정교해진다.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계.
kennytheking의 첫 번째 정규 앨범 『Scenes From the Treehouse』는 그 공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2019년 『Lemonade』, 2023년 EP 『tales』를 지나며 쌓인 정서들이 이번 앨범에서 하나의 공간으로 모인다. 그 공간의 이름이 Treehouse다. 포크와 블루스, 컨트리의 질감 위에 인디록의 감각으로 풀어낸 10개의 트랙. 특정 장르에 머무르기보다 따뜻하고도 불안한 마음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사운드다.
이 앨범은 각기 다른 형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Summer’, ‘Snowflakes’, ‘Rain’에서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비유적으로 그린다. 해마다 더 뜨거워지는 여름을 향한 일방적인 애정, 관계 속에 남겨진 기억과 감정의 잔상. ‘Imprints’와 ‘Nest’에서는 마음이 서로에게 각인되고, 지금까지 모아온 것들로 우리만의 둥지를 지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타이틀곡 ‘Lighthouse’는 이 앨범의 중심이다.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슬픔에 잠긴 이들을 보며 떠올린 상상에서 시작된 곡이다. 너 대신 내가 기꺼이 죽겠다는 마음. 타자의 고통 앞에서 내가 먼저 반응해버리는 것, 선택 이전의 책임. “자기를 타자에게 완전히, 보답의 기약도 없이 내주는 것”(김홍중,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 142쪽) — 이것이 이 앨범이 택한 사랑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 앨범이 말하는 함께함은 늘 그렇게 선언적이지만은 않다. ‘Treehouse’는 마음속 깊은 곳의 내밀한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하는 노래다. 취약함을 드러낸 채로도 함께 머물 수 있다는, 화해와 연대의 선언. ‘Freeway’는 자유라는 이름 아래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인종차별의 장면들을 담는다. 그러나 이 노래 역시 고발로 끝내지 않는다. 당신이 내게 어떻게 했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여기서는 함께 있자고 말한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만들어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 시대. kennytheking은 끝까지 날것에 가까운 사운드를 붙든다. 살아 있다는 저주 속에서도 걸작을 향해 기도하는 것처럼(‘Masterpiece’), 빈티지 음향의 온기와 눈보라 속 모닥불, 비에 젖은 나무의 냄새를 남긴다. 흉내 낼 수 없는 것들만 남긴다.
결국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미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뿐이라고. 당신이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든, 어떤 잘못을 했든, 취약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Treehouse에는 자격이 필요 없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
라이너노트 by 정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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