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The Way of Peace>
(Kim, Min-Gi with Th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2002년 12월작-Digital Creations
Kim, Min-Gi with Th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김동성 소개의 글
한국 음악계의 보이지 않는 손
김동성의 음악세계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가로서 김동성의 이름은 일반인에게 아직 생소하다. 항상 음악을 수반한 굵직한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배우들이 서있는 무대만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다양한 음악활동의 스펙트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귀 기울였던 음악으로 다가선다. 독창적이고 자유분방한 색채감을 지닌 그의 음악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은 물론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실험적 시도를 오선지를 통해 끊임없이 투영해왔다.
경희대와 동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한 김동성은 그의 후배들에게 교과서가 되어버린 석사학위논문 'Béla Bartók의 작곡기법과 그 특성'을 남기고 독일 쾰른음악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독일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재즈작곡과 편곡을 전공한 그는 항상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 받아 왔지만 음악의 오묘한 원리를 깨우쳐갈수록 우주에 던져진 듯 자꾸만 깊어지고 광활해지는 음악세계에 빠져든다. 귀국후 수많은 장르의 레코딩작업을 거치면서 향후 실용음악의 발전 가능성을 점친 그는 다시 미국의 버클리음악대학에 진학하여 재즈편곡을 전공하게 된다. 버클리음대에서 'Professional Arranger Awards (전문 편곡가상)'를 수상할 만큼 교수진들의 인정을 받아온 그는 당시 작성했던 학습노트의 복사본이 음악학도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명망 있는 이론가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대학교수로 임명되지만 교수라는 사회적 명성과 안정보다는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음악가로 남고싶다며 홀연 사표를 던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음악인이기도하다.
음악계에서 재즈화성과 편곡의 대가로 통하는 그는 다양한 작곡·편곡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 교향악단과의 레코딩작업을 진행해왔다. 영국 런던세션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러시아국립교향악단, 키예프내쇼널심포니와 국내의 KBS교향악단 등 세계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음악적 색감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은 자존심 강하고 까다로운 연주인들을 상대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세계 정상의 음악가로서 필연의 이론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의 표출이며 김동성의 음악적 진로를 가르키는 바로미터이기도하다.
한국현대사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김민기의 작품들을 클래식화한 이번 앨범은 김민기가 이 시대에 남긴 족적만큼이나 값지고 의미 있는 작업이다. 구 소비에트연방의 국민예술가 베로니카 두다로바가 이끄는 세계정상의 러시아국립교향악단의 탁월한 음악해석력과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로 녹음된 이 앨범은 김동성의 연륜이 묻어나는 독특한 색채감과 공간감으로 서정적이면서 격정적인 감성이 잘 조화된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조로운 듯한 구성이지만 뛰어난 질감과 깊이가 느껴지는 음빛깔은 국민적 고전이 되어버린 김민기의 작품들을 저항의 노래에서 어느사이 희망의 노래로 채색하고있다.
'볼가강의 숨결까지 담아왔다'는 작곡가 김동성의 표현대로 러시아 특유의 다소 어두운 음색과 섬세한 감성이 조화된 이 앨범은 오케스트라의 정제된 테크닉과 완벽한 하모니를 통하여 김민기의 인간적 고뇌에 대한 경외심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서정과 감성을 견인하는 무구한 순수함과 예술혼이 깃든 이번작품은 오랫동안 사랑 받는 한국인의 고전이 국경을 넘어 세계인에게까지 아름다운 서정과 가슴 저미는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에 충분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