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역사, 마일스 데이비스의 가장 멋진(Cool) 작품들을 모은(Collect) 음반. 마일스의 대표곡이면서도 초심자들이 듣기에 부담이 없는 12개의 작품에 카를로스 산타나가 참여한 미공개 리믹스 곡이 추가되었다. 마일스가 영화 음악을 맡았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OST 삽입곡 “Generique”, 모두가 인정하는 걸작 “Kind Of Blue”에 삽입된 재즈사에 길이 남을 명곡 “So What”, 마일스의 멜랑콜리한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Stella By Starlight”, “Bye Bye Blackbird”, “Round Midnight”, 마일스가 만들고 연주한 대표적인 오리지널 “Milestones”, “Seven Steps To Heaven”등을 만날 수 있다. 산타나의 기타와 그루브가 가미된 보너스 리믹스 곡은 이 앨범의 또다른 하이라이트.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OST에 삽입된 “Generique”
절대 걸작 “Kind Of Blue”에 수록된 재즈사에 길이 남을 명곡 “So What”
마일스의 멜랑콜리한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아름다운 작품
“Stella By Starlight”, “Bye Bye Blackbird”, “Round Midnight”
마일스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클래식 “Milestones”, “Seven Steps To Heaven”
팝음악을 다시 연주한 “Time After Time”, “Human Nature”
산타나의 기타와 그루브가 가미된 미공개 리믹스 곡 “It’s About That Time” 등 13곡 수록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된 마일즈 데이비스에 관한 자서전과 평전 그리고 나름대로 그의 음반들을 찾아 듣고는 있지만 가끔 ‘불가능한 작전’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 따라간다고 따라가질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드는 것.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고 했던가. 마일즈는 셀 수 없이 많은 미공개 레코딩을 콜롬비아와 그 외 레이블의 음반 창고에 남겨놓았다. 천만다행인지 불행인지 덕분에 우리는 해마다 그의 이름으로 된 수없이 많은 음반들을 지금도 또 앞으로 접할 수 있을게다. 간혹 주위에서 ‘마일즈 디스코그라피 전작’이라는 대업을 꾀하려는 분들을 종종 본적이 있다. 확실치는 않지만 이들 역시 컬렉팅하는 과정에서 글쓴이와 같은 암담함 심정을 몇 번씩 느끼지 않았을까. 물론 이미 작업에 착수한 그들에 비하면 글쓴이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아무튼 마일즈의 업적내지 발자취를 쫓아가는 것은 정말 난코스 중의 난코스가 아닐 수 없다.
베스트 음반만 해도 수없이 많은 마일즈
그렇다면 과연 ‘마일즈 길라잡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컬렉터나 마니아 입장이 아니라면, 즉 재즈 입문자이거나 아직은 마일즈라는 퍼즐과 같은 음악세계에 투신코자 마음먹지 않은 사람이라면 글쓴이는 그의 베스트 음반을 먼저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마일즈 마냥 디스코그라피가 구구단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뮤지션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베스트 음반의 수 역시 정규작에 버금갈 만큼 상당수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음반 매장에 갔는데 이렇게 많은 베스트 음반이 한 자리에 있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무척 난감해질 듯. 곡을 보고 결정하려고 해도 고민되기는 마찬가지. 세션 리스트를 봐도 그렇다. 마일즈는 항상 최고의 뮤지션들과 활동해왔기에 재즈 팬들이라면 혹 할 수 밖에 없는 라인업으로 녹음된 음반들이 대부분이다. 웨인 쇼터(Wayne Shorter)-허비 행콕(Herbie Hancock)-론 카터(Ron Carter)-토니 윌리엄스(Tony Williams)로 이루어진 60년대 세컨드 퀸텟이나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 빌 에반스(Bill Evans), 길 에반스(Gil Evans) 그리고 70년대로 넘어와서는 키스 자렛(Keith Jarrett),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 등 특정 뮤지션이 참여한 마일즈의 음반을 고집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선택의 폭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마일즈 카탈로그의 마르지 않는 셈, 콜롬비아
