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그것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이상이 있다.
강은일의 해금플러스 Vol.1 - “오래된 미래”
<개요>
우리 나라 전통악기 중 세계화(월드뮤직)에 가장 적합하다는 해금.
이 시대의 가장 개성있는 해금 연주자로 평가받는 강은일이 전통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음반 “오래된 미래”를 선보인다.
“해금플러스”는 해금과 동서양의 여러 악기와 여러 장르의 예술이 함께 호흡하며 우리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보는 자리이며, 전통과 현대적 어법이 조화를 이뤄 한국전통음악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강은일의 오랜 작업이다.
그 동안 강은일은 국악, 클래식, 재즈, 프리뮤직 등 여러 장르의 음악과 인접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해금이라는 악기의 연주영역을 확대시켰으며, 루치아노 파바로티, 조수미, NHK 오케스트라, KBS국악관현악단 등 국내 외 유명아티스트 및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고, 일본에서 개최되는 세계 찰현악기 페스티벌의 한국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재즈하우스 '피트인'에서의 공연, 독일의 살타첼로, 대중가수 안치환, 강산에 등과의 음반 작업으로 해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번 음반에는 한국전통음악을 텍스트로 하고 동시대에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느낌으로 작곡된, 해금의 잠재 가능성을 살린 순도 높은 감성의 동서양 크로스오버 음악의 진수가 수록되어 있다. 해금선율이 가지고 있는 넉넉한 호흡과 다소 거친 듯한 느낌을 주는 찰현악기의 매력은 고급스런 이미지를 넘어 선율성의 아름다움과 절제미가 가득한 새 음악으로 거듭나면서... 마치 한편의 서정시 같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국악을 이미 사랑하는 애호가에게는 우리음악의 새로운 잠재성을 만나는 기쁨이, 국악이 다소 낯선 이들에게는 보편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우리시대 음악과의 따뜻한 조우가 될 것이다.
<수록곡 및 해설>
1. 초수대엽 │5:46┃
홍원기선생이 부른 ‘우조초수대엽’ 가락을 채보하고 거기서 테마 하나를 취했다. 길이로 치면 몇 마디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완전히 새롭게 쓰여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어느 것 하나 원곡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제목이 ‘초수대엽’이다. 3월에 시작해서 8월 중순에 녹음이 완성이 되었으니,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곡이리라.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긴 시간을 두고, 한층 더 깊은 맛의 해금 소리를 빚어내고 싶어했던 강은일! 이번에 느꼈다. 연주자의 욕심을 뜯어말리는 것, 참 어려운 일이면서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Composed by 류형선 / A.Guitar_함춘호 / Daegeum_한충은
2. 비에 젖은 해금 │5:53┃
잠시 자신을 다르게 봐야 할 필요를 느낄 때, 인생에 대한 정직한 성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위무(
��인가. 비에 젖은 몸과 마음이 해금으로 옷을 갈아입으면 어떤 음악이 우리를 휘감을 것인가.... 나는 그렇게 썼고 강은일은 그보다 더 짙게 연주하였다. 추적 추적. 강은일은 내내 이렇게 뇌까렸다. 다른 악기들이 자신을 에워싼 성벽처럼 느껴진다고.
Composed by 류형선 / C.Guitar_곽수환 / A.Guitar_조성우 / A.Bass_박우진 / Piano_신현정 / Clay Drum & Janggu_신창렬 / Piri_박치완
3. 웡이자랑 (부제 : 제주자장가) │4:41┃
도레미솔라로 구성된 독특한 선법의 제주자장가를 솎아먹은 곡이다. 해금과 가야금의 대비감이 음악의 기본골격이 된다. 출처는 ‘자장가’이지만 조금 활발하게 가기로 했다. 이미 다른 트랙에 ‘잠 못드는 이들을 위한’(?) 연주가 많이 배치되어 있었으니까. 대신 앞머리에 강은일 노랫가락을 에피소드로 얹었다. 참, 한가롭게 들릴 것이다. 아직도 우리들 사이에는 논란이 많다. 이 곡이 경쾌한 곡인지, 서정적인 곡인지.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Composed by 류형선 / A.Guitar_조성우 / E.Bass_박우진 / Piano_신현정 / Clay Drum_신창렬 / Gayageum_정혜심
4. 옹헤야 │6:00┃
오로지 강은일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강은일이 연주하는 것을 전제로 쓰여졌고 그가 아니면 아무도 연주 할 수 없는, 그런 곡이기를 바랬다. 녹음하는 내내, 더 폭발하고 싶어하는 강은일의 에너지를 ‘진압’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옹헤야’를 모체로 만든 작품이지만 원곡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흔적은 희미한데 느낌은 여전히 ‘옹헤야’이다. 익살스럽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Composed by 류형선 / A.Guitar_조성우 / E.Bass_박우진 / Keyboard_정은주 / Jambai & Janggu_신창렬 / Piri_진성수 / Gayageum_서은영
5. 오래된 미래 │5:11┃
앨범작업 말미에 강은일이 타이틀을 꺼내놓았다. 오래된 미래! 이를테면 국악은 미래의 음악이라는, 강은일의 평소의 소신이 반영된 컨셉이다. 타이틀이 안겨주는 은밀한 감동에 젖다보니, 이 타이틀로 새로이 한 곡을 더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줄풍류의 타령부분을 모체로 새로운 가락을 빚어보았다. 미래의 줄풍류는 이보다 더 새롭고 더욱 짙은 전통적인 색채로 구현 될 것을 기대하면서.
