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하루가 다르게 숨가쁘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금방 '원시인'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음악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수없이 많은 장르들이 생겨나고 이내 사라져 갔다. 지난 90년대의 록음악만해도 그렇다. 80년대 헤비메탈의 영광을 뒤로하며 등장했던 얼터너티브 열풍도 초반의 맹위에 비해 이내 사라져 갔고, 그 뒤를 이어 떠올랐던 테크노, 모던 록, 브릿 팝등도 록음악의 패권을 완전하게 거머쥐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제 대중은 보다 종합적인 성격의 록음악을 원하고 있다. 요즘 록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를 명확하게 규정짓기 힘들다'는 것이다. 타 장르의 여러 요소가 혼합된 최근의 록음악들은 그 장르적 혈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록 이외의 음악들이 지닌 영양분을 섭취한 뒤, 빠르게 음악적인 세포분열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다양함이 미덕인 세상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첫 번재 정규음반을 공개한 3인조 밴드 퍼니파우다도 다양함이 결집된 록음악을 들려준다. 이들은 Beastie Boys, Beck, Filter, 311 등의 뮤지션을 구분 짓는 하이브리드 락(Hybrid Rock)이라는 장르를 최초로 한국에 선보이는 팀이다.
김호준(보컬, 기타), 이승복(보컬, 드럼, 미디), 홍기섭(보컬,기타)으로 구성된 퍼니파우더의 음반타이틀은 황당하게도 이다. 엉뚱한 제목에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퍼니파우더식 유머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소 방자한(?) 음반타이틀에 곧 미소를 머금게 된다. 그들이 신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치기는 애교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음반에는 그 동안 클럽가에서 닦아온 실력이 실하게 맺혀있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력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밴드의 생명은 연주력이다. 아무리 뛰어난 음악적 아이디어를 지녔다 해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퍼니파우다의 음악은 다양함을 결코 산만하지 않게 풀어낸, 교통정리가 잘된 안정감을 준다. 또한 각 멤버들의 작곡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밖에 곡 구성에서 느껴지는 꼼꼼한 샘플링과 역동적인 진행, 직설적인 가사 등도 돋보인다. 모든 록음악들이 반드시 분노, 저항, 의식을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퍼니파우더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사회의 모순에 대해 분노할 줄 안다는 것이다. 퍼니파우더는 솔직하게 느끼는 대로 사회와 기성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들의 가사를 과격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제 퍼니파우더에겐 제도권 하에서 생존해야 하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진짜와 가짜가 혼란스럽게 얽혀있는 가요계에서 록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만만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발전시킬 줄 안다면 분명 큰 모습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더불어 진정한 의미의 '진짜'가 되리라는 것도.
[출처 : 퍼니파우더 홈페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