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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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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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몰이) 일절통곡 애원성은 단장곡을 섞어 운다.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실라요? 나를 어쩌고 가실라요? 인제 가면 언제 와요? 올 날이나 일러주오. 동방작야춘풍시으 꽃 피거든 오실라요? 높은 산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실라요? 사하ㅐ 너른 바대 육지가 되거든 오실라요? 마두각하거든 오시랴오, 오두백허거든 오실라요? 운종룡 풍종호라, 용 가는 데 구름이 가고, 범 가는 데는 바람이 가니, 금일송군 임 가신 곳 백년소첩 나도 가지." 도련님도 비감허여,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원수가 원수가 아니라 양반 행실이 원수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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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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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몰이) 도련님이 하릴없어 말 우에 올라앉으며, "춘향아, 잘 있꺼라." 춘향이도 일어나서 한 손으로말 고삐를 잡고, 또 한 손으로 등자 디딘 도련님 다리 잡고, "아이고 여보 도련님, 한양이 머다 말고 편지나 종종 허여 주오."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디, 임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자진몰이) 저 방자 달려들어, '이랴!' 툭 쳐 말을 몰아 다랑다랑 다랑다랑 다랑다랑 다랑다랑 훨훨이 넘어갈 제, 그 때에 춘향이는 따러갈 수도 없고, 높은 데 올라서서 이마 우에 손을 얹고, 도련님 가시는 데만 무뚜뚜루미 바래볼 제, 가는대로 적게 뵌다. 달만큼 보이다가, 별만큼 보이다가, 나비만큼 불티만큼, 망종 고개 깜빡 넘어가니, "아이고 우리 도련님 그림자도 못 보겄구나!" (중몰이) 그 자리 퍽썩 주저앉어,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가네 가네 허던 님은 이제는 참 갔구나. 내 신세를 어이헐꼬? 집으로 가자 헌들 우리 도련님 앉고 눞고 노던 데와, 옷 벗어 걸던 데며, 오리 내려 신 벗든 디 생각나서 어쩔거나. 웃음 소리를 언제 듣고, 장난을 허든 데며, 언제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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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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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이러타시 설리 울 제, 저의 모친이 찾아 나오시니, 따러 집으로 돌아 오는디, (진양) 비 맞은 제비 같이 갈 지자 비틀 걸음 울며불며 들오더니, 저의 모친은 건넌방으로 가고, 저는 제 방으로 들어와, 방 가운데 주저앉어, "아이고 허망허여! 도련님 만나기를 꿈속으로 만났든가? 이별이 꿈인거나? 꿈이거던 깨여주고, 생시거든 임을 보세. 향단아! 발 걷고 문 닫쳐라. 침상편시춘몽중으 꿈이나 이루어서 가시는 도련님을 몽중으나 상봉허지, 생시에는 못 보것구나!" 비개 우으 엎드려서, 모친이 알까 염려되여 크게 울진 못허고 속으로 느껴 울며, "아이고 어쩌리! 우리 도련님 어디만큼 가겼는고? 어디 가자 주무시는가? 앉었는가 누웠는가, 진지를 잡수었는가, 날 생각고 울음을 우는거나? 아이고 언제 보리!" 이리 앉어 울음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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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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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 춘향이가 울음을 울 제, 밤 적적 깊어지니 홀연히 잠이 들어 비몽사몽 간으 도련님이 오시는디, 가시든 그 맵씨로 청사도복으 홍때 띠고 만석당혜를 끌면서 충충충 들어와, 춘향방 문 고리 잡고 지긋지긋 흔들며, "춘향아, 잠 자느냐? 