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5집은 마야에게 자신을 찾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팬들에겐 요즘 유행처럼 발매되는 리메이크 앨범의 하나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마야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2003년 ‘진달래꽃’ 신드롬을 일으키며 거의 모든 신인상을 수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녀는 2004년 2집 앨범 ‘락스타’로 분위기를 이어가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공연을 가졌다.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 관계자들에게도 찬사를 받은 그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음악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사랑이 부담이 되어서일까? 해가 바뀌고 새로운 앨범을 구상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미국, 영국 등 본고장의 락은 물론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나라와 시대별로 명반으로 손 꼽히는 수 많은 락 앨범을 탐독하며 새 앨범에 대한 그림을 그려 나갔지만, 생각만큼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세계적인 락의 흐름에는 귀를 기울이되 아류작이 아닌 우리나라 만의 락음악, 마야만의 락 음악을 만들어 내고 3집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그 바램을 현실로 옮기기가 마음만큼 쉽지 않았다. 뭔가 정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하지만 진심으로 바라면 이루어 지는 법. 마야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고민을 정리할 기회를 잡게 된다. 2004년 7월 MTV아시아 락부분 신인상 수상을 기점으로 미국공연, 일본 쇼케이스, 필리핀 공연, 미뎀 공식 쇼케이스 초청 공연까지 신인으로서는 누구보다 많은 해외 공연 기회를 가지면서 나라별로 다양하게 해석되어 연주되는 락음악과 본고장의 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특히 2005년 1월 프랑스 칸느에서 있었던 세계적인 명성의 음악 박람회 미뎀이 주관하는 공식 쇼케이스 ‘Live Upstairs at Midem’에 20:1의 경쟁률을 뚫고 유일한 동양인으로 초청 공연을 가지면서 자신의 음악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각 국에서 모인 음악관계자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미뎀공연을 마친 후 락의 본고장을 체험하기 위해 떠난 영국 여행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 “영국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락음악이 우리나라처럼 정통성을 논하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삶과 인생을 노래하는 생활 속의 음악이었다는 것이었어요. 또 우리나라 종로 정도의 크기에 대형 음반 매장이 3개나 있는데 놀랬고, 줄을 서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구입하는 모습에 또 한번 놀랬어요. 이런 팬들의 지지가 있기에 비틀스, 롤링스톤스, 퀸과 같은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락 밴드가 나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동안 자신을 짓누르던 짐 아닌 짐들을 지중해에 던져 버리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을 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자신을 정리하는 앨범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많은 리메이크 앨범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 만류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번 반짝하고 마는 가수가 아닌 오랫동안 사랑 받는 가수가 되겠다는 데뷔 전의 각오를 되새기며 마음을 정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앨범작업을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락 사운드를 얻고 싶으면 외국 프로듀서를 영입하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우리 손으로 만든 진정한 ‘Made in Korea’ 락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마음 가짐으로 할리퀸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김경호, 윤도현, K2김성면, 박상민, 이덕진, 서문탁, 버즈 등 한국대표 락커들의 앨범을 프로듀싱, 디렉팅 했던 표건수를 프로듀서로 영입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은 표건수는 ‘모든 악기가 중요하지만 락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색깔은 기타가 결정한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였던 무겁기만 한 7~80년대 사운드가 아닌 21C형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각오로 기타 녹음에 심혈을 기울였다. 각자 특색이 있는 3종류 10여대의 기타 앰프를 설치해 곡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앰프를 사용하고 강한 락곡에서는 10대의 앰프를 동시에 사용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렇게 녹음된 이번 앨범에서는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들을 수 없었던 강열하면서도 시원한 사운드를 맛볼 수 있다.
곡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억지로 락곡이라는 틀에 짜여져 만들어지는 앨범 보다는 영국에서 배운 교훈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락의 정신으로 한국인의 삶과 인생을 노래하는 또 같이 즐길 수 있는 락음반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금의 마야가 있게 해준,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싹트게 해준 음악들을 모아 마야만의 락스타일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 이러한 작업을 통해 지난날을 정리하고 새롭게 발표할 음악의 기반을 다지고 싶었다. 이런 생각으로 예전부터 모아온 음반을 뒤지며 80여 곡의 이름을 적었다. 이 리스트를 기준으로 첨삭을 거듭한 끝에 최종 14곡을 선곡, 편곡 작업에 들어 갔다.
사춘기 시절 너무도 좋아했던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포함 이문세의 ‘붉은 노을’,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하드락으로 편곡했고 ‘고래사냥’에서는 강력한 랩을 보여준다. 또 브리티쉬 락 스타일로 편곡된 이치현의 ‘사랑의 슬픔’,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모던락 스타일로 편곡된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하드코어 스타일로 편곡된 ‘해야’ 등을 통해 락음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고 있다.
어커스틱 버전으로 재 편곡된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는 강렬한 곡으로 충전된 이번 앨범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곡이다. ‘너무 음악을 잘 하셔서 항상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곡이라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편곡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한 때 부담스러워서 다른 곡을 고를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지만, 꼭 부르고 싶은 곡이라 욕심을 냈어요. 고생 끝에 편곡이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라고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마야는 이 곡에서 절제된 목소리와 스캣(scat : 가사를 대신하여 자유롭게 부르는 재즈 창법)을 통해 음악적으로 한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준다.
또 많은 해외 공연에서 느낀 우리 것의 소중함에 대한 신념으로 녹음한 ‘뱃노래’는 이번 앨범의 숨은 명곡이다.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와 공통 분모를 가진 흑인 블루스 음악에 기반을 두고 연주되는 ‘뱃노래’는 국악과 락음악의 묘한 조화를 보여 준다. 또 후반부에 등장하는 40인조 남성합창단의 코러스는 장엄함마저 느끼게 한다.
새로운 앨범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는 마야는 담담하다. 하지만 자신감에 넘친다. 세상으로 나간다는 기대로 설레임 가득했던 1집, 많은 사랑으로 인해 약간은 부담스러웠던 2집. 결과의 희비를 떠나 뭔가에 끌려 다니는 듯한 기분을 이제 홀가분하게 벗어 던졌다. 정리된 마음으로 자신 있게 삶의 노래를 들려 주는 마야는 팬들이 이번 앨범과 함께 하면서 힘든 일상으로 인해 잠시 잊고 지냈던 희망 가득했던 시절을 돌아 보고 다시 일어나 내일을 향해 달려 나가기를 소망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