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과 이승환의 여러 히트곡을 작곡하여 작곡가로 더 알려진 하림이 2년여간의 공백을 깨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1집에서의 화려한 기교와 두터운 코러스와는 달리 전혀 다른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선율과 악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토이의 유희열은 하림의 2집에선 어쿠스틱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할 정도로 기본적인 피아노, 기타, 베이스의 조합으로 에스닉하며 소박한 악기들을 바탕으로 아일랜드풍의 노래, 탱고, 재즈, 유럽의 민요 같은 느낌의 곡까지 소화를 해내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번 2집 앨범에는 총 13곡이 수록 되었는데 모든 곡을 하림이 직접 작곡 하여 작곡가 다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아일랜드 민속악기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무료한 일상을 떠나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라는 메시지와 이국적인 악기들의 조화로 흥겨운 느낌을 더해준다. 트럼펫 대신 플루 겔혼을 사용하여 먹먹한 브라스와 플룻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지난 봄 어느날"은 간주의 하모니카 솔로의 화려한 기교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보사노바풍의 "멀미"는 사랑에 대한 원망과 억눌린 슬픔을 노래하는 보컬의 감정처리가 섬세하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느린 탱고 풍의 곡 "이방인" 또한 간주 부분의 바이올린 솔로가 슬픔과 그리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피아노와 콘트라 베이스만으로 편곡되어 연주와 조화가 매력적인 "어느 저녁 바에서" 역시 어쿠스틱의 매력이 느껴진다.
이처럼 이번 2집에서 하림은 자신의 음악적 역량과 음악관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담았다. 2년여간을 기다린 팬들에게 이번 하림 2집 음반 발매는 좋은 소식이 될 듯 하다.
윤종신님 글…
'河琳하면 연상되는 그 모든 걸 버렸다.'
제작&기획자 윤종신
어느날 그가 가져온 한장의 CD...
조금은 당황스런 그의 2집 데모들.....1집의 화려한 기교와 한곡한곡마다 두텁게 쌓여진 코러스들...그리고 R&B들....
단 하나도 1집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그리고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선율과 악기들...
첨엔 설득해보려 했지만...곧...포기했다...그는 완강했고...'거리거리 마다 울려퍼지는 주류 음악들을 이젠 거부하겠다'라는 그의 의지에...
오히려 난 설득당하고...이 줏대 없는 제작자는 곧바로 격려 모드로 말을 바꿨다....그를 믿기에...그의 음악과 목소리를 사랑하기에...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의 그 우려가...천천히...묘한 미소로 바뀌고 있었다.....
음악의 Source들이 하나하나 씩 얹혀질때 마다...그의 창의력,감성 그리고 이젠 노련함까지....뭐하나 간섭할 이유도 끼여들 틈도 없었다.
후반부에 너무나 그의 2집에 창작자로 끼고 싶은 나머지 단 한곡 그의 음악에 비해 너무 부족한 몇줄의 가사로 참여했다.
그리고 박주연 누나를 추천했다...이것이 유일한 나의 간섭이다...
참 제작자로서 너무 속보이는 얘기지만....훌륭하다...솔직히 잘 팔리길 바라지만...혹시나 안 팔려도..여한없을 것 같다...
그의 2집 'Whistle in a maze'가 난 너무 자랑스럽기에.....
많은 사람들의 귀에 그리고 가슴에...그의 시도가 즐거움....따스함...참신함..그리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면 하는 상업적 바람을 빼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보도자룐데....
하림님 글….
녹음을 마치고.
작게 들어도 좋은 음악, acoustic sound, 메트로놈에 얽메이지 않기, 가진 만큼만 이야기 하기, 들어 달라고 들러붙지 않기...
음반을 구상하며 끄적거렸던 메모다. 스타일이 강한 흑인 음악을 했던 터라, 스타일만 쫓다가 느끼는 허무함을 가득 끌어안고 있었던때.그 덕에 새음반에서는 굳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한층 자유로울 수 있었다.
