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영혼을 잠식한다.
<손님은 왕이다>의 음악감독을 맡은 정재환님은 우연히 한 술자리에서 만났다.??
그의 별명인 ‘무자비’가 딱 어울리는 외모에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올라 고난도 유머를?거침없이 구사하던 정재환님의 첫인상이?참 독특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무자비하고 산 같은 외모를 보면서 어떻게 그 안에 그렇게 아름다운 음을 숨겨놓았다가 꺼내어 놓는 것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
다음날 바로 여기저기를 뒤져가며?정재환님의 솜씨가 담긴 음악들을 찾아 들어 보았는데...
(그는 이미 독립영화 쪽과 게임음악 쪽에서 여러 편의 작품경력과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무척 감성적이면서도 또한 절대 가볍지 않은?느낌에 맘이 끌렸다.
얼마 후에 공식적으로 만나자고 내가 먼저 연락해서 <손님은 왕이다>의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도와달라고 했다. 며칠 후, 그로부터 함께 작업을 해보고?싶다는 답이 왔다.?고마웠다.
그와 내가 ‘함께 가자!’ 의기투합하고 마주 앉은 첫 미팅. 내가 말했다.
“화려한 듯 하지만 왠지 안타까운 느낌이 깔려있는 음악이었으면….”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 우리 둘은 거의 동시에 내뱉은 말. “탱고!! ”
영화 속에서 양길이 춤을 출 때 흐르는 음악 “Poor Player”은 그렇게 시작됐다.
촬영과 편집을 겨우겨우 끝내고 나서 후반작업의 대부분의 시간을 난 음악감독 작업실에서 보냈다. 정재환 음악감독이 영화음악들을 창조해내는 과정을 나는 마치 5살짜리 꼬마아이가 멋진 마술사의 마술을 보는듯한 경외심으로 가지고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 제작 제반 여건상, 결코 녹녹하지 않은 환경과 조건에서 무척 힘든 강행군이었던 음악작업. 나는 그에게 <손님은 왕이다>라는 작고 추레한 그릇을 내밀었지만 그는 그 그릇이 차고 넘치도록 좋은 음악을 담아주었다
그는 음악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고 편곡하는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감독의 생각과 느낌, 또한 영화가 가진 정서와 감수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영화를 만들어간 공동 창작자이자 동지였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The fear eats the soul)”
유명한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제목이기도 하고 또한 <손님은 왕이다>에서 협박자 양길이 이발사 창진을 협박할 때 인용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정재환 음악감독을 위해 나는 또 한번 이 멋진 말을 인용해야만 할 것 같다.
그의 음악은 영혼을 잠식한다.
다음 번에는 그의 음악을 담기에 충분한 더 크고 예쁜 그릇을 내밀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지로서 함께 해준 정재환님께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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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체격의 정재환 음악감독님. 그 체격만큼이나 마음 든든한 동지를 얻어서 좋다.
오기현감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