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대표곡들의 집대성 [I Want To See My Mother]
때때로 사람의 선입견이란 정말로 무섭다. ‘서유석’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 국민의 애창곡 ‘가는 세월’의 주인공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수한 목소리로 서울의 운전자들의 귓속에 남아 있는 DJ라는 것이다. 아마 TV를 자주 보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종종 개그맨들이 흉내내던 성대묘사의 한 대상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유석이 국내 포크의 역사 가운데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지금 우리의 뇌리에 박혀 있는 그 모두를 뒤엎어버릴 정도로 대단하다.
소위 초창기 국내 포크의 3대 저항가수라면 김민기, 한대수, 양병집을 꼽곤 한다. 이 세 명의 뮤지션들은 각각 다른 정서와 방법으로 삐뚤어진세상에 대해서 낮은 목소리를 증폭시켰던 송라이터 들이었다. 방법론적인 면에서 밥 딜런(Bob Dylan)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었고, 날카롭게 찌르는 표현보다는 간접적으로 우회시키는 풍자를 즐겨했다는 점등은 양병집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하지만, 이상하게도 서유석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긴급조치 9호’에 의해서 기득권자 층에서 볼 때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던 가수들은 모조리 대마초를 구실로 활동이 정지되었던 적이 있었다. 앞서 언급되었던 포크 뮤지션들은 물론, 대다수의 락 뮤지션들이 커다란 힘에 의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던 시절. 서유석은 자신이 맡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월남 파병에 대한 한 종군기자의 종군기를 여과 없이 방송하며 그들과 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뒤 ‘가는 세월’이 탄생했다. 말 그대로의 연예인들만이 남아서 브라운관과 라디오 전파를 장악하던 시절, ‘높은 곳’에서 보기에도 그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나 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맡다시피 맡았던 한 곡이 이제는 그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자리잡을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유석 자신도 당시의 상황을 “같이 뛰는 경쟁 상대가 아무도 없는 레이스에서 혼자 출발해 달려나가는 기분”이라고 술회하고 있다.
이번에 발매되는, 소위 ‘봉투 앨범’이라고 부르는 그의 통산 세 번째 독집 음반은 ‘대중 가수’ 서유석이 아닌 ‘포크 싱어’서유석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주옥 같은’ 곡들로 가득한 음반이다. 밥딜런이 영향받았던 피트 시거(Pete Seeger)나,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가 했던 것처럼, 국내의 구전 민요를 채보하여 녹음한 ‘타박네’, ‘진주 낭군’을 비롯해서 한대수보다 먼저 취입했던 ‘행복의 나라로’, 방의경의 ‘친구야’, 자신의 작곡 능력을 보여준 ‘하늘’, 당시와 요즈음의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재미있는 ‘파란많은 세상’등 초창기 그를 대표하는 곡들이 당시 수출용으로 제작되어 다른 음반보다 월등히 우수한 음질로 남아 있다. LP복각이지만, 깊은 소리울림을 느낄 수 있는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한 장의 음반으로 ‘포크 싱어’ 서유석의 모두를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가는 세월’을 불렀던 서유석이 초기에 정작 하려고 했던 의도를 들여다보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한 장의 음반으로 만날 수 있는 다른 세상. 바로 ‘재발매’의 묘미란 이런 것이 아닐까.
* 출처 : 리버맨뮤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