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Moby)의 새 앨범들을 접하던 때마다 들었던 지배적인 생각은 무엇보다도 ‘이번엔 무얼까’하는 호기심어린 기대였다. 고상한 모양새로 품위를 잡다가도 어느새 전자기타를 들고 스피커의 양 끝을 종횡무진 하는,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주겠다는 각오로 흥겨운 비트를 들려주다가도 금새 너무도 많은 것을 알아버린 듯 우주의 한가운데로 홀연히 떠나버리고 마는 그의 음악은 한결같이 우리의 고정된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어 버리는 재치가 있었다. 그래왔던 기대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2002년 발매된 모비의 신보 [18]은 그간의 ‘의외의 즐거움’들을 반쯤은 제거하고 들어온 셈이다. 그것은 전 지구적인 찬사를 받으며 그의 대표작으로 까지 서슴없이 꼽히는 전작 [Play]의 몇몇 트랙들과 그 엄청난 파급효과로 인하여 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