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은 솔숲을 이고 있었다. 낮은 산의 끝자락이었는데 그 산은 희한하게도 거인이 산허리를 잘라낸 듯 중턱에서 바로 너른 평지가 되어버리는 품새라 이름도 ‘반산’이라 했다. 크고 오래된 소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은 공간이 넓고 하늘은 거의 가려졌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저 위로부터 들리는 솔바람 소리가 제법 웅장했으며 시각적으로도 보암직했다. 간혹 솔향까지 그윽한 그 속에서 귀에 손을 갖다대고 ‘쏴’하면서 강하고 빠르게, ‘쉬이’하면서 여려지는 솔바람 소리를 만들어보곤 했다. 한참이 흘러 몇 해전 가봤더니 그새 뚫린 널찍한 4차선 도로에 맞닿은 옛집은 폐가가 되었고 솔숲은 초라하게 오그라들어 있었다. 그렇게 성장하여 찾아가선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작아진 숲과 옛집, 그리고 담과 골목을 확인하고도, 아직도 눈을 감고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