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가득한 혼의 음악세계-이 시대의 가인으로 돌아온 김두수
이 앨범의 타이틀 '자유혼'은 바로 마이너리티의 그늘에서 고독과 은둔을 자양분으로 삼았던 이 싱어송라이터의 다른 이름이다. 김두수의 음악은 1986년 데뷔앨범 '귀촉도'부터 우리의 토속적인 정한에서 시동을 걸었지만,거기에 갇히지 않고 프로그레시브 포크의 서구적 세련미와 종교적 명상,그리고 보헤미안적인 초월 의지를 복합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그의 시적인 노래말은 단순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말과 말 사이의 여백에선 지극한 아포리즘의 울림이 순결하게 흘러나온다. 모든 집착의 옷을 벗어버리고자 한 이 기조는, 첨단 디지털 시대의 사운드 폴리시와는 거리가 먼 이 앨범의 미니멀한 연주와 자연스러운 녹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소나무에 눈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리는 산골 오지의 장점을 이용해 자연 상태의 스튜디오를 고집했다. 자연 그대로의 방음이 되는 구조물에서 소형 마이크와 휴대용 아날로그 릴테이프 녹음기로 더빙없이 작업했으며, 악기도 어커스틱 기타와 신서사이저, 하모니카뿐이다.
김효국, 정유천, 김광석, 신성락 등 일급 세션맨들이 청량한 자연음 만들기에 동참했다.수십 트랙의 믹싱과 더빙으로 이루어진 소리 환경에 길들여진 귀에 이 앨범의 소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간과해 왔던 가난한 풍요로움의 아우라를 질박하고 단호하게, 그러나 명료하게 제시한다.
김민기와 한대수, 조동진과 정태춘이 한국 음악의 거대 신화라면, 김두수는 그 거목들 뒤로 수줍게 펼쳐진 산중 초원의 들국화의 강인한 향기를 품고 있다. 이 소담스런 정찬에 초대받기를 거부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사족을 붙이자면, 김두수의 LP는 80년대말, 90년대초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섯자리 액수로 거래된다. 아마도 이 앨범 역시 곧 그렇게 될 운명이리라.) / 강헌(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