이 정도 듣고 나면 “와~ 마일즈라는 뮤지션의 음반 듣기가 상당히 버거운 것이구나”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혀를 내두르며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흥미롭게도 마일즈의 음악사는 시기별 편성에 따라, 혹은 비밥, 쿨, 하드밥, 퓨전재즈 등의 스타일별로, 또는 레이블별로 분류할 수 있어 ‘마일즈 길라잡이’의 밝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생전에 마일즈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가장 추천하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레이블별로 마일즈의 음악사에 대해 파악해보는 것. 이것이 왜 간단한지에 대해서는 대략 마일즈의 굵직한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면 금새 알 수 있다. 블루 노트-프리스티지(현재 콩코드 산하)-콜롬비아(현재 소니비엠지 산하)-워너 등으로 초 간단 분류가 되기 때문. 물론 이외 다른 레이블에서 발표된 음반들도 상당수 되나 대체로 정규작으로 보기 어려운 음반들이라 할 수 있다. 각 레이블별로 마일즈의 활동상이 틀리기는 하나 이중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할 레이블은 바로 콜롬비아(Columbia)이다. 마일즈가 가장 오래 활동하였고 그만큼 음반 발표도 많이 했던 곳이 콜롬비아이며 우리가 앞서 살펴본 마일즈 관련 베스트 음반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도 이 곳이다. 마일즈가 콜롬비아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은 56년작 ['Round About Midnight]이다. 이 음반 이후 마일즈는 약 30년 동안 컬럼비아에서 50여장이 족히 넘는 음반을 발표하였다. 또한 다른 곳에서와 달리 마일즈는 콜롬비아 재적시절 기획성 강한 음반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하였으며 그가 남긴 역사적인 대표작들의 대부분은 여기에서 배출되었다.
컬럼비아 시절 마일즈의 대표적인 쿨리스트 컷
마일즈 탄생 80주년을 맞은 올해 컬럼비아에서 마일즈에 관한 베스트 음반이 또 나온다고 해서 글쓴이는 솔깃해졌다. 일단 검정 선글라스에 ‘Miles’와 ‘Cool & Collected’라는 심플한 문구가 프린트된 범상치 않은 앨범 자켓 커버가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독특한 커버 디자인은 전세계 12개 디자인 전문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마일스 데이비스 커버 콘테스트의 대상 작품이다. 이태리 Instituto Europea Of Design에 재학 중인 베르트 스테파노(Bert Stefano)의 작품. 앨범 부클릿을 살펴보면 마일즈의 다양한 사진과 ‘Dark’ ‘Sensual’ ‘Sexy’ ‘Aloof’ 그리고 ‘Shocking’ 등 다양한 단어들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마일즈와 ‘Cool’을 매치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한편 앨범 타이틀에 ‘Cool’이라는 단어가 있어 본작을 마일즈의 쿨 재즈 스타일의 곡들만 모아놓은 음반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쿨 재즈를 염두하고 만들어진 베스트 음반은 아니다. 단어적 의미를 좀 더 확장해서 말 그대로 쿨하게 음악 활동을 하였던 마일즈에 관한 베스트 음반이라 보면 될 것 같다. 1956년부터 1985년까지 컬럼비아에서 발표된 앨범에서 재즈 스탠더드는 물론 ‘So What’ 그리고 팝 곡을 리메이크 한 ‘Time After Time’(신디 로퍼), ‘Human Nature’(마이클 잭슨) 등이 선곡되어 있으며 더불어 유니버셜 산하 폰타나 레이블에서 발표된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원제 : Ascenseur Pour L'echafaud) 사운드트랙에서 한 곡을 수록하고도 있다. 모두 ‘마일즈 길라잡이’에 있어 중요도가 높은 곡들이지만 마지막 곡 ‘It's About That Time’은 다소 특별하다. 69년작 [In A Silent Way]에 수록되었던 이곡은 거장 라틴 기타리스트 산타나(Santana)가 제리 알렌(Geri Allen), 빈스 윌번(Vince Wilburn), 팻 스롤(Pat Thrall) 등과 기존 소스에 기타, 드럼, 건반 연주를 새롭게 덧대어 완성한 트랙. 게다가 본작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곡이기도 하고.
Epilogue :
마일즈의 컬럼비아 시절 알짜 음원들이 수록되어있기는 하지만 길고 길었던 그의 음악사를 앨범 한 장으로 모두 엿볼 수는 없는 일. 무엇보다 본작과 같은 베스트 음반으로 마일즈 혹은 재즈의 세계로 더 깊이,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광활한 우주처럼 마일즈의 음악세계 역시 (현재로서는) 그러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