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낯선 음악,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직선적인 가사와 시원스레 내지르는 보컬로 여성으로는 보기드문 펑크로커인 황보령이 오랜 준비작업 끝에 발표한 첫번째 앨범.
황보령이라는 이름은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에서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김창완, 이상은, 어어부, 삐삐롱스타킹, 황신혜밴드 등과 함께 '도시락 특공대'라는 옴니버스 앨범에 곡을 싣기도 했고, 홍대와 신촌을 중심으로 한 많은 문화 행사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음향시설 없는 스트리트 공연에서도 기타 한대만 들면 바로 관객을 사로잡아 버리는 카리스마, '너희도 한번 이렇게 자유로와 봐' 하고 말하는 듯하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인 이인은 U&me blue에서 활동하고 패닉, 임재범 등의 앨범에서 작곡과 연주에 참가한 능력있는 뮤지션이다. 이인은 감성적인 프로듀스로 황보령의 직선적인 에너지를 절제된 가운데서 포용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의 거침없는 표현과 폭발적인 에너지에 비한다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다소 정적이다. 그러나 정적인 가운데에서도 그녀의 에너지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지친 듯 낮게 읊조릴 때에도 세상을 향한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 있다. 모두 10곡을 담은 황보령의 이 앨범은 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여러 장르를 소화해내고 있다.
'추억 건망증'은 모던한 테크노 버전과 직선적인 펑크 버전의 두버전으로 수록되어 있고, 공연장에서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펑크록 '예쁜이', 서정적인 느낌의 '바람부는 언덕', '아름다운 사람'과 흥겨운 록큰롤 '무슨 기준', 에쓰닉한 느낌을 주는 '탈진'과 얼터너티브-포크록적인 느낌의 '비, 뉴욕, 사람, 거지' 등 이번 앨범을 장르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녀는 이 앨범의 음악을 '펑크노'라 이름 짓는다. 직선적인 가사와 멜로디는 그녀가 가장 영향받은 펑크록적인 느낌을 전해주고, 사운드와 이팩트는 테크노적인 느낌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펑크와 테크노는 이질적인 장르로 어우러지기 힘들 것 같지만, 그녀의 앨범에서 이 새로운 시도는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상은, 김윤아 등 평소 친했던 동료 가수들이 코러스로 참여해 우정을 보여주기도 한 이 앨범은 더 이상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머무르지 않겠다는 황보령의 대중을 향한 첫 걸음이다.
[출처 :난장뮤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