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완성된 음반, 한대수의 [MASTERPIECE]
- 최초로 정식 CD화되는 [멀고 먼- 길]과 [무한대]
한국 싱어 송라이터의 기수 한대수의 대표작들이 최초로 정식 CD화되었다. 25년에 걸친 활동기간 동안 발표된 6장의 정규음반 중에서도 최량의 것으로 꼽히는 1집 [멀고 먼- 길](1974)과 3집 [무한대](1989)가 [MASTERPIECE]라는 이름을 얻어 더블 CD화된 것이다. 2000년 4월, 신세계 레코드(두 음반을 처음 발매했던 레이블).
1990년에 CD 제작 테스트용으로 [한대수 골든]이라는 이름의 시제품 CD가 소량 유통되었던 것을 제외하면 [멀고 먼- 길]은 26년, [무한대]는 11년만에 처음으로 CD화가 이루어진 셈이다.(그나마 시제품 CD도 시중에서는 LP와 함께 "희귀음반"이 된지 오래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명반을 거론할 때 늘 최우선순위로 꼽히는 작품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행복의 나라>, <물 좀 주소>,
<바람과 나>(이상 [멀고 먼- 길]), <하루 아침>, <나 혼자>, <마지막 꿈>(이상 [무한대]) 등을 수록하고 있는 이 두 음반은 각각 70년대 한국 포크와 80년대 한국 락을 대표하는 결정판으로 인정받고 있다.
- 5곡의 미발표 보너스 트랙 수록
이번에 발매되는 [MASTERPIECE]는 단순히 이전의 두 음반을 재발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대적,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제외되고 생략되었던 많은 것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야 두 음반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음악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총 5곡의 보너스 트랙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것은 <하루 아침>의 오리지널 어쿠스틱 버전. 그의 팬들에게조차 [무한대]에 수록된 일렉트릭 버전과 1년 전 강산에의 리메이크 버전
정도만이 알려져있는 이 곡은 사실 [멀고 먼- 길]의 다른 수록곡들과 함께 74년에 녹음된 것이었다. 그 당시 "이 곡이 앨범에 들어가면 이 곡뿐 아니라 앨범 전체가 판매금지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75년의 [고무신] 음반이 판매금지된 것을 생각하면 기우가 아니었던 셈이다―수록되지 못했던 이 곡은 89년의 [멀고 먼- 길] 재발매판 LP와 테잎을 통해 단 한번 공개되었던 희귀트랙이다.
그밖에 89년에 녹음한 "개정 버전(REVISED VERSION)"의 <희망가>(원곡은 2집 [고무신](1975)에 수록)를 비롯, 96년에 기타리스트 김도균(그룹 백두산 및 아시아나 출신)과의 듀엣으로 녹음한 <NO RELIGION>, <SPARE PARTS>, <AIDS SONG>의 데모 버전도 기존의 녹음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매니어들의 흥미를 자극할 것 같다.(뒤의 3곡은 [후쿠오카 라이브](1999)와 6집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1999; 국내 미발매)에 각기 다른 버전으로 수록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7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치는 초호화 세션진들의 연주를 한 음반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게 된 것도 주의를 끄는 점이다. 70년대를 대표하는 정성조(건반, 플륫)와 임용환(기타)이 [멀고 먼- 길]에서, 80년대를 대표하는 송홍섭(베이스), 김효국(건반), 황수권(건반), 배수연(드럼), 류복성(퍼커션)과 90년대를 대표하는 손무현(기타), 이병우(기타), 김영진(베이스), 김민기(드럼),
김종서(코러스)가 [무한대]에서, 그리고 김도균(기타)과 홍성수(기타)가 보너스 트랙들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본의 아닌 실력대결을 벌이고 있다.
- 64페이지의 부클릿과 디지털 리마스터링 - <행복의 나라>에서 울려나오는 오르간 소리
또한 [MASTERPIECE]는 그 이름에 걸맞는 아트워크와 부클릿, 그리고 공들인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도 "26년만에 완성된 음반"이라는 호칭을 단순한 수식에 그치지 않게 하고 있다. 특별제작된 하드 커버 재킷 안에는 한대수 자신이 감수한 정확한 가사와 함께 시인이자 사진작가로서의 그의 역량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다량의 시와 사진들, 그리고 바이오그래피와 디스코그래피가 총 64페이지에 걸쳐 수록되어있다.(심의 때문에 타의적으로 바꾸어 불러야 했던 가사의 원문들이
명기되어있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한결 나아진 음질 또한 [MASTERPIECE]의 특기사항이라 하겠다. [무한대]를 제작했던 프로듀서(윤태원)와 엔지니어(정도원)에 의해 직접
진행된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로부터의)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침으로써, 하도 많이 틀어서 닳아버린 LP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개선된 음질이 얻어진 것이다. 음질 개선은 오래된 녹음인 [멀고 먼- 길]에서 특히 두드러져, 이전에는 잘 들리지도 않았던 <행복의 나라>의 오르간 소리(연주: 정성조)와 <인상>의 첼로 소리(연주: 최동휘)가 생생하게 울려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