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음악 색깔을 품고 돌아온, JK 김동욱
LEO KEKOA, 강현정(버블 시스터즈), 바비 킴, 서우영, 윤도현이
참여한 네 번째 앨범[낯선 천국]
JK 김동욱이 1년 여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주제곡을 가장 잘 소화하는 가수’, ‘가요 리메이크를 잘하는 가수’, ‘슬픈 발라드 전문가수’, 그리고 ‘고독한 목소리’, ‘절제의 보컬’ 등 많은 평을 들었던 매력적인 가수 김동욱. 2005년 내놓았던 3집 [Acousti.K] 활동 이후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그가 새 앨범과 함께 팬들 곁을 찾아왔다. 또한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던 그가 무려 8kg이나 감량을 했다는 소식도 이미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뭔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다.
2004년 리메이크 노래 모음집이던 2.5집 [Memories In Heaven]과 리패키지 앨범까지 합산한다면 지금까지 김동욱이 내놓았던 음반 수는 모두 5장이다. 결코 적은 수는 아닌 전작들을 통해 그는 가요계에 자기 색깔을 강하게 새겼다. 듣는 즉시 바로 그의 보컬임을 알 수 있는 노래를 쭉 소개하면서 개성을 상실한 최근 가요 시장에서 김동욱은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4집 [낯선 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음반의 특징은 다양화된 장르 노선이다. JK 김동욱 하면 흔히 허스키 보이스로 점철된 애절하고 서글픈 발라드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4집은 발라드를 중심에 놓고 소울과 재즈, 록과 힙합 등으로 사운드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 물론 이전에도 발라드만 고집한 건 아니었지만 4집은 좀 더 장르의 다양성이 강화됐다. 이처럼 흑인음악 요소가 부각된 데는 힙합 가수 리오 케이코아(LEO KEKOA)와 바비 킴, 그리고 소울 음색에 일가견이 있는 강현정(버블 시스터즈) 등 게스트의 역할도 컸다.
힙합 가수 리오 케이코아가 랩을 들려주는 ‘쿵팍life’는 재즈와 힙합 사운드를 퓨전시킨 경쾌한 넘버다. 리오 케이코아는 DJ 소울스케이프, DJ DOC, 이현도, 바비 킴, 이현우, 피플크루 등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 피처링, 랩 디렉팅, 작사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 받아 왔던 랩 가수로 지난 3월엔 솔로 데뷔 앨범 [Ill Skillz]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 버블 시스터즈의 강현정이 코러스 보컬을 맡아준 ‘MusicLoving’은 3집 수록곡 ‘Falling’과 닮은꼴 노래로 흑인의 소울 감성을 잘 살린 편곡이 인상적이다. 흑인음악 노선은 바비 킴과 듀엣 형식으로 노래한 ‘Break Down’, 노랫말을 영어로 쓴 ‘Ailen (Nowhere Belonger)’에서도 곧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새 음반은 전작들에 비해 김동욱이 직접 작업에 관여한 노래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빼놓을 수 있다. 앨범에 수록된 11곡 중 5곡을 김동욱이 작사와 작곡을 담당했다. 지난 앨범까지 여타 작곡가들에게 대다수 곡을 받아서 노래를 해왔던 점을 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타이틀곡인 ‘쿵팍life’, 소울을 시도한 ‘MusicLoving’ 등이 대표적이다.
‘낯선 천국’은 모던 록 스타일을 강조한 곡으로 사운드 변화를 상당히 느낄 수 있는 노래다. 영국 밴드들이 주로 구사하는 서정적 감성과 우울한 모드 성향이 이 곡에 고스란히 담겼다. 듣는 즉시 수려한 멜로디가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을 만큼 이번 4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곡이라 할만하다. 이 노래와 함께 대중적인 환호가 예상되는 곡이 하나 더 있다. 대표곡 ‘미련한 사랑’이 연상되는 ‘이별도 사랑처럼’은 김동욱의 소울풀한 창법이 가슴 시린 슬픈 사랑 노래를 그려낸다.
2002년 1집을 시작으로 JK 김동욱은 가요계에서 독특한 음색의 소유자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김동욱의 이름을 가요 팬들에게 알린 ‘미련한 사랑’, 영화 <조폭마누라>의 사운드트랙을 장식했던 ‘편지’ 등을 들어보면 대번 알 수 있다. 딱 들으면 단번에 김동욱의 보컬인지 금세 확인되는 개성 강한 음색은 고독한 무드 속에 상당히 부드럽고 섹시한 매력을 발산해 많은 팬들의 환호를 얻어냈다. 김동욱에게 남성보다 여성 팬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급스런 발라드를 절제된 보컬로 잘 구사하는 가수’란 평가가 괜한 것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는 곡이 이번 4집에도 담겨있는데, ‘마침표’, ‘사랑이 잊는다고 잊혀지나요’, ‘한사람’, ‘해바라기’, ‘사랑하지 말아요’ 등 사랑을 노래한 러브 발라드에서 그의 절제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발라드를 노래하는 대다수 젊은 가수들이 이른바 ‘소몰이 창법’에 경도된 작금의 상황에서 김동욱은 절대로 주류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4집에서도 자기 개성의 발현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해바라기’는 서우영이 기타를, 윤도현이 하모니카를 연주했으며, KBS 수목드라마 ‘마왕’의 러브 테마로 채택된 ‘사랑하지 말아요’는 지난 3집의 타이틀곡이던 ‘가시를 삼키다’의 가사를 담당했던 이재경이 또 다시 애절한 노랫말을 써 내려갔다.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서 김동욱은 보다 폭넓고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고 있다. 첫 음반이 발라드 중심으로 꾸몄다면, 2집은 거기에 힙합과 보사노바를 시도했고, 3집은 재즈 요소를 부각시켰다. 이번 4집은 재즈와 록, 소울, 발라드 등 이제껏 시도해왔던 모든 장르를 좀 더 세밀한 농도로 뽑아냈다.
새 앨범 작업 직전 김동욱은 6년 동안 만났던 애인과 헤어지는 슬픔을 겪었다고 한다. 아주 오랜 만남이었던 만큼 큰 상처가 됐을 법한 이별은 이번 앨범의 가사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김동욱이 직접 쓴 가사는 대체적으로 지난 사랑의 회상과 추억, 아픔을 글로 옮겨진 것들이다. 4집 공개 이전이던 지난해 11월, 디지털 싱글로 먼저 발매된 ‘해바라기’가 대표적이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김동욱의 노래 속엔 편안함이 있다. 대중들이 쉽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포근함이 노래 곳곳에서 맴돈다. 그래서 김동욱의 노래는 감상용 앨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번 4집에서도 다시 돌아온 ‘김동욱표 음악’은 변함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