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달파란, 어어부밴드의 공동작품!
"너무 뜨거워 파랗게 빛나는 불꽃 같다. 올해 나온 영화음악 중에서는 단연 첫 손가락에 꼽을 만 하다." - 중앙일보 김봉석(영화평론가)
그로테스크한 가사… 백현진의 음악세계
백현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또는 어어부 밴드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사당패가 떠오른다. 사당패를 처음 안 것은 초등학교 시절에 본 고우영의 만화 '일지매'에서다.
집시처럼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기예(技藝)를 선보이고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움직임은 비호처럼 날렵하고 우아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거칠고 탁할 것만 같았다.
'애달프다' 라는 말의 의미가 날것으로 얹혀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나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만화 속의 사당패를 바라보았다. 백현진의 목소리를 처음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에서 들었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거야말로 길 위의 노래라고 생각했다.
백현진과 어어부 프로젝트의 노래는 그로테스크하다. 엽기적인 것을 다른 곳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물과 생활에서 그로테스크한 면모를 끌어낸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너무나 익숙한 것도 백현진이 가사로 쓰면 그로테스크해진다.
'꽃잎이 떨어져 그림자 되고 구두에 밟혀서 구멍이 나면 그림자놀이를 하던 남자는 한숨을 쉬며 낙담하네'('구멍난 그림자') 같은 가사는 평범하면서도 가슴을 울린다. 아니 그 평범 자체가 비범인 것일까?
영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는 비범을 가장하다가 엽기 취미로만 흐르지만, 영화음악은 일상적인 그로테스크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태권소녀'의 음악을 맡은 것은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창작집단 복숭아다. '해안선'의 장영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달파란 등이 복숭아의 구성원이다. 라틴 음악을 기조로 한 '…태권소녀'의 음악은 복숭아의 무궁무진한 역량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첨단으로 뛰어다니는 달파란의 전위적이면서 대중적인 감성도 배어 있고, 장영규의 도발적이면서도 진중한 정서 역시 살아 있다. 차가운 라틴음악이라고나 할까. 너무 뜨거워 파랗게 빛나는 불꽃 같다. 올해 나온 영화음악 중에서는 단연 첫 손가락에 꼽을 만 하다.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를 위한…'을 비롯해 다섯곡의 가사를 백현진이 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대수와 백현진이 함께 부른 '구멍난 그림자'다.
영원한 이방인 한대수와 떠돌이 약장수 아니 사당패 백현진이 불러제끼는 '구멍난 그림자'는 진짜로 가슴에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파란만장'이란 수식어의 의미를, 이 노래를 들으며 실감할 수 있다.
-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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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Issue] 주연배우가 직접 부른 한국영화 OST / 시티라이프 12월 23일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의 앨범을 만들었던 영화음악 프로덕 션 ‘복숭아 PRESENTS’의 장영규, ‘YMCA야구단’ ‘공동경비구역JS A’ ‘후아유’를 만든 방준석, ‘나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영화음악에 참여했던 달파란 등 영화 음악꾼(?)들이 모여 만 든 OST.
주연배우 공효진과 조은지의 듀엣곡 ‘침대의 끝’은 어어부 프로젝 트의 장영규가 작곡한 동요풍의 노래. 두 배우의 귀여운 목소리와 유 로 팝 사운드가 어우러져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포크송의 대부 한대수와 백현진이 화음을 맞춘 듀엣곡 ‘구멍난 그림자’는 이 앨범의 백미다.
달파란:달파란의 본명은 강기영. 그는 80년대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 의 유명한 베이시스트였다. 그는 음악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일가견 이 있다. 시나위를 떠난 뒤 만든 그룹 H2O에서는 모던 록을 정착시켰 고, 삐삐 롱 스타킹 이후는 생소하던 테크노를 실험하는 등 앞선 음 악적 행보를 보여주었다.
(영화음악:장영규, 방준석, 달파란, 이병훈 / 굿 인터내셔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