내 왔다, 문 열어라." 이삼차 부르도록 대댑이 없으니, "계집이라 허는 것이 무정헌 것이로고나. 나는 너를 잊고 가지를 못허여서 가닥 회정을 허였난디, 너는 그새어 나를 잊고 잠만 저리 깊이 자니, 잘 살어라, 나는 간다." 충충충 나가거늘 춘향이 꿈이라도 반가워 닫은 방문을 펄쩍 열고 바래보니, 도련님 청중추막 자락은 바람결에 흩날리고, 담뱃불이 번쩍거리니, 도련님을 붙들어 볼 줄로 우루루루루루루 뛰여 나가보니, 도련님은 간 곳 없고, 청중추막도 흔적이 없고, 파초잎만 너울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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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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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몰이) 하로 가고 이틀 가고, 열흘 가고 한 달 가고, 날 각 달 가고 해가 지낼수록 이 임의 생각이 뼛속으 든다. 도련님 계실 적에넌 밤도 쩔러워 한일러니, 도련님 떠나시든 날부텀은 밤도 길어 웬수로고나. 도련님 계실 적어 바느질을 허량이면 도련님은 책상 놓고 대학 소학으 예기 춘추 모수 상서 백두시를 역력히 외여가다, 나를 흘끗 돌아보며 와락 뛰여 달려들어 나의 애목 부여안고 '얼씨구나, 내 사랑이지' 허든 일도 생각이요. 춘풍도리화계상은 꽃만 푸여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어 비죽죽 와도 임의 생각, 새벽 서리 찬바람으 명사벽해를 바라보며, '뚜루루루루루루, 낄룩'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으도 임의 생각,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끄칠 날이 없어 모진 간장어 불에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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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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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몰이)"거 누구가 날 찾어, 거 누구가 날 찾어? 날 찾을 이 없건마는 거 누구가 날 찾어? 남원 사십팔면 중으 나의 소문을 못 들었나. 칠십당년 늙은 년이 무남독녀 외딸 하나 옥중으다가 넣어 두고 명재경각 되아 있어 정신없는 늙은 나를 무엇하랴고 찾어와?" "나를 모르나? 내가 왔네" "웠다, 이 사람아 말을 허소. 말ㅇ르 허여야 내가 알지. 해는 저물어지고 성부지 명부지허니 내가 자네를 어찌 알어." "자네가 정녕 날 몰라" 내 성이 이, 이가래도 나를 몰라?" "이가라니 뉘기여" 성안성외 많은 이가, 어느 이간 줄 내가 알어? 자네는 성만 있고 이름은 없는가, 에이?" "허허 장모 망령, 우리 장모가 망령. 나를 몰라? 으어, 장모 자네가 날 몰라?" "장모라니 웬 말이여! 남원읍내 오입쟁이 놈들 아니꼽고 더럽더라.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외인 상대를 아니허고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공연히 미워허여 명재경각이 되었시니, 너의 마음들이 시원허여 쉰사 한 마디는 아니허고 내 문전으로 지내면서 빙글빙글 비웃이며, '여보게 장모!' 이가라면 환장헐 줄로? 이가라면 이 갈린다! 듣기 싫네, 어서 가소!" "허허 장몸 망령. 자네가 나를 모른다고 허니 거주성명을 일러줌세. 서울 삼청동 사는 춘향 서방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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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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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방에 들어가 좌정 후에, 춘향 어모 촛불을 돋우켜 들고 사우를 자세히 살펴보니, 걸인 중에는 대방 걸인이 되어 왔것다.
