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 음악 프로그램이 인정한 밴드 브리즈! 2003년 1월, 국내 락계에 돌풍을 예고하는 걸출한 신예 밴드가 출현했다. 그 전 홍대, 신촌의 클럽 어디에서도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밴드 브리즈(The Breeze)는 방자(?)하게도 포스트 그런지 락을 표방하고 공중파를 통해 데뷔했다. 그것도 출연자 선정에 아주 까다롭기로 소문난 TV 음악 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와 <러브레터> 그리고 라이브 밴드 음악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음악캠프> 등 락 씬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오버 씬에 당당히 등장한 것이다. 이어 내노라하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두시의 데이트> 등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들은 펄 잼, 스톤 템플 파일러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스테인드, 컬렉티브 소울, 크리드 등 국내 락 밴드가 쉽게 소화하기 힘든 90년대 이후 얼터너티브 락 밴드의 주옥같은 명곡을 라이브로 연주할 수 있었다.
화려한 데뷔는 잠시일 뿐 실력이 중요하다. 대중 성향 위주의 방송 활동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어느새 그들은 오버보다는 인디 클럽에서 주목 받는 락 밴드로 성장하였다. 하드 코어와 모던 락으로 양분되어 버린 국내 인디 락씬에서 거의 유일할 만큼 중독성 강한 멜로디컬 하드 락 (그런지 & 포스트 그런지락)을 연주하고 있다. 비록 일반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기엔 한계가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적 색깔과 연주 실력은 많은 전문가가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할 만큼 이미 클럽 씬에서 꽤 이색적이고 반가운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지 락 (grunge rock)은 안 통한다!? 90년대 아메리칸 락의 메인 스트림으로 군림했던 그런지 락이나 포스트 그런지 락이 국내에서는 유난히 푸대접 받고 이런 이유로 어느 밴드나 이를 외면하는 현실이지만, 브리즈는 그들이 가장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 그런지 락이고 그 음악의 영향력과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잘 알고 있다. 비록 1집에서 내세운 '한국형 포스트 그런지 락'이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그런지적 요소를 모색하고 있다.
한 발 앞서가는 브리즈 음악. 미국 내 복고 락의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1집에서 겪은 국내 락 음악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브리즈가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이다. 포스트 그런지 락 밴드답게 그런지 성향과 동시에 70/80년대의 하드 락을 느낄 만큼 육중한 무게가 실린 사운드가 브리즈의 대안이다. "정통 스타일 그대로의 록에 그런지 사운드는 여전히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라고 음악평론가 성우진씨는 그들 음악의 변화를 지적한다. 물론 사운드 일변의 음악이 아니고 간결하고 명료한 멜로디를 곁들여 국내 하드 락 밴드의 약점을 보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락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브리즈의 최근 음악을 들어본 한국 메탈의 선봉 블랙 신드롬의 기타리스트 김재만의 이야기에서 브리즈가 아메리칸 주류의 락에 얼마나 근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대안은 보컬 강불새의 독특한 보이스 칼라가 있어 가능하다. 그의 목소리는 펄잼의 에디 베더와 크리드의 스탠리 스콧의 음색을 빼 닮았을 만큼 샤우팅 창법보다는 멜로디 라인을 맛있게 소화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2집 앨범 < Counterblow >가 오는 7월 발매된다. 1집에 비해 2집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사운드와 그루브 감이 돋보인다. 1집처럼 포스트 그런지 락이라고 규정짓지는 않고 있지만 보컬의 음색이나 기타 리프 등을 고려해 볼 때 역시 그런지 락적 성향이 짓게 베어있다. 1집은 의도하지 않은 다양성이 표현됐다면 2집 Counterblow는 의도된 일관성을 표현했다. 그 일관성은 사운드와 가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1집과 달리 멤버 모두가 제한된 시간 (6개월)에 함께 곡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
육중하고 파워 넘치는 드럼 골격에 드라이브 질감이 시원하게 살아있는 베이스 라인을 올리고 스피디하면서도 선 굵은 사운드와 동시에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기타 사운드를 지향했다. 하지만 자칫 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해비한 사운드의 단점을 다양한 라인으로 보완하는데 주력했다. 해비한 사운드의 일관된 그루브도 좋지만 보다 다양한 느낌의 그루브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가사의 메시지는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운명적으로 또는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선택'의 문제가 현재 브리즈가 고민하는 일상이다.
브리즈는?
90년대 초 시애틀을 중심으로 암울하고 광포한 음악을 쏟아내던 그런지 락에 서정성과 멜로디 라인을 곁들인 포스트 그런지 락의 영향을 받아 국내 밴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직설적이고 강력한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는 4인조 밴드 브리즈!
보컬 강불새 (29), 기타 노주환(27), 베이스 제영(29), 드럼 조한철 (30)로 구성된 브리즈는 각자의 음악적 기량은 물론 오랜 음악적 인연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팀워크가 장점이다. 10대 후반에 만난 이들은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군복무 문제로 각자 따로 음악 활동을 하다 함께 밴드를 만들자던 약속을 10년이 지난 2002년에야 지킬 수 있었다.
1집에 이어 2집도 작곡, 작사, 편곡, 스트링 편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할 만큼 음악적 욕심이 강한 밴드이다. 차세대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는 노주환은 블루스 사라세노와 누노 베테컨트의 영향을 받아 하드락에 블루지한 느낌의 음악을 잘 표현하고, 파워 드라이브 베이스를 구사하는 베이시스트 제영은 절대음감의 소유자로 클래식 작곡법과 피아노를 전공하였기 때문에 자체 스트링 편곡까지 무난히 해결할 정도이다. 드러머 조한철 역시 팀의 리더로서 이미 언더 씬에서는 한국 최고의 파워 드럼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영과 조한철은 LA밴드의 대명사 머틀리 크루의 니키 식스와 타미 리를 닮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밴드의 프런트 맨인 강불새는 작곡은 물론 2집 작사를 도맡을 만큼 음악적 재능이 높다. 시애틀 그런지 4인방 (너바나, 펄 잼, 사운드 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 모두에게서 영향을 받은 탓에 에디 베더와 크리스 코넬을 특히 좋아한다.
* 브리즈 (The Breeze)란 밴드명은 '산들바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언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다가와 어느 순간 돌아보니 곁에 머물러 있는 그런 존재이고 싶다.
* 2집 앨범 타이틀 < Counterblow >는 반격, 대역습의 뜻으로 권투에서 상대가 던지는 주먹을
보고 결정적 날리는 한 방처럼 더욱 강력해진 2집 음악을 상징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