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통을 세워가는 재즈 보컬 디 디 브리지워터가 전하는 사랑의 찬가
2002년 노라 존스NORAH JONES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8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면서 수많은 장르의 음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 23세,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나 머라이어 케리MARIAH CAREY와 같은 폭발적인 가창력도 마돈나MADONNA와 같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혹적인 자태도 없었다. 오직 앳된 얼굴과 자그마한 체구에 잔잔하지만 어딘가 거부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음색만이 존재할 뿐... 그녀의 등장과 그래미 수상은 많은 장르의 음악에 강한 자극을 주었고 특히 재즈 보컬들에게 아주 강한 자극제가 되었다. 이후 재즈계에는 노라 존스의 뒤를 이어 수많은 여성 보컬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바야흐로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 사라 본SARAH VAUGHAN으로 이어지는 3대 여성 디바들이 활동했던 시대 이후 오랜만에 여성 보컬들의 전성시대를 열어 가게 되었다. 여기서 노라 존스가 재즈냐 아니냐의 논쟁은 일단 접어두기로 한다 외형상으로 - 앨범 판매량이나 그래미 수상 등 -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라 존스가 여성 보컬들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 그녀의 등장은 이미 90년대 여러 여성 보컬들이 준비해 둔 폭탄에 불을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 재즈 보컬의 현주소
1990년대 여성 재즈 보컬의 구도는 중성적인 보이스와 무거운 느낌이 강한 음악을 추구하는 카산드라 윌슨CASSANDRA WILSON, 팝 음악의 감각을 적극 수용해 재즈의 영역 확장을 추구하는 다이안 리브스DIANNE REEVES,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피아노 연주력을 바탕으로 감성보다는 지적 느낌이 더 강한 다이아나 크롤DIANA KRALL 등 세 사람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들 세 사람의 활발한 활동은 한동안 잊혀지는 듯 했던 여성 재즈 보컬들에 대한 사람들의 추억과 애정을 되살리기에 충분했지만 그 반면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엘라, 빌리 그리고 사라가 다져둔 여성 재즈 보컬만의 전통을 이어가기에는 카산드라 윌슨, 다이안 리브스 그리고 다이아나 크롤이 추구하고 표현하는 스타일이 재즈의 전통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또 다른 것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 이 앨범의 주인공 디디 브리지워터DEE DEE BRIDGEWATER가 바로 그러한 존재가 아닐까?
ABOUT DEE DEE
디디 브리지워터는 참으로 이색적인 경력을 지닌 보컬리스트다. 오늘날 엘라 피츠제럴드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전통적 재즈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지만, 1970년대 중반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더 위즈THE WIZ - 그녀는 이 뮤지컬로 토니상을 수상했다 - 를 시작으로 'SOPHISTICATED LADY', 'LADY DAY', 'CARMEN', 'CABARET', 'BLACK BALLAD' 등 다양한 뮤지컬에 출연해 자신의 음악적 영역이 단지 재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었다. 그런가하면 자기 자신과 음악에 대한 것들을 찾기 위해 1980년대 재즈의 나라 미국을 훌쩍 떠나 프랑스로 이주하여 지속적인 음반 발매와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선보였다. 1990년대 버브 레이블에서의 활동은 그녀의 음악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시간을 통해 그녀는 앞서 엘라 피츠제럴드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점점 희미해져 가는 전통적 여성 재즈 보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여성 보컬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7년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헌정한 <DEAR ELLA>에서 이러한 그녀의 모습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참고로 이 앨범은 97년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디디 브리지워터가 부르는 프랑스 사랑노래愛歌 <J'AI DEUX AMOURS>
2002년 작곡가 쿠르트 바일KURT WEILL의 음악을 재즈로 연주한 <THIS IS NEW> 앨범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J'AI DEUX AMOURS>는 과거 디디 브리지워터가 발표한 수많은 앨범들 가운데 가장 상징적 의미가 많은 앨범으로 기억될 만큼 특별한 사연이 담겨져 있다.
디디 브리지워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에서 거주했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생활은 그녀의 감정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으며 그녀가 여성으로 그리고 아티스트로 성장했던 것, 그리고 미국이 아닌 다른 세계에로 눈을 돌리게 해 주는 등 그녀 자신에게 있어 일대 전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그녀의 남편을 만났고 아들을 얻었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그녀 이름으로 된 쇼를 가지게 되는 등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 이처럼 프랑스에서 생활은 그녀 자신의 일생에 있어 중요한 시간이 되었기에 그녀는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본 앨범은 준비하게 된 것이다.
이 앨범의 아이디어는 1990년대 중반에 처음 논의되었고 2003년에 그녀가 2004년 워싱턴에 위치한 케네디 센터에서 열리는 2004년 프랑스 문화 축제에 포함된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청받으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밴드가 구성되었고 노래할 곡들이 확정되자 디디 브리지워터는 프랑스어를 - 공연의 모든 곡을 프랑스어로 부름 - 공부하게 된다. 2004년 2월 11일 디디와 밴드는 워싱턴에 도착하여 이틀하고 반나절의 리허설을 마치고 밸런타인데이에 두 번의 공연을 선보였다. 모든 곡을 프랑스어로 부를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디디에게 그날 공연의 레퍼토리들을 녹음하라고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고 그것이 바로 본 앨범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본 앨범은 전작에 참여했던 기타리스트 LOUIS WINDBERG를 비롯하여 베이시스트 IRA COLEMAN, 퍼커션 연주자 MININO GARAY가 그대로 참여하고 있으며 프랑스적 분위기를 위해 아코디언 연주자 MARC BERTHOUMIEUX가 참여하여 프랑스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매혹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만들어 내고 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곡 'J'AI DEUX AMOURS'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아름다운 곡으로 인트로는 물론 곡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아코디언 연주가 인상적이다. 영국 가수 더스티 스프링필드가 'IF YOU GO AWAY'라는 제목으로 불러 잘 알려진 애절한 분위기의 'NE ME QUITTE PAS', 장밋빛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LA VIE EN ROSE' 그리고 'AUTUMN LEAVES'로 너무나 잘 알려진 'LES FEILLES MORTES' 등 11곡의 아름다운 노래들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디디 브리지워터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이전 앨범과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가운데 하나인 불어로 노래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 재즈 보컬의 명맥을 이어가는 그녀의 이미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재즈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곡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을 통해 항상 전통의 존중과 발전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해 준 디디 브리지워터, 바라기는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는 여성 재즈 보컬의 명맥을 지금처럼 묵묵히 그 자리에서 지켜주었으면 한다.
- 자료제공: 유니버셜뮤직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