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의 주인공은 권력자나 실재했던 인물이 대부분. 하지만 영화 <궁녀>는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궁녀를 전면에 끌어내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활 시킨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조용히 존재해 온 궁녀들은 왕과 왕비를 보필하는 임무와 함께 최상층 문화인 궁중의 음식과 복식 그리고 한글문학, 궁중문학 등을 보존해 왔다. 하지만 그 역할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자들의 치부와 연결되어 있어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 <궁녀>의 김미정 감독은 <왕의 남자> 연출부 시절, 자료를 조사하면서 이러한 궁녀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의 삶을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권력자에 가려진 그네들의 숨겨진 얘기는 김미정 감독의 상상력을 자극시켰고, 결국 역사의 배경에만 머물렀던 궁녀가 실은 거대한 역사를 움직이게 한 숨은 조력자였음을 이야기하는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궁 안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쓸쓸히 삶을 마감해야만 했던 궁녀들의 진짜 이야기가 영화 <궁녀>에서 시작된다.
숨막힐 듯 엄격한 궁궐 안. 왕 외에는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그곳에서 후궁 희빈을 보좌하는 궁녀 월령이 서까래에 목을 매 자살한 채 발견된다. 검험을 하던 천령은 월령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고, 감찰상궁은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천령은 자살로 위장된 치정 살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 독단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죽은 월령의 연애편지를 발견하고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한 천령. 하지만 누군가 그녀를 습격하고 편지는 사라진다. 발견자 정렬을 시작으로 유력한 용의자들을 심문해 보지만 궁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는다. 한편, 감찰상궁은 쥐부리글려의 희생양을 골라 월령을 죽인 죄를 뒤집어 씌워 처형시키고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다.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것을 우려한 천령은 진범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조선시대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궁녀는 불가사의하게도 정확한 기록조차 남겨져 있지 않다고 한다. 구중궁궐의 그늘 속에서 수천 년간 침묵을 강요당한 채 비밀은 곧 목숨이 되고, 기록은 은폐될 수 밖에 없었던 궁녀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배경으로 슬픔과 긴장감 넘치는 스코어를 만들어낸 황상준 음악감독은 영화 <식객>, <천군>, <간큰가족>, <튜브>, 드라마 <신돈>, <개와 늑대의 시간>등의 음악을 통해 웅장한 스케일과 섬세한 상황묘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궁녀OST>에서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전통 타악기를 이용한 조선시대 궁중의 긴장과 슬픔을 절절히 표현해 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