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영원한 자유인, 한대수.
그의 마지막 솔로 콘서트를 담은 탁월한 라이브 앨범
2001 Live - Olympic Fencing Stadium
‘한국 모던 포크의 선구자’라는 수식어는 이제 너무도 흔하고 낯간지러운 말이 되어버렸다.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한대수에게 이 굴레는 이미 벗어던져야 할 답답한 틀과 다름없다. 그는 늘 자기 반복을 일삼는 정형화된 아티스트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10장에 달하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에 포함되는 모든 앨범들은 각각 서로 다른 고유한 색채와 향기를 지니고 있다. 밥 딜런과 비틀즈로 대표되는 시대를 살아온 그는 당대의 대다수 뮤지션들이 그러했듯 록에 음악적 바탕을 두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 중 [멀고 먼 길](’74)과 [고무신](’75),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상처](2004)를 제외한 나머지 앨범들은 형식과 스타일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록 사운드를 담은 작품들이다. 자신의 음악 생활을 정리한 이 라이브 앨범 [2001 Live - Olympic Fencing Stadium]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1년 10월 19일,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펼쳐졌던 한대수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이 라이브 앨범은 여러 면에서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 하나는 앨범에 담긴 공연 실황이 그가 가수/뮤지션의 길에 접어든 이후 두 번째로(32년 만에) 가진 솔로 콘서트이며 그것을 ‘마지막 솔로 콘서트’로 못 박았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이 말은, 그가 8집 앨범 [Eternal Sorrow]를 발표하며 자신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 선언했던 말과 더불어 거짓이 되었지만(이후 2장이 앨범이 더 발표되었고 2004년 4월 대학로 폴리미디어 극장에서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솔로 콘서트를 가졌다), 공연의 규모나 스케일 면에서 앞으로 이런 정도의 콘서트를 갖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공연에 참여한 게스트 뮤지션들의 화려함이다. 국내 음악계에서 각자 자신의 확고한 영역을 지니고 있는 뛰어난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한대수와 함께 멋진 목소리를 들려준 또 다른 주인공들은 전인권과 강산에, 그리고 이상은이다. 한대수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이우창이 건반 연주를 들려주었고 역시 오랜 기간 그와 함께 한 일본인 뮤지션 하치가 기타와 장구를 연주했으며, 김도균의 탁월한 기타 연주 또한 여러 곡들에서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그 외에 앨범으로는 그 존재감을 알 수 없지만 공연 당시 뜨거운 갈채를 받았던 국내 최고의 행위예술가 무세중/무나미 부부의 멋진 춤사위 또한 이 공연을 더욱 빛내주었다. 한대수 자신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세월의 흐름에 의한 자연스러운 연륜이 담긴 목소리에 어우러지는 이러한 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앨범은 라이브 특유의 역동감과 생명력을 보다 풍성하게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두 번째 디스크의 뒤쪽 반을 차지하고 있는 몽고의 전통음악이다. 분명 한대수의 마지막 콘서트라 했는데 몽고의 전통음악이라니, 자칫 주객의 구분이 흐려질 듯한 이러한 편성은 한대수 자신의 강한 의지에 기인한 것이다. 그는 아내 옥사나의 조상의 나라이자, 그 자신 오래 전부터 동경해왔던 몽고의 광활한 대지를 무대 위에 재현하고자 했고 결국 공연을 위해 몽고 국립예술단원들을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무대 위에 서게 된 몽고의 음악인들은 자신들의 혼이 서린 독특한 창법과 전통악기 연주를 서울 하늘 아래에 선보이게 되었고 그들의 깊은 울림을 담은 소리는 이 앨범에 고스란히 수록이 되었다. 이들의 음악을 통해 우리는 목소리를 동시에 두세 갈래로 내는 몽고의 전통 창법인 ‘쿠미(khoomii)’의 진수를 들을 수 있으며, ‘말머리 바이올린’으로 불리는 몽고의 전통 현악기인 ‘모린 후르(morin khuur)’와 역시 몽고식 2줄 기타인 ‘톱슈르(tobshuur)’ 연주를 통해 광대하게 펼쳐진 몽고의 초원을 연상할 수 있다.
18곡의 수록곡들은 어느 한 곡 할 것 없이 뛰어나다. 한대수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톱 연주의 ‘Intro’를 비롯하여 마치 가야금인 양 연주되는 김도균의 ‘기타 산조’가 전해주는 묘한 감흥은 한대수의 스캣과 몽롱한 연주가 담긴 ‘여치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전인권이 보컬과 이정선의 기타 연주가 더해진 ‘자유의 길’이나 이상은이 참여한 ‘마지막 꿈’, 강산에의 시원스런 목소리가 함께 한 ‘물 좀 주소’, 하치의 신명나는 장구가 곁들여진 ‘고무신’, 그리고 모든 게스트 뮤지션들이 같이 열창을 하는 신나는 ‘행복의 나라’ 등을 통해 한대수 음악 특유의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몽고 국립예술단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노래들은 듣는 이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그들이 부르는 우리의 민요 ‘아리랑’을 들으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