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Wave(s)
아주 흔한 말로 시작해 보자면 낭만적이고 또한 게으른 보사노바(Bossa Nova)는 60년대에 브라질의 어느 욕조에서 만들어진 이후 아직까지도 계속 사랑받고 있으며 남미를 넘어 유럽, 일본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음악이다. 보사노바는 소위 파이오니아라 불리우는-목욕탕 욕조에서 보사노바 리프를 만들었던-호앙 질베르뚜(Joao Gilberto)와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그리고 그에 이은 까에따노 벨로주(Caetano Veloso)와 질베르뚜 질(Gilberto Gil) 그리고 현재의 알토 린제이(Alto Lindsay)등의 아티스트를 통해 계승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미친듯 흘러나오고 있는 이지 리스닝과 라운지, 다운 템포의 뿌리가 되었으며 끊임없이 리퀘스트, 리믹스, 그리고 리메이크 되어지고 있는 범지구적 인기 장르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아이들은 낮에는 바지만 입고 땀 뻘뻘흘리면서 개처럼 축구를 하다가도 땅거미가 지고 저녁이 오면 클래식 기타를 잡고 낭만적인 보사노바 클래식 넘버들을 연주한다고 한다.
당신이 현재 들고있는 라몬 레알(Ramon Leal)은 현재 가장 중요한 보사노바 아티스트이다만 낮에 바지만 입고 미친듯이 축구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방금 전의 말은 개그인데 브라질 태생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가, 웃긴가? 그는 여느 시에스타 레이블의 아티스트처럼 스페인 출신인데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에서 까에따노 벨로주의 공연장면을 보면서 뜨악했던 사람이라면 스페인의 문화권도 보사노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축구만 안했지 곡들의 성격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얘기이다. 자꾸 축구얘기만 해서 미안한데 사실 지구 대표팀이라 불리우는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소속구단 인 것은 사실이지만 길거리 축구는 역시 브라질이 최고다. 사실 이러한 연유와는 그닥 관계가 없는데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유럽/일본에서 만들어진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흙냄새보다는 아무래도 깔끔한 테라스의 발코니에 놓여져 있는 와인냄새가 짙다.
본 씨디의 부클릿을 보게되면 포르투갈어인 'Saudade'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단어는 여러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동경과 그리움, 당신이 사랑하던 것들이 현재 없다는 것, 그리고 노스텔지아를 포함하고 있는 복합적인 뜻을 가졌다고 한다. 슬픈듯 하지만 무엇인가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한가지로 정의될수 없는 단어로 여러 보사노바의 히트곡들의 가사와 제목에서 자주 찾아볼수 있는 단어 이기도 하다. 겁대가리 없이 라몬 레알의 본 앨범을 한단어로 축약해보면 바로 'Saudade'가 될수 있겠다. 슬프지만 또한 밝고 무언가가 아쉽지만 기대를 가지게끔 하는 분위기와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맑고 투명한 기타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보사노바의 청량감 넘치는 매력으로 가득찬 위 앨범은 살랑대는 보사노바 특유의 리듬감이 잘 살아있으며 감미로운 모노톤의 보컬이 곡을 주도하고 있는데, 물 흐르듯 넘실대는 부드러운 전개가 청자를 편안하게 만든다. 대부분이 원 작곡자가 존재하는 곡이다만 재해석의 의미에서 봤을 때 그의 성과 또한 크다는 것을 앨범이 끝나는 순간에 알게될 것이다. 그는 보사노바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고스란히 청자에게 전달할 줄 아는 연주자이며 또한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보사노바는 대부분이 여름을 위한 음악이지만 이런 식의 따뜻한 보사노바 음반은 당신의 겨울 또한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런 류의 앨범이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아직도 당신의 몸에서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스페인 보사노바 뮤지션의 연대기]
이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라몬 레알은 현재 가장 존경받는 보사노바 아티스트중 하나이다. 50년대 중반에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60년대말에 어린시절을 보내며 자신의 누이에게 기타를 배웠는데, 그는 비틀즈(Beatles)나 비치 보이즈(Bitch Boys)의 악보들을 해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7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그는 재즈와 삼바, 그리고 보사노바에 빠져드는데, 결국 그러한 움직임은 삼십년이 지난 지금에 까지 이르고 있다. 그에게 보사노바는 새로운 세계였다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질베르뚜나 조빔, 그리고 벨로주와 시코 바로끄(Chico Buarque) 등의 대가들과 데오다토(Deodato), 토미 리푸마(Tommy Lipuma)등의 편곡자/프로듀서들의 이름 또한 발견하게 된다. 같은 곡들도 유명 프로듀서와 편곡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원곡보다 훨씬 풍부해지며 감성적이고 효과적으로 변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편곡과 재배치, 그리고 새로운 어레인지에 대한 미칠듯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연구와 활동으로 인해 라몬 레알은 70년대 중반에 진정한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서 알려지게 되었다. 스페인 전국의 재즈클럽, 까페, 페스티벌에서 전설적인 연주를 펼치며 재능있는 뮤지션들과도 협연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은 그에게 곡을 구성함과 선율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성공적인 연주자로서 조화를 이루는데 좋은 자극이 된다. 이 흥미진진한 여행동안 뮤지션들은 대체로 새로운 음악적 진로를 탐구하게 된다고 한다.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친구들과 함께 Linea Clara라는 밴드를 조직하게 되는데 개인적인 사건들로 무대와는 멀어지게 된다.
80년대로 접어들어 그는 아스트럿 질베르뚜(Astrud Gilberto)의 스페인 투어의 세션기타리스트로 활동하였지만 그의 재능은 눈에 띄지 못한 채 어느 레코드 계약도 따지 못한 신세가 되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비판 및 기회도 들어오지 않았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메인스트림의 신나는 락음악이 주를 이루던 시대였다. 라몬 같은 마에스트로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불행의 나날이었다.
