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기타리스트 닐 자자의 2004년 대망의 신보!
얼마 전, 올림픽의 발생지이며 부활지인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올림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위해(96년 개최를 신청했으나 정치적 파워에 밀려 미국 아틀란타에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 108년만이라는 어색한 모양새 속에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각 방송사들은 올림픽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며 그리스를 대표하는 여러 것들을 소개하였는데, 그 중 그리스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소개 되어진 Maria Callas(그녀는 미국인이지만 그녀의 양친은 모두 그리스인으로 우리가 John Myung을 한국인이라 믿는 것과 진배없다)의 이야기를 접할 수 가 있었다. 그녀가 최고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같은 성악가로서, 조그마하게나마 Agnes Baltsa에 대한 언급을 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그렇다. Agnes Baltsa는 Maria Callas에 비해 분명 ½이었던 것이다. 세상이 존재하는 한 최고들은 존재할 것이고, 그 최고가 있게끔 만들어준 ½들도 존재할 것이다. 최고에 대한 찬사가 당연한 것이지만 ½들에 대한 무관심 또한 너무나도 당연시 되어왔고 그들을 재조명한 여러 영화, 연극, 뮤지컬, 소설 등은 우리에게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음악계에도 분명 최고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 말은 진정한 “참”이면서도 완벽한 “거짓”이다. 팝 음악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영, 미 출신의 음악 스타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형태도 진정한 의미의 “월드뮤직” 이라는 말에 속하지만, 우리들은 편의상 “월드뮤직” 이라는 말을 영, 미 음악이 아닌 비서구권 음악으로 규정 지어 놓고 이야기하듯, 특별한 경계 없이 최고와 ½집단을 구분 규정 지어 놓는다. Jimmy Page는 한 인터뷰에서 Zeppelin이 계속 비행을 하였다면 앞으로의 음악성향은 John의 방향으로 흘러 갔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Zeppelin의 실질적 마지막 앨범인 "In Through The Out Door“를 들어보면 Jimmy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Jimmy 자신이 직접 John Paul Jones는 ½이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록과 블루스, 재즈, R&B를 완벽히 조화시키며 멋진 음악을 만들어 주었던 Steely Dan의 업적은 Donald Fagen과 Walter Becker만의 것은 아니었으며 Tommy Bolin은 Deep Purple의 영광은 Richie Blackmore에게, James Gang의 영광은 Joe Walsh에게 넘긴 비운의 스타였다. 비밥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벌써 “쿨”한 연주를 들려준 Lester Young은 시대를 앞선 선각자 였지만 그가 색소폰에 대해 이야기 되어질 때 Charlie Parker보다 많이 이야기 되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으며(사실 Lester Young을 ½이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너무도 그의 업적이 위대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앨범”이라는 광고문구를 달고 있는 Getz/Gilberto에 Astrud Gilberto의 음성이 실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Prodigy와 Chemical Brothers만을 기억하는 테크노 음악계에 Afro Celt Sound System과 같은 자연주의(?) 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이는 꽤나 드물며 선각자적인 레이블로 평가 받는 ECM 음반들의 모태적 뿌리를 이루는 Shu-De라는 밴드(?)를 알아본 이는 오직 Peter Gabriel 한 사람뿐이었다. Sheila Chandra의 목소리는 성악을 전공했다고 선전하는 유럽의 인기 있는 여러 여성 보컬리스보다 깊이 있으며 신비롭고, 기타리스트로서는 그다지 크게 조명 받지 못한(물론 테크닉적인 면에 한정 되어서겠지만) Steve Hackett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만의 서정미를 지닌 채 록과 클래식 범주를 각각 완벽하게 구사하는 2명의 기타리스트 중 한명이었다. 80년대 초 하프기타라는 독특한 주법으로 연주의 테크닉적인 면, 음악의 스타일적인 면 모두 혁명(?)을 일으킨 Michael Hedges의 연주는, 구사하는 음악이 “뉴에이지” 계열이라는 이유 때문에 Eddie Van Halen의 등장만큼 충격의 느낌은 덜했으며, Steve Vai가 외계(?) 사운드를 창조하고 있을 때 David Bowie 옆에는 Steve 못지않은 또 하나의 외계인이 존재했으니, 그가 Reeves Gabrels이었다. Van Halen Ⅲ는 내용적으로 충실한 멋진 앨범이었지만 밴드의 오리지널리티의 부족으로 외면 받았고, Robert Fripp의 AOR 3부작 중 하나인 Daryl Hall의 솔로 데뷔앨범은 Daryl Hall의 명작으로 손에 꼽힐 만 하나 그의 30년 음악인생과 많이 다르다는 이유로 언급을 꺼려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건반악기를 손으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며 록 음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만한 음악을 선보였던 Brian Eno에 대해 대중들이 알고있는 사실은 Brian Ferry 뒷전의 연주자 혹은 U2의 프로듀서 정도이니 진정한 최고임에도 ½로 평가절하되어있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80년대 말, 90년대 초를 시점으로 Shrapnel레이블을 중심으로 듣는 것조차 숨이 막혀오는 기타연주의 스피드시대가 열렸으니 그 이름만 열거하더라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연주인들 이었다. 