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끝자락 땅끝마을에서도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할 만큼 먼 섬, 보길도. 그 섬에 사는 시인 강제윤이 스무 편의 시를 골라 음악과 함께 묶어 냈다. <보길도에서 온 편지>와 <숨어사는 즐거움>이라는 산문집을 내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 바 있는 강제윤 시인. 섬에 대한 애정과 치열했던 삶의 조각들을 엿볼 수 있어 섬으로의 귀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보길도의 환경을 무참히 파괴하는 댐 증축공사를 막기 위해 33일 동안 단식 투쟁을 하여 공사 재검토라는 결과를 이끌어낼 만큼 섬에 대해 헌신적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가난을 실천하며, 섬으로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저녁 나절의 따뜻한 공기밥 같은 음악을 들려주고 시를 읊어주곤 한다. 그의 천성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이번 음반의 수록곡들 또한 화려하고 자극적인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은 여러 나라의 희귀한 포크 곡들과 강제윤 시인의 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한 곡들이 실려 있다. 자켓의 여자 아이가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또는 시인이 섬의 높은 곳에서 맞는 바람처럼 소박하고 깊은 울림을 가진 여러 나라의 포크 음악들을 선별 수록하였다. 들으면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먼 하늘을 바라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곡들이다. 섬을 찾는 이들의 작은 여행 가이드로 배낭에 챙겨넣어도 좋겠다.
* 출처 : 리버맨뮤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