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란>에 이어 두 번째로 송해성 감독과 손을 잡은 이재진은 이번 <역도산>의 음악 녹음을 위해 부족한 후반 작업 시간을 쪼개어 체코행을 택했다.
그가 영화 <내츄럴시티>에 이어 다시 체코 오케스트라를 찾은 이유는 주인공 역도산의 굴곡진 삶의 행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유럽의 힘 있는 저음부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재진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 이외의 전곡은 40인조의 체코 심포니가 담당했으며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곡들과 그 이외에 작곡되어진 후 삭제된 음악을 포함해 완성도 높은 음악들로 이번 사운드트랙은 채워져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여주인공 나카타니 미키의 허밍은 이재진 음악 감독이 직접 일본으로 넘어가 하루 만에 녹음하고 돌아오는 숨가쁜 녹음 일정 가운데 만들어진 곡이다. 데모 곡을 들어본 후 당연히 자신이 참여해야 한다고 흔쾌히 의사를 밝힌 후 나카티니 미키 또한 다른 영화 일정으로 바쁜 가운데 극적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극중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아야의 노래”는 영화 엔드 타이틀 때에 체코에서 녹음한 바이올린 솔로버전으로 다시 사용되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귓가에 맴도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사한다.
이 외에 미국 성공기에 등장하는 빠른 비트의 “신세계”라든가, “역도산”, “성공시대” 등의 음악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이재진의 세련된 음악적 색깔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작곡가로 알려진 이재진 음악감독의 선곡이 빛을 발하는 “Espanola”와 “Malaga”등도 영화 안에서 독특하게 사용된다. 시대적 배경을 맞춰 1930년대에 녹음되어진 음악들을 직접 골라 사용했다. 1년 전에 <역도산>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후 한참 동안 감성의 숙성을 통해 발효된 그의 음악이 고스란히 이 한 장의 사운드 트랙에 담겨져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