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1집 <Tell The Story>
- EX의 이야기를 드디어 세상 밖으로 알리다.
2005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취업 준비생의 아픔과 도전을 노래한 <잘 부탁드립니다>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해 아마추어 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MBC 뉴스에 보도가 되는 등 사회적 이슈까지 불러일으켰던 EX가 드디어 첫 정규앨범 <Tell The Story>로 우리의 곁을 찾아온다.
EX는 보컬 이상미의 빼어난 미모와 파워가 느껴지는 가창력, 솔직하면서도 현실 반영적인 가사, 특이하고 발랄한 무대 퍼포먼스로 첫 등장부터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과 지지를 얻어냈다. 특히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EX의 온라인 신드롬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보기에도 지나침이 없었을 만큼, 인터넷 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게다가 EX는 점차 열기가 식어가며 대중들에게 잊혀졌던 대학가요제의 위상을 다시금 떨치게 만든 장본인들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대학가요제 이후, 군입대, 학업문제 등의 이유로 기존의 5인조에서 이상미(보컬), 방지연(베이스), 공영준(드럼) 이렇게 3인조 밴드로 재편성한 EX. 이들은 자신들의 첫 앨범을 준비하면서 프로 밴드로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한 도약으로, 한국 라이브의 성지인 홍대 등지의 클럽에서 100회 이상의 라이브 무대를 갖는 등 음악적인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탄탄한 실력을 갖춘 프로 밴드로서의 면모를 대중들에게 아낌없이 선보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끊임없이 자신들을 단련시켜온 것이다. 우리는 이제 한층 성숙하고 발전된 EX를 다시 만날 시간이 되었다.
EX 1집 <Tell The Story>를 받아 들으면 음악을 듣기전에 가장 빨리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앨범자켓에 나타난 멤버들의 외형적인 변화이다. 패션잡지 느낌의 자켓에서는 대학가요제 때의 대학생의 느낌은 이제 찾아볼 수 없고, 프로 뮤지션의 세련됨만이 남아 있다. 특히, 여자멤버들인 이상미와 방지연은 각각의 스타일을 찾아 확연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EX 1집 <Tell The Story>는 앨범 타이틀에서도 충분히 느껴지듯, 20대 청춘들의 방황과 고민을 발랄하고 재치 있는 가사와 밝은 멜로디로 담아내어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던 그들이, 조금 더 폭 넓고 깊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여 세상 밖으로 보여주려고 한다.대중음악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드럼과 베이스라는 리듬악기를 밴드의 멤버가 직접 담당하고 있는 만큼 앨범 전곡의 기초적인 편곡에 대하여 자신들의 프로듀싱에 참여했을 뿐아니라, 올초 디지털 싱글로 발표되었던 “연락주세요”를 포함한 자작곡과 가사를 직접 쓰면서 뮤지션적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을 들으면서 틀 속에 갇혀 지내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강하게 염원하는 탈출 의지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그들이 가져왔던 평소의 생각, 혹은 음악인으로서 시작 단계를 밟고 있는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작지만 당당한 선전포고 등 다양한 EX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 1집 <Tell The Story>는 평소 EX가 가장 존경해 왔던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과 드림팩토리 사단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박정현, 이수영, 보아 등 유명 여가수들의 프로듀싱해 온 황성제가 합류함으로써 자신들이 부족한 “경험치”와 “노하우”를 전수받아 첫 앨범 작업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듀서의 구성만 봐도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EX의 욕심과,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마리오네트>는 발랄하고 유쾌한 모던록의 타이틀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린킨파크” 혹은 “에반에센스” 같은 2000년대의 영미록음악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날 가둔 모든 실을 다 끊고서 달려나가”라는 내용의 베이스 방지연이 작사한 가사에서는 마치 90년대에 등장했던 여성보컬이 중심이되 록음악과의 차별화와 새로운 세대의 알림처럼 들린다.
대학가요제나 디지털 싱글 <연락주세요>보다는 더 강력한 사운드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TV Star>, 일레트로닉한 사운드로 수많은 잣대와 속박으로 진정한 나를 보여주지 못하는 억눌린 사회에 반감을 표현한 <슈퍼카> 등에서 EX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
한편, 그동안 EX가 보여주었던 생기발랄하며 젊고 경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다. <봉쥬르 쥬템므>는 자전거를 타고 강변으로 하이킹을 떠나는 상상을 통해 EX 멤버들이 서로에 대한 우정과 애정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한 곡으로, 보컬 이상미의 통통 튀는 목소리와 흥겨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노래이다. 또 재미있는 가사와 브라스 연주가 잘 어우러진 <딸기>, 신나는 댄스 리듬이 가미되어 듣는 순간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나나나> 등은 기존 EX 노래에 매료되었던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만한 곡들이다.
또 우리 귀에 익숙한 EX 노래들도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 지금의 EX를 만들어 준, 대학가요제 수상곡 <잘 부탁드립니다>와 올해 2월 디지털 싱글로 먼저 발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연락주세요>,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화제의 드라마 <대장금>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장금이의 꿈> 오프닝곡 <장금이의 꿈> 등은 TV나 온라인 등 한정된 매체에서만 들을 수 있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며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 EX. 이들의 음악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인정받겠다는 무리한 욕심보다는, 자신들의 시작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성장과 발전을 계속 지켜봐 달라는 간절하면서도 소박한 바람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 그들이 가는 길에 동행자가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