2004년 4월, 데모와 악보들, 내 머릿속에만 있는 이미지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연주자들에게 늘어놓는 것으로 2집 음반의 녹음이 시작되었다. 완벽한 시퀀싱이 필요했던 1집 작업과 비교해 너무 무책임한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편안한 음악을 위해서 우선 내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연주자들과 많이 대화하며 녹음을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다녀온 아일랜드여행으로 인해 녹음 작업이 길어지게 된다. 막연히 아일랜드 음악이 흥미로워 홀로 떠났던 여행에서 그동안 혼자 연습하던 악기들을 잘 다루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제서야, 녹음을 하기엔 연주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소속사의 일정과는 무관하게 방에 틀어박혀서 악기 연습에 몰입해야 했다. 이때 연습 한 악기들이 휘슬,바우론,윌리언파이프 등 아일랜드에서 잔뜩 사가지고 온 악기들이다. 그것들을 연습하며, 그곳을 상상하며 몇곡을 더 쓰게 되었는데 그게 이번 앨범의 색깔을 많이 좌우한것 같다.
모든 악기를 컴퓨터 수정이 거의 배재된 채 어쿠스틱으로 편곡해 녹음하는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였고 그렇게 십여곡의 연주녹음을 마쳤을때는 이미 겨울의 한 가운데였다. 그 때 나는 러시아 오데사 국립음대 신문희 교수의 음반작업의 프로듀싱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나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되었다. 허공에 손을 저으며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마음을 쏟아 노래하는 소프라노의 모습은, 마이크 앞에 바짝 붙어 발도 꿈쩍않고 서너시간씩 노래하던 내모습과는 많이 달랐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도 그렇게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짧은 순간 집중해서, 한 호흡으로, 가급적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하지 못할 지라도 노래에 대한 그림이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일에 온 마음을 기울였고, 그것은 이전보다 더 많은 집중을 요하는 일이였다. 그렇게 녹음된 테이크를 고르는 작업은 사뭇 흥미로웠다. 작사가, 엔지니어와 함께 어두운 조명아래 눈을감고 음정에 충실한 잘 부른 테이크가 아닌 마음에 와닿는 테이크를 고르는 것,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매달린 것 일 수도 있겠다.
'자유로움'과 '책임감' 사이를 외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임했던 이번 음반 작업에 대해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 이다. 물론 1집이 그러했듯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나만의 의미와 해석들이 뒤따를 테지만... 이번 음반이 누구에게 어떻게 평가된다 해도, 이제 나의 몫은 끝났다. 남은 것이 있다면 처음의 메모대로 듣는 이들이 느껴주기를 바라는 일일것이다. 듣는이가 그렇게 느껴준다면 그 사실이, 그 고마움이 내가 음악을 하는 큰 힘이 될테니까.
河琳
유희열님 글…
하림 2집 모니터
유희열
피아노와 기타가 있는 무대위에
작은 피리를 손에 쥔 가수는 수줍게 그러나 맘 깊숙이
자신의 13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론 하모니카가 아코디언이 바이올린이 이야기에 표정을 더해준다.
공연이 끝나고 박수와 환호보다는
내 가슴속에 내가 가득함을 느낀다.
하림 2집에선 어쿠스틱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전곡은 기본적인 악기인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의 조합으로 바탕을 칠하고
에스닉하며 소박한 손 악기들로 그림을 완성한다.
사실 이런 편곡은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특히 전체 앨범을 이런 방향으로 잘!! 이끌어 간다는건 실력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하림의 2집 앨범에선 음악감독으로서의 천부적인 역량과 기술적인 조율능력 뿐 아니라
자신의 음악적 어법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오랜 고민들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마도 하림은 2집 앨범을 소박한 무대와 몇 명의 연주자와 부담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그려왔던 것 같다.
특이한 점은 장난으로 시작했다던 악기들을 프로 세션맨의 위치에서
연주해 주눅들게 만들더니, 이 앨범에선 에스닉한 전체의 색을 꾸리는데 활용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풍의 노래부터 탱고, 스탠다드 재즈, 유럽의 구전 민요 같은 노래까지
마치 유레일 패스를 손에쥔 기분이다.
평소에도 끝을 알수 없는 다양한 음악적인 관심과 재능을 보이더니
이번엔 흑인 음악이 아닌 소박한 밴드 음악이다.
'그냥 편하게 떠나라 하네.'
관념적이지만 이 앨범을 들을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기타와 피아노와 노래가 있는 그곳으로, 하림이 손짓하는 그곳으로
오늘밤도 남루한 내 방에서
그냥 편하게 떠나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