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 유엔 회의장에서 우연히 암살음모를 엿듣게 된 한 여성 통역사를 중심으로 미국 정보부 요원들과 암살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경전, 즉 서스펜스가 영화와 함께 스코어의 뼈대를 이루는 두 번째 범주다. 버스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숨 막히게 진행되는 속도감과 실비아(니콜 키드먼 분)가 샤워준비를 하는 동안 토빈 켈러(숀 펜 분)가 침입자를 목격하고 추격하는 장면의 긴박감 그리고 지도자 주와니가 연설을 위해 유엔에 당도하는 신(scene)에서 관객들은 긴장의 고삐를 한순간도 놓을 수 없다. 격렬하면서도 경쾌하고 빠르게 연주되는 퍼커션, 베이스와 현악기의 격렬한 선율 거기에 힘찬 관악사운드가 조화롭게 편성되어 서스펜스 스릴러의 장르적 전형성에 부합한다.
세 번째는 상처 입은 남녀 주인공 캐릭터와 주변 인물 간의 상호작용에 감정 선을 조율하는 스코어링이다. 이러한 큐들에는 단음과 화음 사이를 오가는 피아노연주와 오보에 독주, 어쿠스틱 기타에 플루트와 바이올린 그리고 약음의 혼이 편곡되어 토빈과 실비아를 중심으로 한 캐릭터들의 감성적인 내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선율의 모티프와 각각의 악기 편성이 조성하는 음감이 총체적으로 변주되고 집약된 ‘End Credits’에서 하워드의 스코어는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도입부 혹은 결부에서 주제선율의 깊은 감동을 전달받는 것과는 다르게 그 마지막 순간에도 영화에 철저히 종속된 배경음악으로서만 무난히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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