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달빛에 흘러 넘치는 노래들
가슴깊이 스며드는 걸작
보스톤의 싸이키델릭 포크 듀오
데이먼 앤 나오미(Damon & Naomi)가 2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
[Within These Walls]
About Damon & Naomi
1991년, 슬로코어, 인디록, 그리고 얼터너티브 팝씬에서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 트리오 갤럭시 500(Galaxie 500)는 투어를 앞두고 딘 위어햄(Dean Wareham)이 전화로 밴드를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붕괴됐다. 해체 이후 남은 멤버들인 드러머 데이먼 쿠로코우스키(Damon Krukowski)와 베이시스트 나오미 양(Naomi Yang)은 아예 음악에 관한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해체 과정에서의 힘들었던 시간과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가 잠시 위기 상태였던 시절에 아예 제대로 된 정산을 받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그들은 이그젝트 체인지(Exact Change)라는 인디펜던트 출판 퍼블리싱 회사에 매진하기로 했다. 이들의 회사는 주로 19, 20세기에 만들어진 아방가르드 문학 작품이라던가 존 케이지(John Cage),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등의 작업을 관리했다. 그러는 와중, 아주 가끔씩은 악기들을 꺼내서 곡을 쓰기도 했다. 어느 날 갤럭시 500의 앨범 석장을 함께 작업했던 엔지니어겸 프로듀서인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가 자신의 레이블 시미 디스크(Shimmy Disc)에서 음반을 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여러 차례 거절해왔던 데이먼과 나오미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뉴 저지에 위치한 크레이머의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이 이전에 잠시 사용했던 이름인 피에르 에토이레(Pierre Etoile)라는 이름은 버리고 '데이먼 앤 나오미'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1991년, 첫번째 정규작인 [More Sad HIts]를 발표하게 되는데 감성적인 노래와 연주가 희미한 엠비언스와 만나 기존 갤럭시 500의 충성스런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 또한 받게 된다.
앨범은 발매했지만 자신들의 일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활동계획이 없었던 데이먼과 나오미는 음악계를 잠시 떠나는데, 후에 이들의 친구인 매직 아워(the Magic Hour)라는 드림팝 밴드의 세션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매직 아워가 깨지면서 이들은 4년이 지난 95년에서야 두 번째 앨범 [The Wondrous World of Damon and Naomi]를 발표한다. 이 시점부터 미국 인디의 명가 서브팝(Sub Pop)과 계약하면서 2,3년의 기간을 두고 꾸준히 앨범을 만든다.
데이먼과 나오미가 다른 나라, 특히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권의 싸이키델릭-포크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드랙시티 레이블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 일본의 싸이키델릭 밴드인 고스트(Ghost)의 멤버들과 교류하면서 2000년에는 콜라보레이션 앨범 [With Ghost]를 발표하기도 한다.
이후 데이먼과 나오미는 자신들의 레이블인 20/20/20을 설립하면서 2005년에는 [The Earth Is Blue]를 발표하고 고스트의 멤버 미치오 쿠리하라(Michio Kurihara)의 솔로작, 그리고 데이먼과 나오미가 직접 컴파일한 아시아 지역의 포크 컴필레이션 [International Sad Hits, Volume One: Altaic Language Group]을 선보이기도 한다. 특히 아시아 포크 컴필레이션에는 사토 유키에씨가 불가사리 공연 때 한국에 모시기도 했던 일본의 미카미 칸(Mikami Kan)과 한국의 김두수씨의 곡도 실려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2005년 앨범 발매 이후에는 고스트의 두 멤버들과 함께 한국을 찾기도 했다. 당시 두 번 공연을 했고 두 번째 날은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우 때문에 마포구 일대가 잠시 정전상태 였다. 공연의 막바지에 갑자기 정전이 됐는데 나오미는 당황한 사람들과 촛불 앞에서 쌩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슨 종교적인 의식이 연상됐던 그때의 광경은 바시티 부년(Vashti Bunyan)의 비사이드곡 [Winter is Blue]를 커버했을 때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2007년 초반에는 현재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지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 출신의 싸이키델릭/둠 메탈밴드 보리스(Boris)와 장기간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Within These Walls
어느덧 이들이 함께 활동한지도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신의 레이블 20/20/20에서는 두 번째, 정규 작업으로는 일곱번째 앨범인 [Within These Walls]에도 어김없이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세 장째 함께 작업한 고스트의 미치오 쿠리하라를 포함해 2005년부터 이들의 투어에 동행하고 있는 색소폰 주자 봅 레이니(Bhob Rainey), 그리고 현재 가장 중요한 네오-사이키델릭/프리 포크 밴드인 에스퍼스(Espers)의 멤버 헬레나 에스프발(Helena Espvall) 등의 화려한 참여진이 이 한 장을 위해 모였다. 미치오 쿠리하라가 선보이는 특유의 탁월한 기타웍과 헬레나의 아름다운 첼로 연주, 그리고 봅 레이니의 혼 어레인지와 스트링 반주가 무척 짜임새있게 펼쳐지고 있다.
외지의 평가들을 살펴보면 오랜 시간 활동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나아지고 있고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는 중이라 언급하고 있다. 부드러운 기타와 멜로딕한 베이스라인, 순수한 보컬과 시적인 가사들이 어우러져 이 아름다운 한 장의 앨범을 형성해 낸다. 전작들과의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는데 좀더 드라마틱한 구성과 긍정적인 모습들. 그리고 무척 풍성한 혼 섹션과 스트링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드럽고 잔잔하게 시작하는 [Lilac Land], 70년대 한국 포크 곡들의 멜로디를 연상시키는 [The Well], 여러 색소폰과 혼 섹션이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는 [Red Flower], 서정적인 오보에로 시작하는, 앨범에서 가장 팝적이고 아름다운 노래 [Defibrillation], 그리고 특히 미치오 쿠리하라의 포효하는 기타솔로가 압권인 [Stars Never Fade]에서는 쿠리하라가 이전에 몸담았던 밴드인 스타즈(The Stars : 캐나다의 스타즈와는 동명이팀)가 결코 사라지지않는다는 은유적인 제목을 몸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미적인 요소들로 충만한 이번 앨범은 무척 차분하고 적당히 쓸쓸하다. 마치 무슨 주류광고 같은 멘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노래들은 깊고 진하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