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와 울프강의 만남은 1987년 을 통해서 였다.
"처음 만나자 마자 우리는 상호 문화 소통의 공정을 시작해 나갔다. 이질적인 것에서 전혀 새롭고 자연스런 하나의 음악이 생겨나는 과정은 나를 완전히 매혹시켰다."
울프강의 말처럼 사물놀이와 레드선은 만남과 함께 새로운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시작했고, 이들의 작업은 수십차례의 공연과 앨범 작업으로 이어진다. 레드선은 울프강 푸쉬닉(색소폰, 리더), 자말라딘 타쿠마(베이스), 릭 야나코네(기타), 린다 샤록(보컬)의 4명으로 이루어진 뉴뮤직 그룹이다. 이들은 음악적 특성을 재즈에 두면서 동시에 다른 민족의 음악적 특성을 수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창출해 내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룹이다.
사물놀이와 레드선은 지금까지 3장의 음반을 세계시장에 발표했다.
1집은 'RED SUN / SAMULNORI'라는 타이틀의 음반으로 1989년 POLYGRAM사에 의해 제작되었다. 경기도당굿, 동해안 푸너리 등의 무속 장단에 기초한 이 음반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흥분과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1993년에 제작된 두번째 음반은 'THEN COMES THE WHITE TIGER' 라는 타이틀로 ECM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 "첫 음반은 비엔나에서, 두번째 음반은 한국에서 녹음했다. 완전히 다른 문화, 다른 기후와 토양에서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에 담고 있는 정서도 완전히 틀리다. 두번째 음반의 '수양골'이라는 곡은 춘천의 강변에서 만들어진 곡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여류로운 마음가짐 속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곡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라고 김덕수는 이야기 한다.
1995년 한국의 킹레코드에서 'NANJANG - A NEW HORIZON'이라는 타이틀로 제작된 세번째 앨범에는 동살풀이 장단 위에 힙합, 레게, 랩, 재즈와 같은 서양 음악들이 녹아있고, 판소리가 서양 악기들과 만난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단순히 크로스오버된 음악이 아니다. 우리 장단은 많은 음악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열려있는 음악이고, 'NANJANG - A NEW HORIZON' 은 그러한 우리 음악을 바탕으로 한 우리만의 새로운 음악이다. 그간의 이해와 신뢰를 통해 만들어진 이번 음반은 이들의 음악적 교류의 완성도 높은 결과이다.
"어떤 방향을 생각하고 음악을 한 것이 아니다. 함께 만나서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물놀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완전히 열려있는 음악이다. 우리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졌다." 울프강은 사물놀이가 어떤 다른 민족음악보다도 열려있는 음악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음악과 만났을 때 자기의 것만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융통성 없이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는 전통은 박물관에 갇혀버린 박제일 뿐이다. 새롭게 재해석되고 자유롭게 열려 있어야만이 진정한 전통이라는 것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은 각각의 곡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음반 전체가 드라마처럼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는 땅을 딛은 사람의 것이고, 마지막을 알리는 징은 하늘을 뜻한다. 땅으로부터 하늘을 향하는 웅대한 꿈이 이 음반의 주제이다. 이 음반의 기본 흐름은 그간 사물놀이가 연주해 온 '삼도농악가락'이다. 우리 나라 각 도의 풍물 가락을 재구성, 하나의 산조와 같은 형식을 갖고 있는 '삼도농악가락'은 꽹과리, 징, 장구, 북의 사물에 의해서 연주되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완벽한 구조와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지만, 사물놀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는 레드선과의 협연을 통해 더욱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었다. 사물놀이가 연주하는 리듬은 탄탄한 흐름으로 곡의 토대를 구성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풍물가락의 곡 구성은 도입과 전개, 그리고 즉흥연주에 이은 마무리이다. 레드선의 각 멤버들은 이 구성 안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멜로디를 전개한다. 곡 안에서 사물놀이와 함께 음악을 시작하는 인트로 부분을 보여준뒤, 테마 멜로디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주제의 반복적인 제시의 중간중간에 주제의 변주를 통한 각 악기의 IMPROVISATION(즉흥연주)을 보여준다. 단순히 순차적인 교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 악기들간의 상호 조화, 그리고 타악기와 멜로디 악기와의 대화와 같은 형식을 보이며 종반부로 계속 진행하면서, 음악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이 음반이 이들의 음악적인 완결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THE END IS THE BEGINNING'이라는 마지막 곡의 제목처럼 또다른 시작을 위해, 보다 원숙한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전통을 기대한다.
[출처 : 난장뮤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