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 과거를 전면 부정한, 자랑스러운 아일랜드의 아들 BRIAN MCFADDEN
지난 2004년 3월, 팬들의 읍소 속에 웨스트라이프와 결별하고 은퇴를 선언했던 브라이언 맥파든의 다음 행보는 전 아토믹 키튼 멤버였던 케리 카토나와 함께 방송인 겸 사업 파트너로 거듭나는 것이라 알려져 있었다. 이러한 그의 진심은 통해, 나머지 네 멤버들이 웃으며 또 어깨를 토닥거리며 그를 보내준 거라 여겨졌다.
하지만 내막은 그렇게 깔끔하고 아름답지 못했다. 그룹 시절에 크고 작은 사고를 빈번하게 일으켜 황색 언론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그의 에피소드들이, 결국은 다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생활했던 5년여 세월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이야기가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 케리와의 결혼 생활을 완전 정리한 것도 이 시기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매번 그래왔듯 11월을 기해 랫 팩RAT PACK 스타일의 커버 앨범 [ALLOW US TO BE FRANK]를 발표한 웨스트라이프가 국내 매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도 진실에 대한 암시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들은 그의 의사를 존중했고, 제일 먼저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 그에게 용기를 얻어, 이번에 이렇게 놀라운 변신으로 점철된 신보를 낼 수 있었다는 말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종종 만나 돈독한 시간을 보냈다는 말도 잊지 않았고.
그가 새롭게 둥지를 튼 [소니 뮤직 UK]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가 신보 작업에 돌입하기로 작정한 것이 5월부터였다고 한다. 그러면 진작부터 다른 음반사들과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었던 셈이 되고, 무대에서 웃고 노래하며 춤추는 한편으로 이 모든 리뉴얼 계획을 고안해내고 있었을 브라이언의 심경이 한결 애틋하게 다가온다. 사실 그는 평소에도 록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해왔고, 앨범 발매를 즈음해서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최근에는 머룬 파이브 그리고 스노 패트롤의 음반을 즐겨 들었죠. 물론 항시 브라이언 애덤스나 너바나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타 리프 같은 것을 선호했구요."
이 방년 25세의 아일랜드 태생 청년에게는 수려한 하모니를 자랑하며 소녀 팬들을 쥐고 흔드는 러브 발라드 잔치보다 매력적인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다. 웨스트라이프의 음악 스타일도 점차 팬들과 함께 성숙해갈 것이라고 말했던 그지만, 그것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어온 것에 영 불만스러웠나 보다. 대중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 음악 비즈니스 계의 속성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모 아니면 도'일 진검 승부를 획책한 것이다.
하지만 웨스트라이프가 누군가. 총산 12곡의 UK 1위곡을 낳았고 전 세계 3천만장 판매고를 자랑하는 슈퍼 그룹인데다 비틀즈도 이루지 못했던, 7연속 UK 넘버원 싱글 행진 기록을 수립한 팀이다. 그런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그이기에, 숙명적으로 잘하나 못하나 매사, 누누이 비교 당하는 일이 빈번할 것임을 각오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솔직한 편이 두려움보다는 낫겠다고 다짐했다. 영국 팝 음악 씬을 뒤에서 조종하는-그리고 결정적으로 어쩌면 그와 여러 모로 처지가 비슷했을 로비 윌리암스의 솔로 행보를 성공적으로 이끈- 작곡가 겸 프로듀서 가이 챔버스와 함께 만든 솔로 데뷔 싱글은 <REAL TO ME>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스스로 자랑스럽고 떳떳할 수 있도록 내가 주체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아티스트가 되기를 원했던 겁니다."
그간 마땅한 분출구를 찾지 못했던 그의 열정은 데뷔 싱글 <REAL TO ME>를 가이와 곡 작업을 위해 만난 첫날에 거진 다 완성할 수 있게 할 정도로 거셌다.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밴드 음악을 어우르는 그의 허스키 보컬이 귀에 착착 감기는 이 발라드 곡은 지난 9월 6일에 싱글로 발매되었고, 9월 둘째 주 UK 싱글 차트에서 단박에 정상 자리를 꿰차 큰 박수를 받은 곡이다. '달콤한 현실도 꿈일지 모르니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에 솔직하라'는 자전적인 메시지가 깊은 여운을 남긴 곡이다.
단정하게 정리해 다듬은 헤어스타일은 간데 없다. 수염도 좀 덥수룩하게 기른데다 한창 유행하는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코드와는 거리가 먼 남성미를 강조했다. 영국과 호주 그리고 아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영국식 팝/록 사운드를 전면에 부각시킨 만큼 외모도 그에 맞게 혹은 솔직하게 변해야 했던 것이다.
지난 11월 29일에 영국에서 제일 먼저 출시되었던 그의 솔로 앨범 [IRISH SON]은 절반 가량을 가이 챔버스와의 돈독한 팀워크 구축으로 완성했고 나머지 절반은 작곡가 폴 베리, 그리고 프로듀서 마크 테일러, 필 소널리, 리처드 플랙과의 공조로 끝냈다. 치고 빠지는 안타성 히트를 노리고 만든 앨범이 아님은 몇 곡만 들어봐도 바로 감이 온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산고 끝에 탄생된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오죽하면 아내와의 결별과 솔로 활동에의 부담이 겹쳐 다시금 알코올 중독에 빠져, 2번이나 재활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그를 구한 것이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작업 시작 후 3개월이 지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음주 습관이었는데 말이다.
추측성 가십 기사 남발로 물의를 빚곤 하는 영국의 대중지 [선THE SUN]과 12월 초에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앨범 발매 후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이는 앞으로도 지켜질 것이라 선언하기까지 했다. 미드 템포 발라드 <HE'S NO HERO>, 그리고 기승전결이 뛰어난 록 넘버 <PULL MYSELF AWAY>도 실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알코올과 사투를 벌인 자기 자신을 솔직히 그린 곡이라 했다.
후속 싱글로 지난 11월 22일에 출시해 11월 마지막 주 UK 싱글 차트에서 6위로 데뷔했던 타이틀 트랙 <IRISH SON>에서는 신디사이저 연주를 앞세운 록 사운드를 구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일랜드의 자랑'으로 통했던 웨스트라이프 출신 멤버면서 조국 아일랜드의 현실을 위트있게 꼬집고 국교로 통하는 가톨릭에도 애정 어린 도전장을 내걸어 화제를 낳았다. 뮤직 비디오 역시 수정 본이 다시 제작되어 방영되는 곡절이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였던 시절에는 꿈도 못 꾸었을 용기와 도전은, 가정 폭력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