지금 그들 중에는 최고의 자리에 등극한 이도 있고, 그 연주 스타일을 꿋꿋이 지키는 이도 있으며, 많은 음악적 변화를 이뤄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이도 있다. 그런 그 시절,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한발 내딛은 ½이 있으니 그가 Neil Zaza였다. 하지만 그가 두발을 딛고 서있기에는 너무나 벅차기 그지 없는 치열한 경쟁의 필드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NEIL ZAZA 되돌아 보기
92년 수많은 기타리스트 틈 속에 조용히 데뷔앨범을 내놓은 NEIL ZAZA……하지만 그에게까지 주목해줄 여력의 팬들은 많지 않았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타이틀의 달고 나온 그의 데뷔앨범 “Two Hands One Heart”에는 당시 원하던 원치 않던 무명의 기타리스트가 거쳐야 할 수순인 속주 연주스타일을 피해갈수는 없었다. 그래야만이 명함을 내밀었던 시절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대부분이 그러하듯 앨범 제작에 필요한 턱없이 부족한 예산 속에 신인들이 품고있는 과잉의욕이 겹친 불만족의 산물은 당시 공룡과도 같은 Michael Lee Firkins, Marty Friedman, Richie Kotzen 등의 데뷔작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점친 일부인들은 적은 시간을 할애하며 공중파를 쏘기 시작했으니, 국내에서도 Faith, Like It’s Going Outta Style이라는 히트곡(?)을 양산 한다. 급기야 일본과 한국에서는 라이센스 작이 발매가 되었으며 “Neil Zaza라는 기타리스트가 있다”라는 이름 알림을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 대한 기억은 점점 지워지고만 있었다. 1년 후 심기일전하여 2번째 작품인 Thrills & Chills를 발표하는데 데뷔작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내용물을 자랑하고 있다. 속주 플레이에서 많이 벗어나 그가 좋아하는 훵키 스타일과 후에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을 멜로디의 수려함이 점점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Melodia와 1집 수록 곡을 다시 어레인지한 Tobaber는 그가 멜로디를 중시하는 연주로 전환하고 있다라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며 후에 그의 최대 히트 곡인 I’m Alright의 전조 같은 곡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것이 Neil Zaza의 전부가 아님을 그는 “Sing”에서 보여주고야 만다. 지금 Neil Zaza의 스타일적?? 곡 I’m Alright이 수록되어있다. 이 곡 하나만으로 잃어버렸던 그의 팬 이외에도 새로운 팬들을 확보해 갔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 기타키드들이 앞 다투어 카피를 했던 곡이며 지금도 그러하니까!!! “Sing”에는 I’m Alright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구전민요 Amazing Grace를 포함 전곡이 자신의 뜻(?)대로 잘 어레인지 되어있으며 하고자 하는 바를 상당부분 성취하고 말았다. 그 후 많은 라이브 경험을 쌓으며 Ten Zen Men과 Snap Crackle & Pop Live를 발표, 즉흥연주와 잼 밴드로서의 실력도 지니고 있음을 만인에게 공표하기도 한다. 99년 희대의 걸작 “Staring At The Sun”을 발표(99년에 발표되었으나 2001년에 정식 유통망을 타고 배포되었다), Journey 의 두 리듬파트의 참여로 견고한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의 기타 톤과 스타일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I Spy, Fargo, Angel, Purple Rain 등을 포함,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뗄 수 없게 만든 음악은 다음 앨범의 기대감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최고 작으로 평가 되고있다. 대부분의 기타 연주자들 앨범이 (0˚에서 90˚ 사이의) 코사인곡선을 그리는데(이는 내용적인 면보다는 신선미의 결여에서 오는 경우가 크다) 비해 Neil Zaza는 사인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후 2002년 One Silent Night 시리즈의 캐롤 모음집을 발표하고 2004년 Melodica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앞으로의 Neil Zaza 신보는 클래식컬 앨범이 될 것이다”라는 보도를 접하고 많은 기대감이 일어났으나 사실 “Staring At The Sun”과 같은 앨범을 한번 더 발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조금 더 컸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Melodica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 앨범이 발표된다는 것이다. 분명 어떤 이유때문에 클래식컬 앨범이 유보가 된 것이다.