Composed by 류형선 / C.Guitar_곽수환 / Piri_진성수 / Daegeum_한충은 / Gayageum_서은영 / Janggu_신창렬
6. Fade out │5:13┃
시간에 관한 단상을 해금으로 빚은 곡이다. 간절했던 모든 것들은 조금씩 그리움이 되고 그것마저도 시간이 흘러가고 나면 잊혀지게 된다.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두 흘러간다. 그리고 사라져간다. 이 엄중한 진실 앞에 강은일은 해금을 움켜쥐고 흐느적, 흐느적거렸다. 작곡자 신현정은 시간을 졸여먹을 줄 아는, 아주 독특한 여인일 듯...
Composed by 신현정 / Piano_신현정 / A.Guitar_조성우
7. 비상(a� │4:37┃
몽금포 타령의 선율을 빌려와 5박자의 리듬으로 재구성한 곡이다. 강은일의 해금소리가 진땀을 흘린 곡이다. 플렛없는 베이스의 신비한 음향과 기타 피아노가 한데 어울려 바탕을 깔면 피리가 해금이 놓일 첩경을 예비한다. 이후로 줄곳 피리는 해금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추임새로 부축인다. 비상하는 인생, 비상하는 미래, 비상하는 해금을 위하여. 신창렬의 작품은 늘 그렇다. 원곡의 한치 끄트머리만 살린다. 참, 재기 넘치는 작곡가.
Composed by 신창렬 / A.Guitar_조성우 / F.Bass_박우진 / Piano_신현정 / Percussion_신창렬 / Piri_박치완
8. 낡은 마루바닥 │4:34┃
단아하고 서정적인 곡으로 크로스오버의 깊이를 가늠해 보았다. 피아노의 모호하게 떠도는 화음 속으로 꿈결같은 해금 가락이 편안하게 젖어든다. 그러면 현악기 4개가 풍경을 만든다. 참, 한가로운 그림 아닌가. 알만한 사람은 다 느낄 것이다. 맑은 성품의 작곡가 신동일을 꼭 닮은 곡이라는 것을.
Composed by 신동일 / Piano_신은경 / 1st Violin_정현주, 2nd Violin_변지혜, Viola_김유리, Cello_오지현
9. 라다끄의 여인 │4:10┃
라다끄의 여인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아니, 낼 줄을 모른다. 처녀가 애를 배는 일보 다 화를 내는 것을 더 어색해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늘 활기차고, 신바람이 넘치고 그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티벳 어귀에 위치한 라다끄, 그 가난한(?) 마을의 여인들이 빚어내는 행복의 감도를 지구전체가 복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금과 피아노 5중주의 밀도 있는 크로스 오버를 위해 빈틈없는 텍스추어와 조직적인 대위관계를 구축하였다.
Composed by 신동일 / Piano_신은경 / Buk_신창렬 / 1st Violin_정현주, 2nd Violin_변지혜, Viola_김유리, Cello_오지현
<Article>
○ 강은일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연주자다. 그것은 그의 산조 연주를 들으면 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 같은 그의 활대질은 이제 그만의 상표가 되었다. 더욱이 그는 세상을 향해 열심히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또 세상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 이야기를 열심히 주고받음으로써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 점은 많은 국악 연주자가 너무 일찍 대중과의 소통을 포기해 버리고 마는 요즘 풍조와 대조적이다. 이런 강은일 이기에 이야깃거리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것이 쉽게 수긍이 된다. 그런데 그의 절망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앞 시대의 이야기는 그것이 보존의 가치는 있지만 강은일이 원하는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고, 해금으로 할 수 있는 오늘의 이야기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강은일이 바라본 쪽이 크로스오버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서울대학교 오용록 교수)
○ 그녀는 일찍부터 해금을 통한 크로스오버 음악에 관심을 가져왔다. 타악의 명인인 김대환, 프리뮤직의 대가인 강태환에게 음악적 영향을 받았으며 신관웅, 이정식 등과는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소화해서 해금의 대중화와 새로운 가능성에 일조 하였다. 또한 일본의 재즈하우스 ‘피트인’ 무대에 오르기도 하였다. 아울러 한국의 현대작곡가인 이건용(해금가락 I), 김용진(해금을 위한 소협주곡)등의 작품을 일본의 NHK챔버 오케스트라, 텔레만쳄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동서양의 여러 악기, 대중음악, 클래식, 무용, 문학 등 여러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한 이질적인 음악의 소리내기로 해금이라는 악기의 연주 가능 영역을 확대시켰다. 그의 활대질(Bowing)은 분명 여느 해금 연주자와 차이가 있다. 그녀는 해금 활대 속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 쏟고 있으며, 그녀의 활대질은 사람의 마음을 끌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음악평론가 윤중강)
○ 우리 음악계에서 가장 개성적인 해금연주자로 꼽히는 강은일은 매우 표정적이고 느낌이 강한, 인상적인 연주자다. 한마디로 '몸으로' 해금을 켜는 연주자라 할 수 있다. 그의 연주는 자신이 연주하는 작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과 작품 해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지가 청각적으로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강하게 드러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작곡가 신동일)
○해금연주자 강은일이 주목된다. 그의 활대가 너무 젊어 타자를 소외시키는 대목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지니고 있는 강한 정신적 소인과 태도는 거기에 맞는 독자적 표현 형식을 요청하고 있음을 지나칠 수 없다. 강은일이 있음으로 해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다만, 그가 가는 길에 버티고 있을 명백한 위험들을 늘 살아있는 정신으로 헤쳐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음악평론가 김춘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