(창조) 춘향어모 간댐이 서늘허여, 어사또를 정신없이 물그러미 보더니, (중몰이)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고, 떳다가 절컥 떨어져서 밖으로 우루루루루루루 것둥거려 후원으로 가서, 정화수 그릇을 두리쳐 메어 와당탕 와그르르르르르 탕탕 부두치며,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기두리고 바랬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여? 칠십당년 늙은 년이 밤이나 낮이나 당상천률으 엎드려서 우리 사우 잘 되라고 하나님 전으 축수를 허였더디, 하나님도 노천이 되신지 살펴주실 줄을 모르시네. 못 믿겄네, 못 믿겄네, 얼굴도 못 믿겄네, 책방에서 글 읽을 제는 밤이나 낮이나 보고보고 또 보아도 귀골로 삼겼기으 천 번이나 만 번이나 믿었더니만, 믿었던 일이 모도다 허사로구나. 설마설마 허였더니 설마가 사람을 상하네그려. 우리 사우 곱던 얼골 과객 형상이 웬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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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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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 초경 이경 삼사오경이 지내가니 파루 시간이 되었구나. 파루는 뎅뎅 치는디 옥루는 잔잔이라. 춘향어무는 정신없이 앉어있고, 향단이는 파루 소리를 들을랴고 대문 밖으 서 있다가 파루 소리 듣고, "마나님 바루 첫나니다. 아기씨으게 가사이다." "오냐, 가자. 먹을 시간도 늦어가고, 갈 시간도 늦었구나." 향단이는 앞을 서고, 걸인 사우는 뒤를 따라 옥으로 내려갈 적, 밤 적적 깊었는디 인정은 고요허고, 밤새들만 '부,부!' 옥문거리를 당도허여 옥문 걸쇠 부여잡고 지긋찌긋 흔들며, 사또가 알까 열려되여 크게 브르진 못허고 속으로 자진허여, "아가, 에미 왔다. 정신채려라. 춘향아!" 가만가만 춘향을 부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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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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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몰이)"여보 서방님 듣조시오. 내일 본관사또 생신잔치 끝에 날 올리라고 영이 나리거던 칼머리나 들어주오. 나를 죽여 내어놓거던, 다른 사람 손 대기 전으 서방님이 삯군인 체 달려들어 나를 업고 물러나와, 우리 둘이 인연 맺던 부용당으 날 뉘이고, 내 속적삼 벳겨내어 세 번 불러 초혼허고, 서방님 손으로 염십허여, 지생여를 곱게 뀌며 나를 메고 나갈 적에, 신산구산을 다 버리고 서울로 올라가서, 선대감 제절 하으 은근히 묻어주오. 정조 한식 단오 추석 선대감 시제 잡순 후으, 주과포혜 따로 채려놓고 서방님 손으로 술 한 잔을 부어들고, 나의 무덤으 올라서서 발 툭툭 세 번 구르며, '춘향아, 청초는 우거진디 앉었느냐 누웠느냐? 내가 와서 주는 술이니 퇴치 말고 많이 먹어라!' 그 말쌈만 허여주오. 그 말밖에 헐 말 없소." 어사또 기가맥혀,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내일 날이 밝거드면 생여를 탈지 가마를 탈지, 그 속이야 뉘가 알랴마는 천봉우출이라니, 솟아날 궁기는 있는 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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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2 |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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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천변인륜홍,
부상으 높이 떠, 양곡으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 개 짖고, 회안봉 구름이 떴다. 노화 낱낱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잘새 펄펄 날아든다. 동정여천파시추 금색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조리 조리요리, 앙금 둥실 떠 사면 바라보니, 지광은 칠백리요, 파광은 천일색인디, 천외무산십이봉은 구름 밖에가 멀고, 해외소상은 일천리 눈앞에 경이로다. 오초는 어이허여 동남으로 벌였고, 건곤은 어이허여 일야으 둥실 떠, 낙포로 가는 저 배, 조각달 무관수에 초회왕의 원혼이요. 모래 속에가 잠신하여 천봉만학을 바래봐, 만경대 구름 속 학선이 울어 있고, 칠보산 비로봉은 허공에 솟아 계산파무울차아 산은 층층 높고, 경수무풍야자파 물은 풍풍 깊고, 만산은 우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락, 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갈 다래몽둥 칡넌출 머루 다래 으름넌출 능수버들 벚나무 오미자 치자 감자 대추 갖인 과목 얼크러지고 뒤틀어져서 구부칭칭 감겼다.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는 분비, 갈매기 해오리 목파리 원앙새 강성두루미 수많은 떼꿩이, 소호천자 기관허던 만수문장으 봉황새, 양양창파점점무 사랑하다고 원앙새, 칠월칠석은 은하수다리 놓던 오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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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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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몰이)
