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uvelle Vague
태초에 조앙 질베르뚜(Joao Gilberto)와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이 있었다. 스탠 겟츠(Stan Getz)가 잠깐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에 떠났던 브라질 여행 중에 이들을 발견했고, 셋이서 함께 녹음했던 앨범<Getz/Gilberto>은 브라질의 외딴 마을부터 미국의 백악관까지 점령하면서 비로소 보사노바는 전세계의 트렌드가 된다. 이 미칠듯한 열풍은 지금에 와서도 끊이지를 않고 있는데, 종주국인 남미를 비롯하여 비슷한 문화권인 유럽의 스페인까지도 그러한 움직임은 진행형에 있다. 안 그래도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인해 작금은 가히 전세계적 축구 열풍이라 할 수 있겠는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브라질과 스페인은 보사노바 강국인 동시에 축구 강국이라는 사실이다. 보사노바는 리스너의 입장에서 듣기에 편하고 느려보이지만 정작 그에 반해 기타 코드가 빡쌔고 어렵기로 유명한데, 실로 브라질 축구가 그러한 모습이다. 스피디하고 압박하는 느낌보다는 여유로운 듯 보이면서도 정교한 플레이가 마치 보사노바 기타플레이의 그것과 닮아있다. 졸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 아니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다만 조빔 어르신은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 좋아하던 축구조차 잊곤 한다.” 이것은 사카모토/모렐렌바움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 써있는 멘트로 보사노바권 사람들에게 축구 또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듯 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에서 주인공인 마르코는 까에따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Cucurucucu Paloma>의 공연을 보다가 갑자기 식장을 뛰쳐나가면서 “저 부분만 들으면 슬퍼져”라며 흐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같이 영화를 봤던 친구는 “사내놈이 왜 저 모양이냐”며 비웃었는데 나는 마르코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척 했다. 정말 보사노바의 어느 부분이 그렇기 때문이다.
어느 스페인 보사노바 아티스트의 이야기
지금 우리가 이야기할 라몬 레알(Ramon Leal)은 현재 가장 존경받는 보사노바 아티스트중 하나이다. 50년대 중반에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60년대말에 어린시절을 보내며 자신의 누이에게 기타를 배웠는데, 그는 비틀즈(Beatles)나 비치 보이즈(Bitch Boys)의 악보들을 해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7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그는 재즈와 삼바, 그리고 보사노바에 빠져드는데, 결국 그러한 움직임은 삼십년이 지난 지금에 까지 이르고 있다. 그에게 보사노바는 새로운 세계였다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질베르뚜나 조빔, 그리고 벨로주와 시코 바로끄(Chico Buarque) 등의 대가들과 데오다토(Deodato), 토미 리푸마(Tommy Lipuma)등의 편곡자/프로듀서들의 이름 또한 발견하게 된다. 같은 곡들도 유명 프로듀서와 편곡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원곡보다 훨씬 풍부해지며 감성적이고 효과적으로 변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편곡과 재배치, 그리고 새로운 어레인지에 대한 미칠듯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그는 스페인 최고의 보사노바 연주자/프로듀서가 되는데 기존의 보사노바 클래식을 어떤식으로 가공하는가에 중점을 두었고 그것은 원곡들과는 또다른 묘미와 감동을 주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그 이후에도 시에스타에서 발매된 리타 칼립소(Rita Calypso)와 컴필레이션 <여행 삼부작>의 기획과 프로듀싱을 담당하였으며 스페인 보사노바 씬의 최대 걸작중 하나인 자신의 앨범 <Club Da Chave>를 발표하게 되면서 그는 전세계를 아울러 가장 중요한 보사노바 프로듀서가 된다.
Clube Da Chave
1955년, 조앙 질베르뚜는 여자친구이자 가수인 실비아 텔(Sylvia Telles)과 헤어지면서 리우 데 자네이루 라는 동네와 음악에 대해 지겨워 졌으며 그리하여 뮤지션인 루이스 텔(Luis Telles)과 함께 폴투 알레그레로 떠났다. 그가 일상과 음악에 지쳐갈 때 즈음, 그곳에 위치한 클럽 Da Chave라는 공간은 그에게 창작의 자극을 주었다. 그는 그곳에서 몇 달 동안 공연하면서 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갔으며, 결국 그는 리우 데 자네이루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긴 휴지기 이후 질베르뚜는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을 그의 진심을 담아 노래로 만드는 것을 추진했고 그 결과는 보시다시피 마에스트로가 되었다.
한때 라몬 레알은 보사노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보사노바와 재즈에 대한 열정을 추구했지만 스페인의 현실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시행착오와 꾸준한 연구로 그는 현재 스페인 보사노바 씬의 마에스트로 자리에 올랐으며 지금 이 음반이 그가 연구해낸 보사노바의 정점을 담고 있는 음반이라 해도 크게 오버하는게 아니다. <Club Da Chave>는 대부분의 보사노바 클래식들을 담고 있는데, 오래 전에 아스트럿 질베르뚜(Astrud Gilberto) 버전으로 국내 CF에 삽입되기도 한 <Bim Bom>, 한국에서는 라몬 레알 버전으로 유독 사랑 받았던 <so danco samba>, 가슴 저미는 조빔의 클래식 넘버인 <so em teus bracos> 그 밖에 단정하고 슬픈 라몬 레알의 자작 기타 연주곡 <Mariate>등의 놀랍고 아름다운 트랙들로 가득하다.
< Clube Da Chave>는 아름다운 지중해를 배경으로 단정하고 우수에 젖은 가공된 스페인산 보사노바 사운드를 여과 없이 선보이고 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사람역시 시에스타에서 발매된 그 어떤 음반 중에서도 가장 이 앨범을 사랑하고 있다. 나는 바이닐(=LP)로 이것을 가지고 있는데 레코드 색깔이 하얀색으로 되어있더라. 시에스타에서 발매한 LP들의 알판은 대부분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시에스타에서 발매하는 LP들을 수집하는 것도 당신의 일상을 더욱 간지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따뜻하고 단정하면서도 섬세한 본 앨범은 지중해 부근에서 비치발리볼 같은 걸로 축구하고 있는 애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이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의 뒤에 흘러줄 것 같은 음악들을 담고있다. 그것은 당신의 생각보다 센티멘탈하다.
* 출처 : 파스텔뮤직 홍보자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