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적인 감성과 최첨단 사운드의 조우
힙합의 New Wave를 꿈꾸는 ONESUN(원썬)의 첫 정규 앨범 “ONE”
□ K-Hip Hop의 Old Boy 혹은 無言의 목격자
- 일반 대중에게 원썬(ONESUN)이라는 뮤지션의 이름은 다소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90년대말 한국 힙합의 본격적 태동기부터 이 씬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면 원썬이라는 뮤지션이 가지는 이름의 무게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는 주석, 디기리 등과 비슷한 시즌에 음악을 시작한 동갑내기 친구이며, 가리온, 갱톨릭, 사이드비, 다 크루 등과 함께 활동한 한국 힙합의 올드 보이 중 하나이다.
1999년 한국의 본 썩스 앤 하모니(Bone Thugs n Harmony)라는 별명을 얻었던 Dope Boy 패거리(돕 보이즈, MC성천, 스나이퍼, 그리고 원썬을 주축으로 한)의 일원으로 클럽 소울트레인과 마스터플랜에 모습을 등장한 원썬은 독특한 억양의 래핑, 힙합과 한국적 감성을 믹스한 프로듀싱, 겸손과 소탈함을 겸비한 인간성으로 독자적인 팬층을 확보했다.
- 화제의 앨범이었던 “2000 대한민국”의 타이틀곡 ‘비상’을 통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원썬은 클럽 마스터플랜의 베스트셀링 앨범 “超”에 수록된 익살스런 넘버 ‘꼬마달건이’를 발표, 예상을 깨고 길거리테입(이른바 길보드)에 까지 진출하는 화제를 모았고, 이 곡은 훗날 영화 ‘두사부일체’에 새로이 믹스되어 수록되는 쾌거를 제공했다.
- 본인만의 독자적인 음악 스타일에 자신감을 얻은 원썬은 2001년말 첫 싱글 “어부사”를 발표한다. 명인 황병기의 ‘아이보개’를 샘플링한 ‘서사’, 이자람이 피처링한 ‘어부사’ 등의 수록곡은 국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결과 한국 전통 음악의 크로스오버라는 주제로 서울대를 비롯 다수의 대학 강단에 서게 함과 동시에 대형 국악 축제에 다수 초청을 받았으며, 음악 박람회인 미뎀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원썬의 한국적 힙합에 대한 진지한 고찰 혹은 대안의 제시는 약 2년 후 발표된 미니 앨범 “For Whom”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국악과 힙합의 차원에서 한껏 확장된 음악적 호기심은 인도를 비롯한 제 3세계의 월드 뮤직에까지 폭넓게 이르렀고 여기에 유행의 최첨단 비트들이 더해져 원썬만의 독특한 사운드의 미학을 탄생케 한 것이다.
- 하지만, 음악 관계자들의 기대를 한껏 모은 원썬의 미니 앨범에 대한 시장에서의 반응은 아쉽게도 극단적인 양갈래로 나뉘고 말았다. 매니아, 국악 씬의 엄청난 찬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성 힙합 사운드에 길들여진 일반 힙합팬들에게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됐던 것. 간헐적인 방송 출연, 국악 관련 작업, 학업을 가지며 근 2년여의 침묵을 지켜온 원썬은 2006년, 오랜 방황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1집 준비를 착수한다.
□ 한장의 앨범으로 집결된 Onesun의 숨은 노하우 “ONE”
- 드디어 완성된 원썬의 데뷔 앨범 “One”의 첫 작업은 원썬표 트레이드 마크격인 동양적 사운드와 최신의 힙합적인 사운드를 추구하고 싶은 본인 자신의 바램을 적당히 안배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수십곡의 비트와 가녹음 작업 끝에 10 여곡의 1차 앨범 수록곡이 결정됐고,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본격적인 스튜디오 작업에 들어섰다.
- 그간 선수들 사이에서 발군의 트랙메이커로 정평이 나있는 원썬이었지만, 래핑에 있어서 만큼은 관계자들 뿐 아니라 본인 역시도 다소 고민이었다. 이는 다름아닌 어린 시절 프랑스 생활로 인해 입에 붙어버린 불어의 강한 억양 때문. 이는 원썬 래핑만의 독특한 오리지널리티이자 장점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의 음악에 거리감을 갖게 만드는 단점으로 늘 발목을 잡아왔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원썬만이 할 수 있는 스타일을 더 잘 끄집어 내보자라는 것. 기존 원썬 스타일에 누구도 쉽사리 구사할 수 없는 불어 랩을 더해 부드러운 플로우 구현과 신선한 느낌을 동시에 부각하기로 결정했다.
- 클럽 데뷔 7년만에 드디어 공개되는 원썬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은 “One”. 이는 첫 앨범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그가 생각하는 혹은 주변을 맴도는 모든 사상, 음악, 친구, 얘기들이 자신을 매개체로 하나의 유기적 결과물이 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정한 제목이다. One Love, One Asia, One World… 등 마치 U2의 명곡 ‘One’에서 떠올릴 수 있는 심상의 타이틀이라 하겠다.