용왕이 듣고 분을 내아, “이놈, 니가 그 말도 당찮허다. 사람이나 김생이나 일신지내장은 다를 바가 없난디, 어찌 네가 간을 내고 듸리고 임의로 출입헌단 말이냐?” “소퇴가 아로리다.” “대왱이 도지일이오, 미지기이로소이다. 복희씨난 어이하야 사신인수가 되얏시며, 신농씨 어쩐 일로 인신우수가 되얏시며, 대왕은 어이하야 꼬리가 저리 지드란 하옵고, 소퇴는 무삼 일로 꼬리가 이리 묘똑하옵고, 대왕의 몸뚱이난 비눌이 번쩍번쩍, 소퇴의 몸에는 털이 요리 송살송살, 까마구로 일러도 오전 까마구 씰개 있고 오후 까마구 씰개 오후 까마구 씰개 없시니, 인생 만물 비금주수가 한가지라 뻑뻑 우기니 답답지 아니 하오리까? 당장으 배를 따 보옵서소.” 용왕이 그제야 돌리느라고, “그러면 네 간을 내고 듸리고 임으로 출입하는 표가 있느냐?” “예! 있지요.” “어디 보자.” “자, 보시오!” 빨그란 궁기가 서이 느런히 있거날, “저 궁기모도 다 어쩐 내력인고?” “내력을 아로리다. 한 궁기로난 대변 보고, 또 한 궁기로난 소변 보고, 남은 궁기로난 간 내고 들이고 임으로 출입하나니다.” “그러면 네 간을 어데로 넣고 어데로 내느냐?”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옵기에 만물시생 동방삼팔목 남방이칠화 서방사구금 북방일육수 중앙오십토 천지음양으 오색광채 아침 안개 저녁 이실 호합하야,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옵기에 만병회춘으 명약이라, 으뜸 약이 되나니다. 미련하더라, 저 주부야. 세상에서 나를 보고 이런 이야글 허였시면 간을 들여다가 대왕 병을 직차허고, 너도 충셍이 나타나 양주양합 좋을 걸. 미련허드라, 저 주부야, 만시지탄이 쓸 데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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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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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이수를 건너 백로주를 어서 가자. 고국산천이 어디멘고? 삼산을 바라보니 천천외으 멀어있고, 일락장사추색원허니 부지하처에 조상군고? 한 곳을 다다르니 한 군자 서 있시되, 푸른 옷 입고 검은 관을 쓰고 문왈, "수로천리에 퇴공이 하이지차오?" 토끼가 대답허되, "회족청산허니 관불과인이요, 탁족무림허니 태불과봉황이요, 소무지식허고 유매평생이라." 한 곳을 다다르니 오호창파연월아 돛대 치는 저 사람은 월범려 아니던가. 함외장강공자류는 등왕각이 여기로다.
(중중몰이) 백마주 바삐 지나 적벽강을 다다르니, 소자첨 범중류로다. 동산상 달 떠 오니 두우간 배회허여 백로횡강 졸시고. 소지노화월일선 초강 어부 빈 배. 기경선자 간 연후공명월지단단이라. 자래 등 저 달을 실어라, 우리 고향을 어서 가. 관산농명월 원해근산 졸시고. 한 곳 당도허니 어조하던 강태공 위수로 돌아들고, 은린옥척 이 뿐이라. 벽해수변을 다달라 깡짱 뛰어 내려서 모른느 채로 가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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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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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몰이 ‘토끼 욕하는 대목’은 세상에 다시 나온 토끼더러 별주부가 간을 달라고 하자 냅다 욕을 퍼붓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반경드름과 함께 경서도 소리의 음악어법을 차용한 것이라 한다. 사람에 따라 이것을 추천목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경토리의 차용이란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가볍고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더늠으로 촐랑대는 토끼를 잘 그려낸다. 김연수가 즐겨 부르는 대목이자 그의 소리 기량이 잘 드러나는 훌륭한 녹음이다. 이어 자진몰이 평조로 ‘사람의 손 내력’이 불리는데, 부침세가 아기자기하다.
