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길/ 임의진/ 폴리폰 & 신나라>
시인이자 수필가, 동화작가, 서양화가, 지구별 오지여행가, 한뙈기 산밭을 일구는 자연인, 집시 포크 가수이기까지 한 전방위 예술가 임의진의 3번째 노래집 [방랑길]. 월드 인디포크의 새 장을 여는 줄기차고도 명민한 퍼포먼스. 그가 펴내고 있는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의 각별한 샛길. 과묵한 입술마저 흔들어 깨울, 남다른 추상과 신비의 세계. 말더듬이 소년도, 홑옷 한 벌의 노숙여행자도 턱을 괴고 들으며 미소 짓던 평화로움. 일본과 유럽을 떠도는 방랑악사들과 어우러진 작업, 연민과 유랑혼의 메시지가 담긴 노랫말과 멜로디는 꽃핀 언덕을 쓸고 가는 바람소리와 닮았다.
어깨춤 임의진의 새라새로운...
3번째 노래모음집 [방랑길]
인적 드문 산촌의 흙집에서 음반과 책, 유화물감과 붓이 전부인 살림살이와 검정 차우차우, 늙은 발바리견과 셋이 고독하면서도 아기자기 살고 있는 음유 시인 임의진. 그가 한때 목사로 불리던 시절 김두수와 함께한 캐럴모음집 <<하얀 새>>와 ‘체 게바라’, ‘여행자의 로망’ 등으로 솔깃 다가서게 만든 <<집시의 혀>>에 이어 꼬박 2년 만에, 3번째 독집 음반 <<방랑길>>을 들고 찾아왔다.
대중가요에선 전혀 들어 보지 못한 낯선 이국의 악기들과 집시처럼 유랑하는 일본과 유럽 뮤지션들의 도타운 연주가 이번 음반에서도 울창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일사천리 진행된 작업은 다분히 즉흥적이면서도 응결된 임의진식 음악 퍼포먼스를 고스라니 담아내고 있다.
임의진이 즐겨 연주하는 우꾸렐레 집시 기타, 잉카의 피리, 그리고 집시 친구들이 함께한 만돌린과 여러 음색의 기타, 호주 원주민 영화 <열 척의 카누>에 등장하는 디주리두 소리도 한몫 거들고 나선다. 무엇보다 실컷 울고 난 뒤끝 같은 임의진의 특이한 목청은 시종 허허롭고 신산하기 짝이 없다.
작가로 널리 알려진 그가, 그림을 그려 화가로 데뷔한 것도 모자라 노래까지 부르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인생의 구비마다 여러 관심사에 경도되어 중심이 없지 않겠냐는 오해를 불식 시키는 것은, 일관된 무소유자유의 유랑자적 삶의 견지와 함께, 세계를 향한 연민으로 가득찬 노랫말들이 곡마다 촘촘하게 서려있기 때문이다. 그가 펴내고 있는 월드뮤직 선곡음반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 또한 이러한 일관됨의 연장선임에 분명하다.
누가 이만큼 생을 화창하도록 ‘다채롭게, 즐기면서’ 사는지, 저마다들 자문해 볼 수밖에. “즐기세,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라네...” 그를 따라 트랄랄라 노래하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 판에 박힌 뻔한 노래들 속에서 색다름 하나만으로도 후한 박수를 보내주고픈, 굽이굽이 방랑길, 차랑차랑 노래길... <2008.4.20> .... ....