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월드-클래스 인스트루멘탈/포스트-록 밴드로 군림하고 있는 모노와 동경의 현대음악/일렉트로닉 작곡가인 WEG의 뛰어난 재능이 융합 되어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서로의 세계관, 그리고 아이덴티티에 매료되어, 본 작 [Palmless Prayer / Mass Murder Refrain]을 만들어 냈다. 웹진 [wiev]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WEG와 모노는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2003년에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인간이 어떻게 이런 폭력에 대해 사과를 하고 어떻게 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가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본 작은 WEG의 일렉트로닉한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오로지 오케스트라 컴포지션을 통한 네오-클래시컬 사운드, 즉 현대음악의 방법론을 택하고 있다. WEG가 편곡과 현악 컴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 동안, 모노는 지구를 뒤흔드는 듯한 파괴적이고 불가사의한 노이즈를 음반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것은 바다의 가장 깊은 곳 만큼 어두운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앨범의 첫 두 트랙은 느리고 명상적이며 고요하게 흘러간다. 현악파트와 기타의 트레몰로로 이루어진 어둡고 감성적인 느낌으로 일관하며 세 번째 트랙의 중간부분에 가서 드디어 감성의 폭발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서서히 격렬해졌다가 서서히 소멸되어 간다. 4부에서는 건반과 어느 여성의 보이스로 느리게 진행되며 거의 20분에 육박하는 트랙인 5부에서 행복감에 젖어있는 사운드는 서서히, 그리고 장렬히 타오르며 역시 서서히 식어간다. 전체적으로 의도된 슬픔과 타자의 감성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그렇게 느리게 흘러 만 간다.
앨범 속의 현악 4중주는 검은 어둠을 품고 있으며 슬픔을 넘어 희망을 담고 있는 격정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악 4중주 이후 발광하는 격정의 순간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호흡은 결국 ‘희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착지점을 만들어 낸다. 그들의 합동 작업은 5개의 파트로 분리되어 총 74분의 아름답고 또한 장대한 환상곡, 그 자체를 일구어 냈다. 뛰어난 재능이 서로를 의지했을 때에 나타나는 무한의 발열이 바로 여기 있다. 결국 그들은 진심으로 감동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Palmless Prayer/Mass Murder] 앨범은 느리고 멜랑꼴리하게 일관하고 있으며 이것은 특히 늦은 밤에 헤드폰으로 감상하기에 아주 훌륭한 음반이다. 마치 한편의 사운드트랙을 연상케 하는 무드를 주고 있는데 붕괴된 문명속에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담으려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것은 묵시룩 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 굉장히 섬세한 굉음의 포스트 락과 아름다운 현악 4중주의 조화, 그리고 마치 메레디스 몽크를 연상시키는 여성 보컬의 스캣은 혼돈과 질서, 파괴와 평화, 외침과 속삭임 등의 대치되는 모든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감히 말하면 이것은 현대음악 그 자체이며 고전적이고, 동시에 흉폭하고 평화롭다.
아무런 대화 상대도 없는 한밤중에 끝없이 들어 아프다.
* 파스텔 문예부 한상철[불싸조]
* 출처 : 파스텔뮤직 홍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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