MELODICA 들여다보기
Neil Zaza가 직접 작성한 The Making Of Melodica 라는 노트에는 여러 사용 장비들과 하드웨어 그리고 음악적 아이디어들이 쓰여져 있는데, 그 글들 중에는 그의 음악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 실려있었다. 가장 최우선시 생각하는 것은 노래이며, 훌륭한 노래가 결여된, 순간의 놀라움을 위한 연주는 단순히 악보더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악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Melodica에 완전히 반영되어 있었다. 전작 Staring At The Sun이 너무도 훌륭한 앨범이었기에 새 앨범에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불안감도 떨치기는 어려웠는데, 최상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Neil Zaza는 최상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만 것이다. Melodica는 내용적으로나 스타일적으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73분이 넘는 대작이라는 점과 전체적인 곡의 포장을 테크노 사운드로 했다는 점이 차이점일 뿐인데, 테크노라는 말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가 사용한 테크노는 마치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에 깨를 넣어 더 맛있게 보이는 그런 거니까!!! 절대 Neil Zaza의 기타소리를 잡아먹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Mark Leach의 건반, Doug Johns의 베이스, Bill Cioce의 드럼이라는 기본 라인업에 곡마다 과거 그와 연주한 경험이 있는 이들과 약간의 새로운 인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트로를 제외하면 총 14곡의 단편과 중편들로 구성 되어져 있다. 긴장감 넘치는 곡과 서정미를 간직한 곡이 수려한 그의 멜로디에 잘 녹아있는데, 어느 곡이 전자에 해당하고 어느 곡이 후자에 해당하는지는 딱히 구분 지어 설명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들 14트랙이 여러분들의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스스로가 “느낌이 담겨있는 곡”이라 말한 Breadstick, As I Go Before You, Ship Of Dreams, “선율들이 시작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는 Melodica는 타이틀 곡으로 손색이 없으며, “테크노 적인 요소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는 Across The Sands(이 곡에는 멋진 아라비아풍의 멜로디도 들을 수 있다)등이 The Making Of Melodica에서 언급한 곡들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재미있는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유발시키는 Very Important Cat Things, Dan Reed Network의 데뷔앨범에 수록됐던 앨범의 유일한 커버 곡 Forgot To Make Her Mine에서는 열정적인 기타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으며 처음으로 코러스가 삽입되어있기도 한 곡이다. 술 한잔 걸치고 약간의 취기와 함께 들으면 많은 생각을 유발시킬만한 Timothy M. Bradford의 작품 The Flow도 앨범의 백미 중 하나로 그냥 지나치기에 왠지 서운한 감이 드는 곡이다. 전체적으로 기복이 없는 멋진 전개를 보여주는 Melodica는 토끼에게 어울리는 말은 거북이이듯 Neil Zaza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은 멜로디이다라는 점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에필로그
앞서 수많은 ½들을 언급했었다. 그 언급에는 언급에 그치지 않는 푸념이 섞여있음을 눈치채어 주셨으면 한다. Neil Zaza가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이기는 하지만, 그는 냉정하게 말해 아직은 ½이다. 이제 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그가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작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식지않은 왕성한 창작력을 지니 대기만성이라는 점이다. 그가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을 지는 미지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½이 아닌 최고로 등극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Melodica에는 멜로디 미학이 담겨있으며, 연주면에서도 Eddie Van Halen의 화려한 어프로치, Michael Schenker의 멋진 전개, Pat Metheny의 느낌 그리고 Randy Rhoads의 연민의 정까지 이 모두를 느낄 수 있는 플레이가 실려있다. 마지막 곡 Goodbye를 들으며 언젠가는 만들어 낼 클래식컬 앨범에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를 연주하면 참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범작이 아닌 최고의 음악적 성과를 앞으로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 Sing Blue Silv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