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리 한참 나려오다가 별주부하고 탁 들어 받았것다
아이고 코야 아이고 이미야 어 그분 초면에 남의
이맛박은 왜 이렇게 받으시오
자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럽시다
께서는 뉘라 하시오
예 나는 세상에서 이음양 순사시 하던 예부상서
월토일러니 독약주 대취하야 잡생상 그릇
짓고 적하중산하야 머무른지 오랠러니
세상에서 부르기를 명색이 퇴선생이라 부르오
별주부 듣고 함소 왈 퇴선생 높은 이름 들으지
오랠러나 오늘날 상봉키는 하상견지만야요
만만무고불측 이로소이다 아닌게 아니라
잘났고 잘났소 진세에서 몰라 그렇지 우리 수국
들어가면 훈련대장은 똑 사실것이요
미인 미색을 밤낮으로 다리고 동락을 할 것이니
그 아니 좋소 그런듸 퇴선생은 이 세상에서
무슨 재미로 살으시오
뭐 나 지내는 재미는 무상이지요마는
세상 흥미를 한번 이를테니 들어 볼라요
<중모리>
인적없는 녹수청산 일모황혼 저문 날에 월출동령에
잠을 깨어 청림벽해 집을 삼고 갑이 없는 산과
목실 양식을 삼아서 감실헐제 신여부운 일이없어
명산찾어 완경헐제 여산 동남 오로봉과 진국명산
만장봉에 봉래방장 영주삼산이며 태산 승산 영산 화산
만학천봉 오월산과 삼각 계룡 금강산 아미산 수양산을
아니 본 곳이 없이 모다 돌고 영주 삼산이며 완완히
기어올라 흑운을 박차고 백운을 무릎쓰고
여산 낙조경과 위국의 일출경은 완완히
세밀허니 등태산 소천하 공부자의 대관인들
이에서 더하드란 말이냐 밤이면은 완월구경
낮이되면은 유산헐제 이따금 심심허면 적송자의
안기생을 종아리 때려노니 강산풍경 흥미간에
지상 신선이 나 뿐인가
<아니리>
아니게 아니라 잘 지내시오 당신은 발 맵시도
오입쟁이로 생겼거니와 풍채가 참 잘 생겼소
그러나 미간에 화망살이 비쳐 세상에 있고
보면 죽을 지경을 여덟번 당하겠소
어 그분 초면에 방정맞은 소리를 허는군
그래 나 모양이 어째서 그렇게 생겼단 말이요
내가 이를테니 잠깐 들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