- 본작은 원썬 프로듀싱의 집대성이라 할만큼 그의 영민한 트랙메이킹을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다. 15곡의 수록곡 중 10곡의 프로듀싱을 직접 맡았다. 전곡을 본인의 노래로 채워보자는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음악의 질감으로 앨범을 만들기 위해 일부의 곡을 서포트 받았다. 마스터플랜의 프로덕션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택틱스가 세곡의 프로듀싱과 함께 앨범의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했으며, 클럽 사운드에 남다른 소통을 갖고 있는 스케쥴원과 둘도 없는 오랜 친구인 엠씨 성천이 랩이 아닌 프로듀서로 참여를 결정했다.
- 트랙리스트 공개부터 큰 화제를 모은 다양한 피처링 라인업은 역시 원썬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앨범 제작 초기 단계부터 이례적으로 수많은 뮤지션들이 참여를 강하게 요청했으나, 원썬 본인의 색깔을 부각하기 위해 일부 뮤지션의 참여를 다음 앨범으로 완곡하게 설득했었다는 후문.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료 뮤지션들이 있었기에 원썬의 정규 1집 앨범인 본작은 의미적으로 더욱 빛을 발할 수가 있었다.
□ 동양적인 선율로 채운 크로스오버의 진수 ‘넌 내게’
- 제작과정에서 일찌감치 타이틀곡으로 낙점을 받은 ‘넌 내게’는 원썬만이 가능한 오리엔탈적 사운드에 애잔한 한국형 한(恨)을 담아낸 힙합 크로스오버의 진수. 유명 가야금 연주자 이슬기의 리얼 연주를 통해 풍성함을 더했으며, 읊조리는 듯한 원썬의 랩은 여느 때 보다도 무척이나 감성적이다.
이색적으로 태국 방콕에서 작업된 뮤직비디오는 태국 최고의 가수인 타타영, 타이타늄, 죠이보이 등의 뮤직비디오를 맡았던 스탭들이 담당했으며, MTV 아시아가 손꼽는 인기 힙합 그룹 타이타늄과 바스코, 스케쥴원 등의 동료 뮤지션이 까메오로 등장한다. 또한, 방콕 현지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18세 모델이 파트너로 출연, 원썬과 뜨거운 연기 대결을 펼친 점도 포인트.
- 원썬식 크로스오버 힙합 사운드의 극치를 보여주는 ‘축귀’와 ‘One’은 앨범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곡으로 꼽을만 하다. 국악 세 쌍둥이 자매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진 IS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축귀’는 마당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위트와 신명나는 편곡이 더해진 넘버로 얼마전 펼쳐진 ‘르노 삼성 창작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곡이기도 하다. 이색(혹은 이국)적인 사운드와 도발적인 랩 메이킹을 통해 앨범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One’은 원썬이 본작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대표하는 곡으로, 국악기와 인도 악기의 절묘한 샘플링이 유기적으로 조합한 트랙이다.
- 타이틀곡 ‘넌 내게’ 못지 않게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트랙인 ‘복수는 나의 것’과 ‘Get Da Chance’는 모두 택틱스가 프로듀서를 맡은 곡이다. 원썬을 포함한 총 9명의 래퍼, 10명의 피처링이 강한 화력을 발산하는 터프한 넘버 ‘복수는 나의 것’에는 원썬과 함께 클럽 MP 시절을 이끌어온 주석, 엠씨 스나이퍼, 테이크(사이드 비) 등 한국 힙합 씬의 올드 보이,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리오, 본킴, 피타입, 스케쥴원 등 중견 세력, 소울 컴퍼니의 키비, 한량사의 술제이 등 비교적 영건이라 할만한 래퍼들까지 다양한 군의 뮤지션들이 동반 참여를 결정했다.
의외의 조합,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인 ‘Get Da Chance’는 정통 힙합 매니아들이 주목할만한 트랙이다. 원썬(혹은 마스터플랜)과 큰 친교가 없어 보였던 빅딜 레코드의 간판 타자 데드피가 군제대 후 본격적으로 선보인 피처링 참여 곡으로 선배격인 원썬과 서로 상반되지만 나름의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완성했다.
- 최첨단 트렌드에 대한 원썬의 끝없는 관심을 반영한 ‘Old Boy’, ‘I’ll Be There’, ‘Girls Ain’t Easy’는 힙합 팬들의 귀를 잡아끌 hot트랙. 릴죠에서 새로이 이름을 바꾼 죠 브라운이 피처링한 ‘Old Boy’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래핑과 전편을 타고 흐르는 텐션감이 이목을 끄는 곡으로 공연을 자주 선보일 예정. DVS로도 알려진 도니 고고가 피처링한 ‘I’ll Be There’는 거친 느낌의 클럽 넘버이며, 디기리와의 활동으로 주목받은 주희가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 ‘Girls Ain’t Easy’는 전형적인 메인스트림 힙합 스타일의 구성을 차용한 곡.
이외에도 엠씨 성천의 이색적인 변신을 엿볼 수 있는 ‘비슷해’, 공연을 통해 자주 선보여온 ‘들이대’, 원썬의 차분한 사색이 더해진 클로징 ‘가을에서 겨울로’ 등도 주목할 트랙들로 추천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