원반 : Victor KJ-1279(KRE 428) 녹음 : 1938. 9. 14 (아니리) 가든 퇴끼 돌아서며 별주부를 보고 욕을 허는디, 이런 가관이 없든 것이었다. (중몰이) “에기 시러배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고 ?堧灌?말이냐? 병든 용왕을 살리랴 헌들 성한 토끼 내가 죽을소냐? 미련허드라 미련허드라, 너의 용왕이 미련허드라. 너그 용왕 실겁기 날 같고, 내 미련키 너그 용왕 같거드면 영락없이 죽을 것을, 내 밑궁기 서이 아니드면 내 목심이 어이 살아오리. 내 돌아 간다. 내가 돌아 간다. 백운청산으로 나는 간다.” (아니리) 별주부 하릴없이 수궁으로 돌아가고, 토끼란 놈 게서 방정을 떨다가 그물에 가 조로로록 걸렸것다. (창조) 토끼 기가막혀, “아이고 내가 이거 웬일이냐? 내가 수궁으로 죽었드라면 백골이나 안장할 걸.” (아니리) 이러타시 탄식할 즈음에, 쉬파리 떼가 왱 하고 날아오니 토끼 반기 듣고, “아이고 쉬낭청 사촌들, 어디 갔다가 인자 오시오?” “오, 이놈 너 일 잘 되았구나.” “아이고 사촌들 내 털에 쉬나 좀 실어주면 살어날 도리가 있소.” “야 이놈아, 니 아무리 꾀를 한들 사람의 손 하나를 당할소냐? 사람의 손이라 하는 게 천지 음양지조화가 그 장중에 있느니라. 내이를께 들어 보아라. (자진몰이) 사람으 내력을 들어라, 사람으 내력을 들어라. 사람으 손이라 허는 게 엎어노면 하날이요, 뒷세노면 땡인디, 이리 저리 김 있기난 일월 다니는 길이요, 엄지 장가락이 못허기는 칠월 팔월 구월이요, 소지가 그중으 저룹기는 시월 동지 섣달인디, 자오묘유가 여그 있고, 건감간진 손리곤퇴 선천팔괘가 여그 있고, 불도로 두고 일러도 감중연 간상연 여그 있고, 육도기문에 대장경 천지도 모도 일장중이라. 네 암만 꾀를 헌들 사람 손 당할소냐, 두말 말고 네 죽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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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3 |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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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몰이)
허저는 창만 들고, 장요는 활만 들고, 정욱이는 패군졸을 연거하야 천방지축 달어날 제, 이 곳은 오림이라. 산고곡심 험한 곳에 눈 우에 찬 북풍은 살 쏜 듯이 듸리 불고, 빙판석거 좁은 길로 반생반사 가는 장졸 죽는 자 태반이라. 조승상이 정신을 채려 좌우산천을 둘러 보더니, 공연한 웃음을 내여, ‘희희 하하하하하!” 웃거날, 정욱이가 여짜오되, “아이고 여보 승상님, 무죄한 백만대병 일시함몰 다 죽이고, 무엇이 즐거워 웃나니까?” (아니리) “얘, 정욱아 웃임 이니 날까 보아라. 병목같이 좁은 곳에 복병 열만 묻어 두었시면 우리가 어이 살아 가겼느냐?” 헛 장담 이말 끝에 뜻밖에 산성에서 뇌고 소리가 꿍! (엇몰이) 한 장수 나온다. 한 장수 나와. 얼굴은 형산백옥 같고, 눈은 소상강 물결 같고, 인의 허리 곰의 팔, 백포린 엄신갑 사모장창을 눈 우에 번뜻 들고 우뢰 같은 큰 소리 벽력같이 뒤질러, “네 이놈, 조조야! 상산 조자룡을 아느냐, 모르느냐? 닫지 말고 창 받어라!” 번개같이 달려들어 동에 얼러서 서에 뗑그렁, 남에 얼러서 북에 뗑그렁, 저가 번뜻 저가 번뜻, 백송골이 꿩 차듯, 두께비 파리 잡듯, 장졸의 머리가 추풍낙엽이로구나. 조조가 횡겁하야 말 아래 뚝 떨어져서 거의 죽게가 되었는디, 허저 장요 장합 등이 죽도록 구완허여 간신히 도망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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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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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이렇듯 도망허다 한곳에 쉬어 앉어 정욱이 기 두르며, 군사점고를 허는디, (진양) 허튼 군사 모여들 제, 갑옷 벗인 제장이며, 군복 벗어 두러멘 놈, 부러진 창 깊은 놈, 껜인 활 두러멘 놈, 깨어진 퉁노구 멘 놈, 불에 타서 검은 군사들은 반신불수 갈 수 없고, 창에 찔려 우는 군사 백공천창 피 흘리고, 배고파 기진한 놈, 냉병 들어서 설사난 놈 똥 누르라고 갈 수 없고, ‘어서 오너라’ 부르는 놈, 어떠한 군사 하나는 벙치 벗어 목에 걸고, 군복 벗어서 팔에다 걸고, 부러진 창대를 꺼꾸로 짚고 전동전동 들어오며 신세 자탄으 울음 운다. “아이고 아이고 어이 갈거나. 천리고국을 어이 갈그나. 존중허신 우리 부모, 규중홍안의 젊은 아내, 천리전장 날 보내고 오날이나 소식 올거나, 내일이나 기별이 올거나. 의려망이 몇 밤이며 화석지탄이 몇 날이나 되는고,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