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적인 상상력과 아련함으로 우리들을 위로해주는 올드피쉬의 정규앨범 'room.ing'
?★ 2003년부터 홍대 라이브 클럽과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꾸준한 공연과 음악작업으로 이미4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한 SODA의 원맨밴드 올드피쉬 !
★ 가을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서정적인 포크&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소중한 사람과 이야기하듯 소박한 가사들로 더욱 빛나는 데뷔앨범. 우주라는 심해를 여유있게 헤엄치는 선한 물고기 , 올드피쉬
데뷔 앨범인데도 할 말이 꽤 많았는지, 혹은 하고 싶은 말이 넘치는 것인지 2장의 앨범이다. 아니, 그동안 전하지 못한 말을 함께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room.ing]라는 제목의 이 2장 짜리 앨범은 어쩌면 올드피쉬가 그동안 찾아온 길의 표지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곡과 함께 그동안의 데모 음원을 함께 엮인 이 2장 짜리 데뷔 앨범이란, 지금까지의 작업에 대한 자기 확신과 함께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은 올드피쉬가 가려고 하는 길의 표지판이다. 올드피쉬가 2003년부터 본격적인 앨범 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 맨 밴드, 혹은 우주를 유영하는 늙은 물고기로서의 올드피쉬의 사운드는 편안한 안식같은 느낌을 준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푸른 심해를 여유있게 헤엄치는 어떤 물고기가 떠오르거나 목소리가 크지 않은 선한 인상의 남자아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짐작하다시피 올드피쉬는 꽤 오래도록 음반 작업을 해 왔고 데모 앨범과 클럽 공연을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려왔다. 올드피쉬의 음악은 어딘지 낯익게 들린다. 어쩌면 당신은 올드피쉬의 사운드에서 문화창작그룹 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닌게 아니라 올드피쉬의 사운드는 많은 부분 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별이 그려내던 사운드가 차갑고도 온화한 풍경의 흘림체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면, 올드피쉬의 감수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골목을 뛰어가는 여자아이를 떠올리게 한다. 올드피쉬(의 사운드)는 별과 표면적으로 닿아 있음에도 그들의 뒤를 쫓지는 않는다.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타 팝과 일렉트로니카 사이를 종횡으로 누벼온 올드피쉬가 얻은 미덕이다.
"뚜뚜뚜", 그리고 "산들바람을 타고", "시소"에 녹아있는 낯익은 감수성은 낮은 곳에서 차분하게 흐르는 비트를 따라 흐르고, "please"와 "무지개 너머"의 부드러운 속삭임도 인상적이다. 사운드에 대한 독특한 실험이나 유별난 감수성은 없지만, 이 앨범의 미덕은 새로운 것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동안의 작업을 통해 이미 궤도에 오른 올드피쉬의 사운드가 보다 세밀해지고 깔끔해졌다는 데 있을 것이다. 차갑고 부유하는 것 같지만, 불친절하지 않은 사운드, 나른하지만 번뜩이는 가사를 숨겨놓은 음악, [room.ing]는 올드피쉬의 첫 정규 음반임에도 높은 완성도와 대중적인 감수성을 획득하고 있는 음반이다.
인디씬의 역사가 10년을 넘어가는 지금, 이 역사는 어쩌면 올드피쉬와 같은 밴드들의 안정감있는 미학적 완성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글 ㅣ 차우진 _ lazicat@empal.com / 대중음악웹진 [weiv]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