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음악적 욕심이 대중적으로 요구되는 스타일에서 괴리되지 않을 융통성을 갖춰야 하는 것을 전제로, 성공이라는 명제에 도달한 밴드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데뷔 앨범부터 완벽하게 많은 것을 분출하고 서서히 그 에너지를 소멸해가는 유형과 시행착오를 거쳐 밴드로서의 유대감이 더 견고해지고 고유의 음악적 정체성을 점차 완성해가는 대기만성형이다. (물론 한 번의 멤버교체를 겪기도 했지만) 마이 앤트 매리는 드물게도 후자의 모범적인 전형에 속한다.
크라잉 넛의 등장 이후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한 인디 록 무브먼트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시기에 야심찬 출사표를 던진 1집 ‘My Aunt Mary’는 당대에 각광받았던 델리 스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적 성과에 빗대어 무난함 이상의 비범함을 발견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