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대한 재치있는 해석이 가미된 음악으로 영화의 묘미를 한껏 끌어내 매번 영화이상으로 주목받는 OST를 내놓던 전상윤. 범상찮은 가족드라마에 딱 어우러지는, 그러나 그만의 개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최신작.
영화음악. 이라고 하면 그 자체로 감상하기 보다는 흔히 영화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흘려듣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황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영화를 떠나 하나의 음악으로 귀에 꽂히게 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전상윤. 바로 그가 담당한 영화음악들이 그렇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영화의 보조수단이라기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 어쩔 때는 영상을 압도하여 영화를 이끌어나가기도 하고, 상황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영화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시야를 열어주기도 한다. 때문에 아무리 음악에 둔감한 사람이라도 그가 담당했던 영화이름을 듣는다면, 아, 그 영화 음악이 참 인상적이었는데,라고 한 마디쯤 내뱉고야 말 것이다. <섬>,<조용한 가족>, <예의 없는 것들>- 바로 그가 음악감독한 대표적인 영화들이다.
항상 색깔있는 작품의 음악만을 맡아왔던 전상윤이 이번에 맡은 영화는 이대근의 충무로 컴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대근, 이댁은. 언뜻 보면 흔한 가족드라마인 듯 하지만 결코 범상치 않은 이 기묘한 영화에 전상윤은 이번에도 딱 맞아떨어지는 근사한 음악을 입혔다. 주목할 만한 트랙중 그 첫 번째는 타이틀인 <이댁의 갈등나무>. 가족들이 몇 년만에 모두 모이는 자리에서 구성원들이 각자 등장하는 순간에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여러 겹의 현악과 피아노가 영화의 긴장감을 가지 뻗듯 조성한다. 한 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박시춘 원곡 <물새우는 강언덕>의 편곡도 주목할 만하다. 5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멜로디에 현악과 클라리넷을 가미시킨 편곡으로 현대감각으로 되살아1px; FONT-FAMILY: "바탕"; TEXT-ALIGN: left"> 후반부의 깜짝반전에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cancion mixteca>로 상황에 깊이 어우러지며 널리 감싸안는 음악이 영화의 감동을 한껏 증폭시켜준다.
언제나 영화에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는 음악으로, 그의 음악이 아니고서야 상상도 못할 영화를 완성해내는 전상윤의 12년 경력이 빛을 발하는 음반. 영화 안에서 작품과 어우러지면서도 항상 자신만의 독특한 향을 잃지 않던 그가 앞으로 어떤 세계를 펼쳐나갈지 기대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