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슬픔을 이야기 하는가’
한국 힙 합 음악의 파이오니어, 가리온의 두 번째 싱글 [그 날 이후]
1. 무투, 새로운 여정에서 마주친 가리온의 첫 인사
2005년 12월을 기약했던 가리온의 두번 째 싱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힙 합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가리온이지만, 그간 발표한 레코드 결과물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을 생각하면, 가리온의 음악 작업이 2005년을 기점으로 비로소 봇물 터지듯 결
과물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블과 한달 반 전인, 2005년 10월 25일 발매된, 가리온의 첫 번째 싱글 [무투]에 대해 평
단과 힙 합 팬들이 보낸 갈채는 무척 인상적인 것 이었다.
“한국 힙 합 1세대 사명감 그대로 한국어 랩의 진화를 보여준다” – AM 7 (문화일보)2005년 11월 15일 자
“에디터가 뽑은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선정” – 음악지 <52Street>(2005, 12월호)
“한국 힙 합 씬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어준 앨범” – 음악지 <52 Street> (2005, 12월호 연말 음악계 결산 특집 기사 中)
“메타와 나찰에 의해 혁신된 언어는 세상의 프로듀서들을 바벨탑 이전의 세계로 돌려놓는다”
– 필름 2.0 (12월 첫째 주)
“한국어에 대한 가리온의 노력, 혹은 집착, 혹은 고집스러움은 분명 과거의 대가들과 닮은 꼴을 하
고 있다... 힙 합에서 한국어의 예술성을 찾아내기 위한 가리온의 기나긴 여정은…온전히 박수를 보
내야 할 길이다”- 뮤직 인터페이스 <멜론> 웹진 (melon.com)
“전투적이고 비판적이며 진취적인 가사와 물 흐르듯 유연한 라이밍이 빛을 발한다” – 무비위크(No.205)
“가리온은 약이라면 약이고, 독이라면 독이라고 할 만한 ‘한국 힙합의 큰 형님’이라는 사실 때문
인지 무수한 힙합 팬들이 반 강제적으로 그들에게 의무감을 부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완전히 돌아
서지도 않았으며, 제자리만 지키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결과물로써 증명하였다”
- 흑인음악 전문 웹진 <리드머> (rhythmer.net)
싱글 [무투]는 이미 가리온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던 기존의 팬들(연령 대로 봤을 때, 흔히 2635세
대라 불리기도 한다)에게는 가리온의 건재를 다시 확인하게 만든 반가운 앨범이었고, 가리온을 잘
모르던 젊은(어린) 힙 합 팬들에겐 가리온의 음악에 대해 발견하고 좀 더 진지하게 주목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된 앨범이 되었다.
2. 힙 합 뮤지션의 향수와 꿈, [그 날 이후]
가리온의 두번 째 싱글 [그 날 이후]는 곧 다가올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 대한 흥미로운
예고를 또 한번 던져주고 있다. 힙 합 뮤지션으로서의 가리온이 노래하는 과거의 에너지, 현재의 애
수, 미래의 꿈이 하나로 관통하는 어느 지점, 어느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무투]와는 또
다른 신선한 느낌과 알싸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무엇보다 ‘그 날 이후’는 가리온의 두 엠씨,
메타와 나찰이 공개하는 최초의 ‘사랑 노래’라는 점에 작업 이전부터 주변의 기대를 모았던 곡이기
도 하다. 이번 싱글 역시, 곧 나올 정규 앨범과 겹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곡
선정을 했다. 타이틀 곡 ‘그 날 이후’만 또 다른 버전으로 정규 2집에 수록될 예정이며,
‘소문의 거리’와 ‘불멸을 말하며’는 오직 이 싱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곡이다.
자, 그럼 이번 앨범 수록 곡에 대해 가리온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옮겨본다.
-> 그 날 이후
2006년 초 발매를 앞두고 있는 가리온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몇 곡에 걸쳐 흐른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 이 곡은 그 중의 한 파트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두 엠씨의 각기 다른 입장과 표현이 녹아있다. 나찰은 ‘체념’을, 메타는 ‘미련’을 이야기한다. 헤어진 그 날 이후, 봄눈 녹듯 사라질 리 없는 애틋한 감정은 그 대상이, 들리는 가사처럼 ‘연인’일 수 있고, 어쩌면 ‘음악’ 일 수도 있다. 두 엠씨의 자제된 가사는 마치 맑은 겨울의 한낮 같은 선연함과 쓸쓸함을 풍긴다. 국내 몇 안되는 실력파 네오소울 밴드 ‘파워 플라워’와 함께 작업한 최초의 곡으로, 편곡 과정에서 파워 플라워 멤버들과 가진 끈질긴 교류로 서로가 원하던 최적의 형태가 나왔다. 물론 그 뒤에는 엔지니어 ‘Kaystah’의 세심한 공헌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보컬리스트 ‘채영’의 매력적인 보이스는 국내 최강! 국내 힙 합 계에 신선한 파장을 던질 사랑 노래.
-> 소문의 거리
MC META가 프로듀싱한 곡이다. No Beat Only Guitar에 TKO의 비트 박스와 박수소리가 조금 추가되었다. 이번 곡에도 ‘파워 플라워’의 기타리스트 황용은이 참여,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소문의 거리”는 한국 힙 합 씬에서 자주 이야기되곤 하는 ‘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 소문을 말하고 또 그 소문은 왜곡되고 변질되어 이 거리의 덫이 된다. 한쪽 날개 밖에 없어 날지 못하는 우린 그 덫에 걸려 애처롭게 파닥거리기 일쑤다. 어서 벗어나야 할텐데… 예전부터 메타는 이런 스타일의 곡을 만들고 싶었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놓고 오리지낼러티를 살리는데 고심했었다. 결국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메타는 여기서 좀 더 노래에 가까운 랩을 했다. 엔딩 나레이션 스킷은 아리따운 모 여성 뮤지션의 도움으로 만족스러운 녹음이 되었다.
-> 불멸을 말하며
가리온에게 하드코어 힙 합은 ‘불멸’이다. 하드코어 힙 합은 뭐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장 힙 합 다운 힙 합이다. ‘힙 합다움’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 곡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리온은, 하드코어 힙 합의 불멸성을 노래한 이 곡에서 호명되는 뮤지션들에게 리스펙트를 전하며 이 씬의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열망을 노래한다. 국내 신예 특급 프로듀서 Loptimist와의 첫 조인트 곡! 전신(前身)이 아프로킹인 유망한 신진 레이블 Foundation 소속디제이 DJ Jinmoo의 맛깔스런 스크래칭! 실제 작업시간과 레코딩까지 걸린 시간이 가장 짧았던 곡이기도 한데,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음악적 에너지를 그대로 담고 싶었던 두 멤버의 의도가 잘 맞아 떨어졌다. 엔딩 파트의 Shout Out은 녹음실에서 단 한방에 깔끔하게 쏜 프리 스타일 랩. 가리온 뿐만 아니라 수많은 ‘힙 합퍼’들 누구에게 나 힙 합을 처음 받아들였던 그 순간은 ‘불멸’일 것이다. 지금 모두 그 불멸을 말하라!
“2006년, 진정한 불멸을 들고 여러분에게 찾아 가겠습니다.” from MC Meta & Naacha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