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 색소폰의 달인, 데이빗 샌본은 현대 재즈와 팝 음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35년에 걸친 레코딩과 연주활동을 통해 그는 탁월함과 유연함이란 두 가지 이상을 함께 구현하려는 노력을 멈춘 적이 없다. 70년대,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이글스THE EAGLES, 린다 론스타트LINDA RONSTADT, 폴 사이몬PAUL SIMON,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 같은 팝의 거장들의 음반과 콘서트에서 그가 들려 준 색소폰 사운드는 팝 음악의 질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80년대에 들어와 그의 관심사는 재즈에 보다 집중되었다. 60이 넘어서도 여전히 젊음을 잃지 않고 있는 그의 음악은 이제 보다 넓은 지평에서 다양한 음악의 모습들을 감싸 안고 있다. 길 골드슈타인GIL GOLDSTEIN으로부터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까지 두루 포용하는 힘은 이와 같이 끊임 없는 노력의 결과라 하겠다.
그래미 후보에 올랐던 2003년 버브 데뷔 앨범, <TIMEAGAIN>의 후속작인, 이 앨범 <CLOSER>에 열린 마음으로 탐구해 나가는 샌본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는 <TIMEAGAIN>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던 스튜어트 레바인STEWART LEVINE이다. 등장하는 뮤지션들의 면모는 화려하고도 중량감이 넘친다: 전자피아노와 오르간에 래리 골딩스LARRY GOLDINGS, 전자피아노와 아코디온에 길 골드슈타인, 바이브라폰에 마이크 마이니에리MIKE MAINIERI, 기타에 러셀 멀론RUSSELL MALONE, 베이스에 크리스찬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 드럼에 스티브 개드STEVE GADD, 퍼커션에 루이스 퀸테로LUIS QUINTERO, 색소폰에 밥 셰퍼드BOB SHEPPARD 등이 그들이다. 리즈 라이트LIZZ WRIGHT는 제임스 테일러의 고전인 “DON’T LET ME BE LONELY TONIGHT”에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다.
<CLOSER>는 하나의 보컬 곡과 10개의 연주곡으로 구성되었다. 샌본의 열린 태도를 드러내듯 수록곡의 면모는 다양하다. 적도의 뜨거움이 연상되는 “TIN TIN DEO”가 앨범의 첫 장을 연다. 푸릇푸릇함이 돋보이는 “POINCIANA”가 있는가 하면 깊은 밤의 번민을 느끼게 하는 “BALLAD OF THE SAD YOUNG MEN”이 있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샌본의 오리지널, “SOFIA”와 “ANOTHER TIME, ANOTHER PLACE”도 있다. 샌본의 탁월한 해석력을 느끼게 하는 이외의 수록곡들로는 압둘라 이브라힘/달러 브랜드의 작품 “CAPETOWN FRINGE”와 호레이스 실버의 고전 “SENOR BLUES”와 “ENCHANTMENT”, 그리고 짙은 페이소스를 전달하는 찰리 채플린의 명작 “SMILE”등이 있다. <CLOSER>의 하이라이트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올타임 리퀘스트라 할 수 있는 제임스 테일러의 “DON’T LET ME BE LONELY TONIGHT”이다. 리즈 라이트의 보컬과 함께 이 곡의 아름다움은 밝게 빛난다.
<CLOSER>가 포괄하는 다양성은 샌본의 음악 인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겠다. 트렌디한 재즈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록, R&B, 팝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했던 사실이 그 토대를 이룬다. “구조물을 세우는 것, 그러면서 간결함을 추구하는 것이 오랫동안 지향했던 일입니다. 블루스와 R&B에서 이것을 배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긴 곡은 6분 남짓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적은 것으로 보다 많은 얘기를 들려주는 것, 필요한 얘기만 하고서 멈추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샌본의 말이다.
“<CLOSER>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앨범이 무엇을 들려주어야 할 지에 대한 그림은 아주 분명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길 골드슈타인과 저는 수록곡의 거의 전부를 편곡해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연주하여 데모를 만들었습니다. 템포와 코드, 나아가 보이싱까지 저의 아이디어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구조 속에 아주 많은 내용은 뮤지션의 해석을 통해 채워지도록 열려 있었습니다.”
샌본의 탁월한 기획력이 빚은 얼개가 아무리 좋다 해도 <CLOSER>가 그것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는 것이다. 창조적이고, 표현력 넘치며 풍부한 감정이 묻어나는 연주로 이 앨범이 완성된 것은 바로 훌륭한 캐스팅 때문이다. 캐스팅에 대한 샌본의 언급이다: “앨범 제작의 90%가 캐스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미주알 고주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편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최적의 사람을 찾아, 내가 원하는 것을 요점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그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참여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것을 쏟아 놓음으로써 앨범의 완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보다 높은 완성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합한 인물, 서로 하나가 되었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찾아냈다면 그 작업의 결과는 늘 기대 이상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1945년 7월 30일 플로리다 탬파에서 태어난 샌본은 세인트 루이스에서 성장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 그는 화끈한 스윙의 즉흥연주와 따뜻함, 표현력 사이에 균형을 갖춘 진 애몬스GENE AMMONS, 아네트 콥ARNETT COBB, 지미 포리스트JIMMY FORREST, 킹 커티스KING CURTIS, 윌리스 “개이터” 잭슨WILLIS “GATOR” JACKSON과 같은 소울-재즈 색소포니스트들에게 매료되었다. 알토 색소폰 주자로 자리를 굳히면서 그는 팝 음악의 매력과 재즈의 품위를 함께 구현하는 인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능력과 유연성으로 말미암아 대 아티스트들의 세션으로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울의 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블루스의 황제, 앨버트 킹ALBERT KING 등과도 공연을 한 적이 있다.
1970년대에 샌본은 탁월한 즉흥연주의 재즈 뮤지션으로서 활동함과 동시에, R&B, 팝, 록 등 각 분야에서 가장 많이 초청받는 세션 뮤지션으로 이름을 높였다. 당대 재즈의 거장, 길 에반스GIL EVANS, 자코 파스토리우스JACO PASTORIUS,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 조 벡JOE BECK, 마크 머피MARK MURPHY 등과 작업했고 데이빗 보위, 이글스, 칼리 사이몬CARLY SIMON, 도니 해더웨이DONNY HATHAWAY,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리더로서 샌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