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과 마산 출신의 세 소년이 젊음을 담보삼아 겁 모르고 상경한 게 불과 2-3년 전 일이다. 그래도 지역구 스타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서울 애들은 확실히 강했다. 뿔뿔이 흩어져 내공을 연마한 후, 솔드 아웃(Sold Out)이라는 옛 이름을 버리고 대신 266이 되어 다시 합체했다. MC 한새(haNsAi)를 주축으로 하는 힙 합 클랜(clan
) 겸 인디 레이블 [BCR]을 통해 음반으로 신고식을 치르는 이들 266은 과도, AG, 스티(Sty)의 3인조 편성. 작사, 작곡은 기본이고 레코딩에서 믹싱 그리고 재킷 디자인 작업까지 자급자족되었다. 대체적으로 자기 고백적이고 담백한 가사들이 심플한 리듬 트랙 연주와 애잔한 멜로디 라인에 얹혀 흐르는 것이 특징적이다. 오버 부상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사랑 노래 '지울 수 없는 기억 앞에서'는 게스트 보컬리스트 보라(Bora)의 사근사근한 보컬마저 듣기 좋다. MC 한새의 감각적인 옐로 보이스가 맛깔스러운 '이젠 잊을래'. 한대수의 '물 좀 주소'에서 모티브를 얻어 힙 합의 굵은 흐름에 실어 본 '물 한잔만 주소' 또한 필청 트랙이다. 강하고 거칠며 남성적인 것만이 최고로 꼽히는 한국 힙 합 신의 대세에 비추어 [BCR]의 정책은 분명 시대착오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역행이야말로 한국 힙 합의 미래를 위해 진정 소중한 몸짓이다. 평소 MC 한새나 라.디(Ra.D)의 음악을 좋게 들은 일반 가요 팬에게 거뜬히 어필할 앨범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