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성, 다시 이는 바람. “러브홀릭 Re-Wind”
70~80년대 명곡들을 러브홀릭 만의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진정성이 엿보이는 스페셜 앨범.
바람아 멈추어다오, 늘, 기분 좋은 날, 정원, 가리워진 길 등 총 11곡 수록.
2000년을 전후하여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리메이크 앨범들은 아무 철학 없이 예전의 인기 곡을 재활용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둬보겠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러브홀릭의 re-wind”는 오랜만에 등장한 진정성이 엿보이는 리메이크 앨범이다. 그들은 예전의 대 히트곡을 재창조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으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들을 발굴의 차원으로 모셔오거나 그들이 러브홀릭으로 활동하기 이전의 작품들을 발전적인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지닌 리메이크의 성격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번째는 뻔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대안적이고 카운터펀치가 되는 카운터 리메이크이며, 두 번째는 진정성이 엿보이는 리얼 리메이크로 두 가지의 공격포인트를 모두 지닌 음반이다.
? 카운터 리메이크들!
<바람아 멈추어다오>
1980년대 전영록이 이지연을 통해 추구했던 것이 사실은 Rock이 아니었을까. 프로듀서인 유현상 역시 당시에는 록커가 아니었던가. 이전에 다른 가수가 리메이크한 적이 있는 곡이지만 록킹한 사운드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그야말로 카운터 리메이크의 전형이다. 거의 모든 청자들이 알고 있는 멜로디라인의 디테일을 약간씩 새롭게 만져낸 느낌으로 지선의 비음이 더욱 매력적으로 들려온다. 거기에 러브홀릭의 장기인 모던록적 터치가 가미된 가운데 코러스와 기타 사운드는 이 곡을 더욱 빛나게 하는 부분이다. 80년대 유행가에 대한 록적이며 러브홀릭적인 해석으로 다시 한 번 인기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안녕하세요>
10여년 전,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삐삐밴드의 최초 히트곡 <안녕하세요>는 러브홀릭의 21세기적 재구성으로 듣는 이들과 만난다. 치기 섞인 펑크적 느낌이 강했던 오리지널에 비해 지선의 안정적인 보컬과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사운드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러브홀릭의 버전은 모던록의 유행이 10여년간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와 같은 느낌이다.
<기분 좋은 날>
김완선의 히트곡 <기분 좋은 날>에서 지선은 김완선의 목소리를 모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완선의 매력적인 부분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김완선의 목소리 중 장점이 되는 요소만을 가져온 것 같다. 신나는 셔플 리듬에 얹힌 옛 히트곡의 새로운 화장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 리얼 리메이크들!
<가리워진 길>
그저 듣기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 1980년대의 명곡 <가리워진 길>, 姑 유재하의 아름다운 멜로디 구성력이 집대성된 이 곡을 러브홀릭은 진정성을 가지고 리메이크에 임했다. 원곡이 가지고 있는 슬픈 분위기를 21세기적인 스트로크와 찰랑거리는 리듬트랙으로 재구성한 이 곡은 원곡이 사랑 받은 만큼, 유행음악의 다음 패러다임이 찾아올 때 까지 오랫동안 스테디셀러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출발>
최근 영화 <괴물>의 영화음악으로 한국 최고의 영화음악가가 된 이병우. 그의 1980년대 경력인 밴드 <어떤 날>의 노래 <출발>을 러브홀릭이 리메이크했다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히트곡 나열이 아닌 진정성을 지니고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라보는 러브홀릭의 태도가 엿보이는 트랙이다. 원곡이 지닌 상쾌함과 드라마틱한 편곡을 계승 발전시킨 곡이다.
? 러브홀릭 어게인!
<늘>
강현민의 솔로 히트곡 <늘>은 지선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1990년대 모던록적 터취가 강했던 강현민의 <늘>에 비해 러브홀릭의 <늘>은 훨씬 절제하고 있는 사운드로 다시 만들어졌다. 감정을 아끼는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만들고 싶었던 모양인 강현민의 의지가 엿보인다.
<정원>
박기영의 목소리로 알려져 있는 이 아름다운 가사의 곡은 러브홀릭의 멤버 이재학의 곡. 신비로운 기타 사운드와 나른한 듯 침잠하는 지선의 목소리로 다시 만들어진 <정원>은 원곡이 아침 분위기인 것에 비해 특히 밤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