상황이 개선될 때 즈음 라몬은 베이시스트 마리아 클라라(Mariate Clara)와 결혼하여 1989년 아들 데미안 Damian을 출생하였다. 보사노바 뮤지션으로서의 야망을 버리지 못한채 라몬은 기타 테크닉과 퍼커션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보사노바가 졸라 게으르고 단순한 음악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미칠듯이 복잡하고 어려운 코드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꾸준한 연구와 노력이 절실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또한 라몬 레알은 부드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테크닉을 구사하는 라몬은 몇 안되는 기타리스트 중 하나이다.
라몬 레알은 마침내 앤 라안(Ann Laan)이라는 적당한 파트너를 찾게 된다. 마치 엘리스 레지나(Elis Regina)와 조빔, 마리아 크레우자(Maria Creuza)와 비니셔스 드 모레즈(Vinicius de Moraes) 또는 아스트럿(Astrud)과 호앙 질베르뚜(Joao Gilberto)와 같은 전통적인 커플처럼 라몬은 앤과 멋진 혼성듀오 벤봄(Ben Bom)을 형성하게 된다. 라몬의 정제된 해석으로 이루어진 브라질리언 곡들과 고상한 앤의 보이스는 듀오로서 최상의 콤비네이션임을 증명하였고 확실한 브라질과 스페인의 대중음악계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로 떠오르게 된다.
후에 그는 싱어이자 개성파 여배우인 베아트리체 비놋띠(Beatrice Binotti)와 여러 작업을 하게 되는데 기타리스트의 역량은 물론이거니와 프로듀서로서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스페인 보사노바씬의 마에스트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이전에 언급했듯이 기존의 보사노바 클래식을 어떤식으로 가공하는가에 중점을 두었고 그것은 원곡들과는 또다른 묘미와 감동을 주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그 이후에도 시에스타에서 발매된 리타 칼립소(Rita Calypso)와 컴필레이션 <여행 삼부작>의 기획과 프로듀싱을 담당하였으며 스페인 보사노바 씬의 최대 걸작중 하나인 자신의 앨범 를 발표하게 되면서 그는 전세계를 아울러 가장 중요한 보사노바 프로듀서가 된다.
[Cordas e Metais]
이전과 마찬가지로 위 앨범도 재해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이 보사노바 히트곡들이며 당신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트랙들인데 따뜻하고 깨끗한 질감의 느낌들이 잘 살아있다.
1. ciume
전설의 보사노바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카를로스 라일라(Carlos Lyra)의 곡으로 상큼한 건반과 현을 중심으로 편곡 되었다.
2. januaria
역시 보사노바씬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였던 시코 바로끄의 곡으로 리타 칼립소(Rita calypso)에서도 활동중인 앤 라안의 코러스와 혼 섹션이 청량한 느낌을 준다.
3. ligia
형님중의 형님인 조빔의 곡으로 이미 유명 섹소폰 주자인 스탠리 투렌타인(Stanley Turrentine)과 스탠 겟츠(Stan Getz) 녹음했던 적이 있으며 가장 훌륭한 브라질 여성보컬인 갈 코스타(Gal Costa)와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알토 린제이도 불렀던 적이 있다. 현악 세션이 돋보이는 편곡을 가지고 있다.
4. laia ladaia
플루겔혼의 인트로가 돋보이는 곡으로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의 버전이 가장 유명하다. 코러스 멜로디 파트가 한국의 민요 <옹헤야>와 흡사하다.
5. morena boca de ouro
청량한 플룻과 담백한 보컬, 그리고 깔끔한 기타연주가 아름다운 트랙이다.
6. estrada do sol
조빔이 만들었던 곡으로 엘리스 레지나와 갈 코스타같은 여성 보컬들이 많이 불렀던 곡이다. 결국 라몬 레알은 여기서 앤 라안을 메인 보컬로 투입시킨다. 그녀의 아름다운 보컬이 빛을 발한다.
7. eu preciso de voce
조빔의 곡으로 리드미컬한 전개와 시원한 전개가 돋보인다. 벨로주의 누이였던 마리아 베싸니아(Maria Bethania)의 버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8. presente de natal
플룻의 인트로와 기타와 셰이커가 주를 이루고 있는 곡으로 조앙 질베르뚜의 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라몬 레알의 목소리도 거의 조앙 질베르뚜와 비슷해서 처음듣는 사람이면 누가 누군지 햇깔릴 수도 있다.
9. chora tua tristeza
역시 리타 칼립소의 앤 라안이 메인 보컬로 참여한 곡으로 루이즈 본파(Luiz Bonfa)와 까에따노 벨로주 그리고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잘 알려진 랄로 쉬프린(Lalo Schifrin)의 오케스트라 버전 또한 훌륭하다. 현악 파트와 건반, 그리고 혼섹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트랙이다.
10. morena dos olhos d'agua
이번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유난히도 현악 파트의 부분이 돋보이는데 이번트랙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코 바로끄의 곡으로 까에따노 벨로주, 갈 코스타가 녹음 했던 바 있다.
11. o orvalho vem caindo
한국 사람들한테 가장 익숙한 트랙일 수도 있겠는데 첫번째 트랙을 작곡했던 까를로스 라이라의 곡이다. 곡의 제목을 번역하면 '이슬이 내린다' 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
12. e nada mais
마지막 트랙은 역시 아쉬운 감정으로 끝난다. 리듬파트가 부각되서 활발하고 밝은듯 하지만 사실 바닥에는 슬픈 감성이 깔려있는 트랙이다.
* 출처 : 파스텔뮤직 홍보자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